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소녀
24. 이상하지 않아?


내가?

ㅇㅇㅇ을 좋아한다고?


김종인
재밌네.

내 목표는 뭐, 그냥 돈 많이 벌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내 회사가 성장해야지?

회사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은, 경쟁그룹인 H그룹.

걸림돌은?


김종인
뽑아야지.

걸림돌이 워낙 크면, 땅에 꽉 박혀 잘 안 빠지는 법이야.

그렇다면,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첫 번째, 돌을 부순다.

첫 번째 방법은 간단하지만 너무 어리석다.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택한다.

두 번째,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당긴다.

제 아무리 크고 단단한 돌이라도, 그 모양은 일정하지 않다.

날카롭게 뻗어있는 부분이 있고, 뭉툭하게 튀어나온 부분도 있으며.

유독 깊게 파여 두께가 얇은 부분이 있을 것.

그것이 그 돌의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변백현이라는 걸림돌의 단점은,


김종인
ㅇㅇㅇ.

이것이 내가 세운, 약 2년 전 계획이다.

한창 변백현이 ㅇㅇㅇ에게 빠지기 시작해서 온 정신이 그녀에게 팔려있을 시기.

그 어떠한 사람이던,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 들지.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을 잃게 되면, 아주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 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자신이 끔찍히 좋아하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재밌는 상상을 해봤다.

근데 웬걸, ㅇㅇㅇ이 단기적인 기억을 잃어버리고.

2년간의 나와 ㅇㅇㅇ의 기억은 송두리채 뽑혔지만,

그 뽑힌 기억은 내 손에 있다는 것.

분명 변백현이 잊혀진 과거를 그녀에게 말했겠지.

이제, 나와 그녀의 과거를 까발려 볼까.

변백현이 아직도 입원해 있다.

08:01 AM
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말이 그렇지, 좆같아.


김준면
응 ㅇㅇ씨, 좋은 아침이에요.

변백현 없는 회사는, 안 그래도 지루한데 더 지루해.

사람 좋은 미소로 웃어 보이지만, 신경질이 나는 건 결코 막을 수 없는가보다.

변백현이 없는 회사는, 면 없는 파스타랄까.


김종인
안녕하세요?

뭐야.


김준면
와, 김종인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김종인
네, 저번에 못했던 인사도 하고, ㅇㅇ씨랑 얘기도 할 겸 왔어요.

나
ㅈ, 저요?

김종인
맞아요, ㅇㅇ씨

이게 뭔 개소리야?

회사 로비에 나와 의자에 앉는다.

김종인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 지 모르겠다.

하는 짓은 쓰레긴데,

가끔은 그 쓰레기가 재활용일 때가 있다.

일반 쓰레기와 달리 환경에 도움이 되는.

나
하실 말씀이..


김종인
일단 갑작스럽게 불러서 미안해요.


김종인
기억, 되찾았다고 들었는데.

나
아, 네..

무슨 꿍꿍이지?

김종인
변백현이 알려줬을 테니, 그럼 변백현 관련 기억만 있겠네요?

나
뭐, 그렇죠?


김종인
근데,

김종인
이상하지 않아?

나
..네?

뭔 소리지?

김종인
내가 처음에 ㅇㅇ씨가 기억을 잃은 걸 알고 있었잖아요, 그러면 -


김종인
기억을 잃기 전에도 ㅇㅇ씨를 알고 있었다는 거지.

이게 뭔소린지 싶다.

나
ㄱ, 그렇다면..

변백현과의 기억을 되찾는데도 애를 먹었는데,

그 기억이란 게 더 있다고?

김종인
오늘 더 말해버리면 재미 없으니까, 내일 다시 올게요.

김종인
그렇다고 너무 궁금해 하지 마요. 어짜피 내일이 되면 -


김종인
기억, 되찾게 될 거니까.

인생 참 험난하다, 그치?

노래 나비소녀 중 - "부디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