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소녀
21. 탕


나
ㅂ, 변백현?



변백현
뭐 하는 거야 지금.


김종대
아, 백현아 -


변백현
뭐 하냐고 둘이.


김종대
그건 니가 신경쓸 일이 아니지 않나?

나와 변백현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김종대는 모를 수 밖에 없었다.


김종대
ㅇㅇ씨랑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그 쾅 - 하고 열었던 문 좀 닫아줄래?

변백현이 한숨을 쉬더니 나와 김종대 쪽으로 다가온다.


변백현
미안하지만, 밖에서 누군가가 ㅇㅇ씨를 애타게 찾고 있어서.

내 손목을 잡고 무작정 끌고가는 변백현에 몸을 이끌리는 순간,

김종대
잠깐만.



김종대
번호 좀 알려줄 수 있어요?

술에 취해 잔뜩 풀려있는 섹시한 눈을 하곤 나에게 번호를 묻는 김종대에,

나
당연하죠 -

짜증나지, 변백현?


김종대
고마워요, 다음에 또 봐요 -



김종대
백현아, 김종아씨랑 약혼 축하해.

변백현이 김종대에게 대충 웃어보인 후, 재빠르게 나를 끌고 간다.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변백현은 나를 끌며 어디론가 간다.

나
어디 가는 거에요.

나
약혼식인데 약혼녀랑 같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변백현은 내 말을 무시한 채 엘리베이터에 타서, 맨 꼭대기층인 10층을 누른다.

나
왜 내 말 무시ㅎ -

순식간에 변백현이 나를 벽에 몰아세우곤, 빠져 나올 수 없도록 두 팔로 나를 가뒀다.


변백현
죽고 싶어?

죽고 싶냐, 이 네 글자로 구성된 오싹하고 차가운 말에 손이 떨린다.


변백현
이렇게 야한 드레스 입고, 다른 남자랑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

나
그러는 그 쪽이야 말로, 약혼 하잖아요 다른 여자랑.

이러면 안 되는데, 변백현은 결국 날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약혼인데.

왜 인지 모르게 자꾸만 짜증이 나고, 눈물이 난다.


변백현
내가 너 이럴까봐, 오지 말라고 한 거잖아.

나
어떻게 안 와요 내가.

나
다른 여자랑 약혼 한다는데.

나
.. 어떻게 신경 안 쓰고 집에서나 있을 수 있겠어요 내가


변백현
.. 울지 마

띵 - 10층 입니다.

변백현에게 안겨 엘리베이터를 빠져 나온다.

나
약혼 취소할 수 없어요?

나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회사가, 저런 년 하나 몰락 시킬 수 없는 거에요?


변백현
ㅇㅇ아.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변백현의 따쓰한 목소리에, 변백현을 지긋이 바라본다.


변백현
김종아 그깟 머저리, 원한다면 죽일 수도 있어. 근데 -

말을 계속 이어 나가려다가, 이내 물을 마시곤 살짝 숨을 고른다.



변백현
김종인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더라고 -

김종아
뭐야, 변백현 어딨어?

하객
아까 어떤 여자 붙잡고 엘리베이터 타러 가던데요?

김종아
.. ㅇㅇㅇ?

김종아
변백현 진짜..



김종인
무슨 일이야?

김종아
지금 변백현이 누구랑 있는지 알아?

김종아
ㅇㅇㅇ.

ㅇㅇㅇ의 이름을 듣자마자, 김종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묻는다.


김종인
둘이 같이 있다고?


김종인
.. 어디야.

나
나 이대로는 못살겠어요.

나
이렇게 심장 졸이면서 바라만 보는 거, 너무 힘들어요.


변백현
니가 왜 바라만 봐.

변백현
약혼식,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효로 만들게.


변백현
그러니까 우리 함께 바라보자.

변백현이 나를 꼭 안아준다.

든든하다고 해야 할까.

이 포근한 그의 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아련한 감정이 나를 감싸는 기분이었다.


변백현
.. 그러니까 김종대한테 연락 와도 무시해

나
아까부터 신경 쓴 거에요ㅋㅋㅋㅋ?

나
그건 그냥, 괜한 질투심에 나도 모르게 그랬어요.

나
.. 내 맘 알죠?

김종아
잘 알겠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변백현도 놀라 벌떡 일어나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김종인
안녕, 변백현


변백현
차라리 잘 왔어.



변백현
약혼 없었던 걸로 하자, 우리 -

김종아
ㅁ, 뭐라고?

김종아
너, 그 말 당장 취소해


변백현
싫다면?



김종인
죽어야지 뭐.

철컥 -

김종아가 총을 들어 장전한다.


김종인
난 피 튀기는 거 보기 싫다, 먼저 내려갈게

김종아
.. 물론 죽는 건 니가 아니지만,

김종아
ㅇㅇㅇ이 너 때문에 죽으면, 얼마나 슬플지 궁금하지 않아?


변백현
미쳤지.

김종아
어, 나 미친년이야 -

그녀의 초점 없는 동공과 미세하게 떨리는 손 끝이 말해주고 있다.

김종아는,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김종아
자, 어디 미친년 맛 좀 볼까?

탕 -

노래 나비소녀 중 - "날 안내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