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33


승철이를 뒤로 한 채

곧장 순영이를 만난 후

조금은 비싸보이는 술집으로

막무가내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권순영
왜 울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순영이가

꽤나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며 물었다

김여주
...혼자 생각해본다고 했었잖아


권순영
응

김여주
승철이는 내가 제일 아끼고 좋아하던 친구였어

김여주
그래서 비록,

김여주
처음에는 이대로 끝내려고 했어도

김여주
난 다시 생각을 바꿨었거든..?

김여주
근데 그러면 승철이가 지금처럼

김여주
자기 생활 없이 나한테만 신경쓸까봐

김여주
생각이랑은 다른 행동을 하고

김여주
승철이한테 모진 말까지 해가면서 상처를 줘버렸어


권순영
니가 최승철한테 어떻게 말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권순영
중요한 건, 승철이가 상처를 받았다는거야


권순영
나는 항상 승관이 편도 아니고


권순영
승철이 편도 아니고


권순영
니 편이였지만, 이번엔 여주가 잘못했어

김여주
너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


권순영
응, 적어도 지금은 그래


권순영
정말 니 마음이 승철이하고 멀어지는게 아니라면


권순영
넌 지금 나랑 이렇게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권순영
상처준 행동에 대해서


권순영
승철이한테 사과를 하러 갔어야지

김여주
행동도 틀렸는데, 대처 방법까지 틀렸다는거야..?


권순영
응, 틀린 거 알았으면 고치면 되고


권순영
다시는 그러지 않으면 돼


권순영
그리고 지금은 수습하러 가야할 것 같은데 -

김여주
지금말고...

김여주
그렇게 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김여주
바로 가서 말하면 이상하잖아


권순영
아니,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게 정상인거야


권순영
오늘 나랑 한잔 하고싶으면


권순영
최승철한테 가서 그게 아니였다고,


권순영
미안하다고, 친구하고 싶다고 말하고 와

난 순영이의 말을 듣고

계속 머뭇거렸다

순영이의 말에서는 절대 틀린 부분이 없었으나

바로 가서 그게 아니였다며 사과하면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였다

그러자 순영이가 다시 입을 뗐다


권순영
지금 승철이 만나고 다시 친구하고 오면


권순영
오늘 니 얘기도 들어주고


권순영
술값도 내가 계산할게


권순영
근데 지금 안 할거면


권순영
나 니 얘기도 다 안 들어주고


권순영
지금 그냥 집에 갈거야

김여주
왜 니가 그렇게까지 해?


권순영
우리 다 친구잖아

김여주
...그래


권순영
하고 올거야?

김여주
응...

나는 그 길로 다녀오라는 순영이의 말을 듣고

알겠다고 말한 뒤,

승철이에게 전화할 생각도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승철이를 두 번이나 상처줬던 공원으로 뛰어갔더니

역시나 예상대로 승철이는

또 한번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 조금 다른 점은

지금은 완전히 무너진 것 같았다

김여주
…최승철


최승철
왜 또 왔어


최승철
또 상처주려고 왔어?

김여주
아니 그게 아니라..


최승철
여주 니 말이면,


최승철
다 받아줄테니까


최승철
그냥 빨리 말해

승철이는 체념한 듯

나에게 어서 빨리 말하라며 재촉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승철이에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김여주
미안해


최승철
뭐?

김여주
상처줘서 미안해

김여주
니 말대로, 내가 틀렸어

김여주
너랑 친구로 지내고 싶었지만..

김여주
니가 나한테 너무 휩쓸릴까봐

김여주
그래서 친구하지 말자고

김여주
진심도 아닌 말 하면서 상처줬어

김여주
정말 미안해 승철아

승철이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최승철
고마워


최승철
다시 나랑 친구로 지내겠다는 거 맞지?

김여주
응, 맞아

취기 때문인지

승철이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승철이를 밀어내지 않고

승철이를 감싸 안고 토닥여주었다

김여주
들어가자, 감기 걸리겠어


최승철
응..

그리고 나를 놔준 승철이는

뭐가 그리 좋다고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