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소녀
23. 울지 마


창문 밖에서 커튼을 휘날리며 들어오는 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에 눈을 떴다.

잠이 든 변백현을 지켜보다가 오히려 내가 잠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



변백현
잘 잤어?

아기같이 새하얀 피부의 변백현이 새하얀 병원복을 입고 나를 내려다 본다.

나
ㅇ, 언제 일어났어요? 배는 괜찮아요?


변백현
조금 전에. 나 아파 -

손으로 상처 부분을 감싸며 우는 시늉을 하는 변백현이 귀여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휩쓸려 온다.

나
아플 거 알면서, 왜 그랬어요

변백현
그걸 말이라고 해?

나
어떤 미친 사람이 대신 총을 맞아줄 생각을 해요.

변백현이 싱긋 웃으며, 그의 손을 내 손 위에 살포시 포개어 놓고는 말을 이어간다.

변백현
니가 총에 맞아서 혹시라도 죽었었다면,

변백현
그건 내가 죽는 거나 마찬가진데?


변백현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아, 응?

나
.. 도대체 내가 뭐라고,

변백현
거기까지.

말을 시작하려는 내게, 변백현이 가볍게 입을 맞춘다.

예상치 못 한 입맞춤에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뜬 채로 변백현을 응시했다.


변백현
그렇게 자꾸 미운 소리 하면, 내가 마음이 아프잖아 -


변백현
있잖아, 난 너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변백현
그 정도로 넌 내게 너무나 과분한 존재야.

변백현
김종아가 무슨 말을 하던 절대로 신경쓰지 말고, 알았지?

나
알겠어요..


변백현
왜 또 울어, 뚝 -

그가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예쁜 손으로 닦아주더니, 나를 꼭 안아준다.

변백현
니가 힘들면 나도 힘들어.

변백현
너만 영원히 바라볼 자신, 그 누구보다도 있으니까 -


변백현
울지 마.

의사
치유 속도가 정말 눈에 뛰게 좋으세요, 오늘 퇴원하셔도 충분히 무리 없을 듯 합니다.


변백현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 사건 이후로 약 일주일, 내가 입원한 지 일주일만에 퇴원을 한다.


변백현
ㅇㅇ이는 회사겠지?

어제도, 엊그제도 ㅇㅇ이는 바빠서 나를 보러 오지 못했다.

퇴원 절차를 다 밟은 후, 드디어 병원을 나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상쾌한 바람과 풀 향기가 나를 반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는 ㅇㅇ이랑 놀아야 되는데.

변백현
빨리 보고 싶네 -

문자로 기사를 불러놓고, ㅇㅇㅇ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전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

지루한 통화 연결음의 반복 끝에 들린 목소리는 참으로 달갑지 않다.


변백현
많이 바쁜가,

아쉬운 마음에 그녀에게 문자를 남긴다.

문자
변백현 - 많이 바빠? 전화도 안 받고.

문자
변백현 - 나 퇴원했어, 일 끝나면 연락해줘 -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 공허함이 밀려올 때 쯤, 기사가 도착하고 차에 탄다.

기사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사장님?

ㅇㅇ이라면, 이런 비즈니스적인 딱딱한 말투가 아니었을 텐데.


변백현
네, 괜찮습니다 -

괜히 타들어가는 목에, 물을 들이킨다.

기사
사장님 안 계시는 동안, 회사 일 진행이 조금 더디게 흘러갔습니다.

기사
일 잘하시는 사장님 안 계시니 빈 자리가 크더라구요.

항상 저 질리도록 가식적인 말투는 오히려 잠을 불러온다.

기사
그리고, 엊그제와 어제 J그룹 사장님께서 회사에 방문하셨습니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변백현
김종인이?

기사
네, ㅇㅇ양과 대화 하시고 가셨습니다.

끝까지 좆같게 구는구나.


변백현
무슨 대화.

기사
그건 저도 잘 모르겠으나, 곤란해 하는 표정 이었습니다.


변백현
ㅇㅇ이?

기사
네, 사장님.

변백현
개새끼가 진짜 -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 좆같은 호랑이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
김종인 - ㅇㅇ이 많이 힘들어 하던데 -


문자
김종인 - 내가 챙겨주고 싶을 정도로.

언제쯤 우리는 방해물 없이 원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변백현
빡치네.

노래 나비소녀 중 - "세상의 끝이라도 뒤따라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