숨통
Pro. 우연에서 인연은 필연이 되고 악연이 된다.


"오랜만예요"


최수빈
...형


최연준
...

첫 번째 우연은 인연을

두 번째 우연은 필연을

세 번째 우연은 악연이라 했던가.

...

너는 내게 악연이었을까.

세 번째 우연을 마주하고 나서야

길고 끈질긴 연줄이 다시금

내 숨통을 조였다.

...

..

.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여름,

부우웅..-



최연준
xx번지, xx오피스텔..

나는 딸배다.

아침에는 학교, 낮에는 딸배를 하다가 저녁에 또 고깃집 알바 서빙

투잡은 기본으로 뛰어야 근근이 생활 할 수 있는 정도

내가 아주 어릴 때에 아버지 어머니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생사는 모른 채 살았다.

사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딱히 없어서 그리 애뜻하지는 않다.

어머니는 병세로 돌아가시고 12살에 할머니 손에 키워졌고...

누군가 보기에 불우한 가정사라 하겠지만,

난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도 정서적으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찍이 깨달았다는 것만 빼면

어느 또래와 똑같은 19살 고등학생이다.




철컥.-


최연준
이쯤인가..

연준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폰에 적힌 주소에 번지수를 번갈아 읽어 내렸다.


"벙어리냐, 병신ㅋㅋ"

골목 근처에서 상스러운 목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최연준
...?

연준은 무슨 일인가라는 생각에 골목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등장인물
야, 네 집 부자라며ㅋㅋ

등장인물
나 돈 좀 빌려달라니까?


최수빈
...

등장인물
그래, 좀 빌려줘라.

등장인물
갚는다니까?


최수빈
...

등장인물
...하씨,

등장인물
벙어리냐? 말도 못해??

등장인물
시발... 진짜;;


최수빈
...





최연준
...

어째, 상황이 좋지 않아보이네

겉으로 보이게 우리 학교 교복인 것 같은데..

무리 지어서 한 사람 삥이나 뜯다니

여간할 짓도 없나..


툭.- 툭 툭.-

등장인물
야야, 대답 안 하냐?ㅋ

양아치로 보이는 녀석이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있는 남학생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최수빈
...

남학생은 양아치 녀석을 향해 눈을 부릅 떴다.

등장인물
새끼, 눈 안 깔아?

확.-

손찌검을 시늉을 하던 양아치 앞으로

덥석.-


최연준
어어, 잠깐만 친구-

연준은 어느새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양아치 녀셕의 손을 덥썩 막아섰다.


등장인물
?

등장인물
뭐야..씨..;

녀석은 연준의 등장에 당황스러운 얼굴로 주춤거렸다.


최연준
ㅎㅎ


최수빈
...?



최연준
딱 보니까 우리학교 학생인 것 같은데


최연준
이건.. 학교 폭력?

연준은 덥썩 막아선 손을 짓누르며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등장인물
아악!! 아!

녀석은 잡힌 손에 아악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등장인물
뭐야, 시발;;

등장인물
그쪽은 누구신데.


최연준
나?


최연준
이 녀석 친구^^

연준은 덜컥 남학생의 어깨에 팔을 걸쳐보였다.


최수빈
..??

그는 놀란 얼굴로 연준을 바라보았다.



최연준
그니까.


최연준
삥 뜯지 말고 싹 꺼지라고.

등장인물
...시발?

등장인물
네가 뭔..

덥썩..-

등장인물
야야.. 됐어..-

등장인물
그냥 가자..

양아치 옆에 서 있던 한쪽 얘가 말리기 시작했다.

등장인물
저 사람 xx고 최연준이잖아..

등장인물
뭐?


최연준
ㅎㅎ

최연준

그는 꽤 유명했다.

17살에 단숨에 맞짱으로 실세를 먹고 주변 구 내에 학교 일진도 안 건드린다는 소문이 무성한 남자.

그게 최연준이었다.


등장인물
하씨, 재수가 없어서 원..-

등장인물
야, 가자.

그렇게 불량한 무리들은 골목을 떠났다.



최연준
예효.


최연준
동급생 삥이나 뜯고 잘 돌아간다.


최수빈
...(멀뚱)


최연준
...아, 괜찮냐?


최수빈
(끄덕)

수빈은 연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준
...최수빈 (중얼)


최수빈
?


최연준
다음에 또 저 녀석들이 괴롭히면 3학년 8반으로 찾아와, 알겠지?


최수빈
...네


최연준
최연준 찾으러 왔다고 하면 돼


최수빈
...


최수빈
...감사합니다,,


최연준
그럼, 난 이만!


최연준
배달이 밀려서^^

연준은 배달을 챙겨 다시 돌아갔다.

다다닷.-

급해보이는 뒷 모습에 수빈은 넋을 놓고 한 참을 자리에 서 바라보았다.


최수빈
...최연준,,(중얼)

연준의 등 뒤로 버드나무 잎 바람에 서로를 스쳐 사삭 거리는데

그 소리마저 수빈의 귓가에 들리지 않는다.

이미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에 넋이 나간 후였기 때문이다.

...

..

.




첫 번째, 우연

그것이 어떠한 인연을 가져왔는지 그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스쳐 지나간 우연 중 하나라고 생각했으니까...

Pro.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