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30


승철이는 거의 매일 나를 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 한달 후,

나는 다른 애들과 달리

높은 성적으로 학원에서 최상위권 반에 들어갔다

반 시간표가 달라져서

승철이와 더는 못가겠다고

승철이와의 접점도 사라졌으니

이젠 정말 포기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최승철
야

승철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김여주
어..? 너 왜 여기있어?


최승철
너 데리러

김여주
응?


최승철
최상위권 반이라며


최승철
그 반은 수업을 왜 이렇게 늦게 끝내주냐

김여주
늦게 시작하거든..

김여주
너희 반 마칠 때


최승철
어쩐지 존나 오래 걸린다 했어

김여주
나 기다린거야?


최승철
응

김여주
왜..?


최승철
맨날 뒤에 타던 애가 없으니까


최승철
조금 어색해서


최승철
오해하지마


최승철
너 안 좋아해

승철이가 나를 안 좋아해도 상관없었다

승철이의 이런 행동들이

나에겐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니까

아무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김여주
근데 얼굴에 밴드는 뭐야?


최승철
아, 이거?

승철이는 얼굴에 붙어있던 밴드를 만졌다

김여주
응


최승철
길에서 누가 계속 시비걸길래

김여주
그래서 때린거야?


최승철
응, 근데 그게 뭐

김여주
…아무것도 아니야

승철이가 맞았다는 것을 보고

아, 물론 맞고만 있진 않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얼굴에 남은 상처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난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다시는 싸우지 말라는 말도

얼마나 맞았냐는 말도

더 할 수 없었다

난 승철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래, 난 친구도 뭣도 아니였다

그냥 오토바이 뒷자리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사람 중 한명일 뿐이였다


최승철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최승철
안 타?

김여주
어..? 어.. 응..

그리고 그 날

집에 가서 생각했다

더 이상 승철이의 오토바이 뒷자리도 타지 않겠다고

내 인생에서 승철이를 지울거라고

그래서 다음날부터는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만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점차 멀어지게 되었고

나중에는 학원에서 마주쳐도 인사도 않는 사이가 되었다

승철이는 그 이후 얼마 있다가 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는 승철이를 잊어가면서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식 날,

다시 승철이를 같은 반에서 만난 것이였다

그리고 반에서 본 승철이는

여전히 양아치같이 지내고 있었다

김여주
어…?


최승철
어, 뭐야


최승철
이 학교야?

김여주
응, 우리반이야?


최승철
응


최승철
다시 보니까 반갑다

김여주
응, 그러게


최승철
학원에서 왜 안 나왔어

김여주
아.. 그때..

김여주
학원에서 보강한다고 해서


최승철
아 그래?

여주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 걸 알고있었다

여주가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 가는 것을 봤으니까

일부러 날 피한다는 것을 알았었고,

그래서 더 아는 척 하지않았다

그리고 그 뒤로 허전한 오토바이 뒷자리를 보면서

내가 김여주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그러나 이미 반에서 만난 여주는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중학생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더 자연스러웠으니까

김여주
너 아직도 오토바이 타고 다녀?


최승철
응

김여주
아.. 그렇구나…

김여주를 보지 못한 이후부터

한 순간도 김여주를 잊은 적이 없었다

첫사랑이였다

김여주
너 자리 어디야?


최승철
나 창가 맨 뒤

김여주
친구들이 다 나랑 다른 학교를 가서

김여주
아직 이 학교에서 친구가 없어서 그런데

김여주
너랑 같이 앉아도 돼?


최승철
그러던지 -

사실 내 옆에 앉으려던 친구가 있었지만

난 그 친구에게 눈짓으로

자리를 빼라고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여주는 가방을 놓고는 반을 나갔고

이때다 싶어서 나도 여주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최승철
김여주

김여주
응?


최승철
나.. 공부 좀 가르쳐주면 안 되냐

김여주
응?


최승철
나도 대학은 가야할 거 아니야


최승철
학원은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최승철
그냥 나랑 같이 공부하자

김여주
뭐… 그래..

김여주
그럼 조건이 있어


최승철
뭔데?

김여주
오토바이 타지 않기

김여주
담배 피지 않기

김여주
술 마시지 않기

김여주
마지막으로 싸우고 다니지 않기

김여주
추가로 교복 똑바로 입고 다니기

김여주
어때? 약속할 수 있겠어?


최승철
응, 당연하지

김여주
그래 -

그리고 나는 거의 하루 종일을

김여주만 따라다녔다



한달 후, 나는 어느정도의 기본기를 알게되었다


최승철
공부 뭐 별 거 아니네

김여주
아직 쉬운 거 풀고 있으면서 ㅋㅋ


최승철
근데 성적 안 오르는 거 아니야?

김여주
안 오르겠지, 당연히 -

김여주
너 지금 중3꺼 하고 있거든


최승철
아 맞다..

김여주
그래도 한달만에 중학교 3년 과정 거의 익혔잖아

김여주
엄청 빠른거야

여주의 칭찬을 들으면서

매일 3시간씩 자며 공부했더니

나에겐 IT계열의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최승철
넌 어느 대학 가고 싶어?

김여주
난 중1 때부터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꿈이여서

김여주
세봉대학교 수학교육과 가고싶어


최승철
아 그래..?

김여주
너는?


최승철
나도..!

뭐, 같은 이과 계열이니까

딱히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주와 함께

대학을 다니고 싶었던게 컸으니까

한달 전의 여주와의 약속대로

오토바이도 팔아버리고

판 돈으로는 문제집과 자습서를 샀다

그리고 담배와 술도 끊고

싸움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교복을 단정하게 입으면서

여주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그러면서도 여주에 대한 마음은 철처히 숨겼다

마음을 키워가면서

여주를 옆에서 바라보는 걸로 만족했다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서

어느새 우리는 고3 수험생이 되고

매일 같이 공부를 하면서

수능을 치고, 입시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다 여주는 입학 확정을 받고

나는 예비 1번을 받으면서 합격을 확신했고

최종 등록일에 등록금 납부와 함께

같은 시간에 등록을 했다

그러다 매일 하는 공부를 하지 않고

둘이서 학교도 빼고 놀러도 가고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자보기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졸업을 했다

우리는 둘 다 한 손에는 졸업장을 들고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며

나란히 서서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김여주
졸업 축하해 -


최승철
너도, 졸업 축하해


최승철
그리고..

김여주
응?


최승철
3년 내내 너랑 같은 반하고


최승철
공부하고 같이 등하교 하면서


최승철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어

김여주
뭐야, 오글거리게 ㅋㅋ


최승철
진심이야 -

김여주
그렇다면 뭐..

김여주
내 진도 따라오기 힘들었을텐데

김여주
끝까지 포기 안 하고 같이 따라와줘서 고마워


최승철
뭐야, 니가 더 오글거려

김여주
그니까..

2024년 1월,

우리는 그렇게 세봉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최승철
오늘 졸업도 했는데


최승철
술 한잔 하러 갈래?

김여주
당연하지 ~


최승철
지금 11시니까,


최승철
12시까지 나와 -

김여주
낮술이야?


최승철
응, 졸업식 했잖아 -

김여주
그래 ㅋㅋㅋ

김여주
늦으면 죽어


최승철
너나 늦지마

김여주
난 안 늦지


최승철
뭐래 맨날 늦어놓고

김여주
니가 일찍 나온거라고 -


최승철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ㅋㅋㅋ

나는 언제까지나 여주의 옆에서

여주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임용고시에 붙으면

고백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