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36


따스했던 봄이 가면

뜨거운 여름이 왔다

철컥_

오늘도 여주와 승철은 같이 등교를 했고

둘의 사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여주의 마음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완전히 정리되었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승철의 마음만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였다


부승관
여주야, 자리 맡아놨어

승철은 승관을 째려보며 말했다


최승철
김여주, 어디 앉을건지 골라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승관과 승철의 기싸움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건

언제나 여주였다

김여주
나 그냥.. 혼자 앉을게…

혼자 앉는 여주의 옆자리를

정한이 앉으며 말했다


윤정한
쟤네 둘은 맨날 싸우더라

승관과 승철이 정한을 째려봤다


윤정한
어우.. 레이저 나오겠어


최승철
왜 니가 거기 앉아?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주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견제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윤정한
그냥 친구 사이에 같이 앉지도 못하냐 -

김여주
그래, 오늘은 그냥 정한이랑 앉을게


부승관
최승철 많이 걱정되나봐 -


최승철
뭐?


부승관
김여주 뺏길까봐 그러는거지 ㅋㅋ

승관은 승철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최승철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거야

그때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원우가 말했다


전원우
뭐야, 쟤네 또 싸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라진 점은

밍기적 동아리에 가입한 4명까지

모두 새롭게 친해졌다는 것이였다


권순영
한 두번이냐


권순영
근데 여주 너무 힘드니까


권순영
너네 이제 그만 좀 싸워


권순영
그냥 아예 둘이 같이 앉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다


부승관
내가?


부승관
얘랑?


최승철
나도 됐거든


부승관
누군 좋은 줄 알아?


서명호
솔직히 저 정도면


서명호
김여주도 적응 했겠다

김여주
맞긴한데..

김여주
그래도 뭔가

김여주
새우등 터지는 느낌이야


서명호
여주도 불편하다잖아


서명호
그냥 알아서 앉아 -


부승관
너 동아리실에서 보자


부승관
오늘은 내가 너보다 더 밍기적거릴거야


최승철
아니, 내가 더 밍기적거릴거야


이지훈
이젠 밍기적거리는 걸로도 싸우네

철컥_


송중기
안녕 -

김여주
안녕하세요


송중기
여주만 인사하네..


송중기
근데 쟤네 또 싸우니?


이찬
이제 교수님도 적응하셨죠?


송중기
응, 내 평생 교수 생활하면서


송중기
저런 애들 처음 봐


송중기
볼수록 특이해..


이석민
쟤네가 살짝 그런 면이 있죠 -


송중기
니가 제일 특이한 건 모르는거지?


이석민
네?


송중기
오늘은 미적분의 기하학적 요소들 할 차례인가?

김여주
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여주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13명은 다같이 동아리실로 모였다

김여주
저기, 할 말 있는데


권순영
그거야?

김여주
응


권순영
그렇다면 나도 일어날게

순영은 여주의 뒤에 있던 칠판으로 가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벌을 섰다

영문도 모르던 나머지 친구들은

이 상황이 의아하기만 했다


문준휘
뭔데?

김여주
여기 사실

김여주
밍기적거리는 동아리가 아니라

김여주
미적분을 연구하는 동아리야


김민규
뭐?


김민규
우리 다같이 낚인거야?


김민규
아니 근데 왜 밍기적인거야

그러자 벌을 서있던 순영이 조용히 말했다


권순영
미적분 밍기적..


김민규
설마 미적분이라 밍기적인거야?

김여주
응


최승철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있었어


최승철
절대 밍기적거릴 여주가 아니잖아

김여주
일단 낚아서 미안하고

김여주
동아리 이제 못나가 ㅎㅎ..

김여주
나갈거면 1년 다 채우고 나가야해 ㅎㅎ..


김민규
아..


이석민
여주야 선 넘었어


전원우
밍기적거리는게 더 좋았는데..


전원우
그냥 밍기적거리자 -


이지훈
제대로 낚인거야?


권순영
나 팔 내려도 될까 ㅎㅎ..?


서명호
뭐하러 내려


서명호
그냥 들고있으면 되지


권순영
응..


부승관
그러니까..


부승관
권순영이랑 여주랑 둘이


부승관
짜고 친거야..?

김여주
응..


부승관
누구 아이디어야

김여주
미적분 연구 동아리는 내 아이디어고..

김여주
속이자고 한 건..


권순영
응, 나야 ㅎㅎ..


부승관
순영아 집 비밀번호 바꿀게


권순영
그건 아니잖아


부승관
알아서 들어와


홍지수
그럼 미적분 연구하면서 밍기적거리는 건 안 돼?

김여주
좋은 질문이야

김여주
하지만,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최한솔
…우리가 낚여서 들어온 걸 뭐 어떡해


이찬
댄스 동아리나 들어갈 걸..


최한솔
이렇게 된 거 그냥 하면 되지 -

김여주
그래서 오늘부터 미적분을 연구해볼까 해


최한솔
근데 그게 굳이 오늘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윤정한
오늘까지만 밍기적거리자


권순영
응..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최승철
넌 조용히 해


권순영
응..

여주는 모든 말을 끝낸 후

조용히 순영의 옆으로 가서

같이 나란히 벌을 섰다


부승관
여주야 팔 아파


권순영
야 뭔데, 나는!!


부승관
그러고 있어


부승관
속이자고 한 건 너라며

김여주
혼자 어떻게 내려

김여주
기획 제작 김여주, 권순영인데..


최승철
아니지 기획 김여주 제작 권순영이지


최승철
여주는 처음에 낚을 생각이 없었다는 거잖아


최승철
그러니까 팔 내리고 와서 앉아

승철은 자신의 옆자리 의자를 톡톡 쳤다


부승관
은근슬쩍 자기 옆에 앉히려고 하네?


최승철
그럼 누구 옆에 앉힐까?


부승관
내 옆


최승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서명호
중국 초등학생도 저렇게는 안 싸우는데


김민규
아 맞다 너랑 준휘는 중국에서 왔다고 했지?


서명호
응


문준휘
근데 진짜 저렇게는 안 싸우긴 해


부승관
여주야 일단 팔부터 내려


전원우
그래, 말 들어보니까


전원우
권순영이 더 잘못이 크긴 해

팔이 아팠던 여주는

그 말을 듣고 조금씩 팔을 내리기 시작했고

그 옆에 있던 순영 또한 팔을 내렸다


이지훈
넌 왜 내려?


권순영
응.. 미안…


권순영
내가 죄인이지.. 응응…

김여주
근데 순영이만 들고있으면 좀 미안해


권순영
아니야, 여주야 너라도 앉아..


홍지수
그래, 여주야 -


권순영
응?


홍지수
뭐가


권순영
아니야..


윤정한
이쯤했으면 순영이도 내리고 와


윤정한
다시는 낚지마라


권순영
네, 형님

순영이는 바로 칼같이 팔을 내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부승관
여주야 어디 앉을거야?

김여주
그냥 내가 너희 사이에 앉으면 끝나는 거 아니야?


최승철
안 돼


부승관
맞아, 안 돼

김여주
이럴 때만 통해..

결국 여주는 승관과 승철의 사이에 앉았고

조금의 불만이 있을 시에는

그냥 혼자 앉겠다고 말을 해서인지

승관과 승철은 조용히 미적분 연구에만 열중했다

김여주
‘ 왜 점점 갈수록 유치해져.. ’

여주는 점점 더 유치해지는 그들을 보며

초등학생도 저렇게는 안 싸우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