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38


여주의 잔인한 미소까지도

승철에겐 아무래도 비수가 되었는지

승철은 자꾸만 다녀온다며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여주의 미소를

계속해서 되뇌이고 있었다

그런 승철을 다 안다는 듯이

지수가 승철에게로 다가왔다

드르륵_

요란하게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승철의 옆에 앉은 지수를 보며

자신을 위로해주러 온 줄도 모르고

승철은 그저 의아하기만 했다


최승철
왜 갑자기 옆에 와


홍지수
너 또 김여주 생각 중이지?


최승철
뭐래.. 아니거든…


홍지수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냥 다 솔직해져보자, 좀


홍지수
강의실에서 그렇게 싸우는 바람에


홍지수
여기 너랑 김여주 사이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전원우
여주가 반지 던질 때는 좀 놀라긴 했지


홍지수
너 지금 존나 멍청한 거 알아?


최승철
뭐가


홍지수
잊지도 못할거면서


홍지수
부승관이랑 권순영이랑 김여주랑


홍지수
어떻게 저렇게 보낼 생각을 해?


최승철
여주한테 나는 아닌거야


홍지수
그렇다고 저렇게 보내?


홍지수
부승관이 권순영 다른 곳으로 보내놓으면


홍지수
단 둘인거잖아


최승철
권순영은 안 가


홍지수
뭐래


최승철
권순영은 확실한 김여주 편이야


홍지수
지금 권순영 믿고 보낸거야?


최승철
그건 아니지만..


최승철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최승철
더군다나 이젠 그냥 아무 사이도 아닌데


최승철
김여주가 누구랑 뭘 하러가고 뭘 사러가든


최승철
이젠 내가 막지도 못하고 질투도 못해


최승철
그거 아니였으면 그냥 안 놔뒀어


최승철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


최승철
계속 심란하게 만들지말고


최승철
나 지금 그거 아니여도 엄청 힘들어


윤정한
니가 힘든 건 힘든거고


윤정한
지금까지 계속 지켜봤는데


윤정한
너랑 부승관 둘 다


윤정한
너희 둘만 견제한답시고,


윤정한
김여주는 안중에도 없었던 거 아니야?


최승철
그게 뭔소리야


최승철
안중에도 없었으면 내가 쟤를 좋아했겠어?


윤정한
너랑 부승관이 여주 옆자리 쟁탈전 할 때


윤정한
둘 다 김여주가 얼마나 눈치보고 있는지


윤정한
얼마나 불편하게 있었는지


윤정한
그거 아무것도 몰랐잖아

맞는 말이었다

입학 이례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난 여주의 불편함을 생각하지 못했다


윤정한
너도 지금 상처 존나 받은 거 알고


윤정한
부승관이 여기서 여주 넘어오게 하려고


윤정한
갑자기 플러팅 난무하고 그런 거 알겠는데


윤정한
너희 둘 다 지금 누구때문에 이러는건지


윤정한
중심도 못잡고 기울기만 하는 거 같아서


윤정한
너희 지금 김여주 생각 아무것도 안 하잖아


홍지수
야 그만해


홍지수
굳이 힘든 애한테 지금 그러고싶냐


최승철
됐어, 나 맞는 말인데 뭐..


최승철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는게 너무 미안할정도로


최승철
너무 맞는 말이라, 괜찮아


윤정한
괜찮으라고 한 말 아니야


윤정한
셋 다 내 친구니까


윤정한
친구로서 말하는거야


윤정한
내 친구 좀 그만 불편하게 해달라고


이석민
오늘따라 얘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냐


이석민
야, 그만 좀 하라고


이석민
힘든 애한테 뭐라는거야


이석민
넌 연애도 안 해봤어?


최승철
야 싸우지마


최승철
이 분위기 그대로 가다가


최승철
김여주 들어오면


최승철
그게 더 불편해 할 애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봉투에 가득 담긴 아이스크림을 들고

여주와 부승관 그리고 권순영이 도착했다


부승관
어우 무거워


권순영
내가 든다니까


부승관
뭐래 그런 소리 한 적도 없으면서

김여주
그러니까 ㅋㅋㅋ

김여주
처음부터 승관이만 들고왔는데

김여주
근데 분위기가 왜이래?

김여주
너희 싸웠어?


김민규
싸우긴 뭘 또 싸워


김민규
우리 아무것도 안 했어

김여주
근데 분위기가 왜이래..?


김민규
아무것도 안 해서 이렇게 됐어

김여주
이게 뭔소리야


최승철
아이스크림 뭐 사왔어?

김여주
그냥 이것저것 많이 -

김여주
승철이는.. 이거 좋아하지?

방금 윤정한의 말을 듣고

불편하지 않게 내가 물러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의 이런 배려 넘치는 행동만 보면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나 원래 이렇게 줏대 없는 새끼 아닌데


최승철
응, 고마워 -


부승관
뭐야 김여주 나도 줘

김여주
너 뭐 좋아하는데?


부승관
너 -

김여주
내가 아까 하지말라고 했지 ㅋㅋㅋ


부승관
장난이야 ㅋㅋ


부승관
난 이거 - !


부승관
기억해놔, 그리고 다음엔 나도 챙겨줘

김여주
응, 챙겨줄게

근데 또 너와 부승관이 썸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일 때면

괜히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괜히 내가 널 붙잡아둔 것 같아서

괜히 너한테 고백한 것 같아서

괜히 널 좋아한 것 같아서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야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길 바란다면서 보내준다던데

그것도 사람에 따라서 다른가봐

난 아직도 이렇게 널 좋아하는데

이젠 그런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져

언젠가는 내가 널 놔줄 수 있을만큼 성숙해지면

그땐 널 놓아볼게

그때까지만 내가 조금만 속일게 여주야

조금만 거짓된 행동을 할게

내가 널 잊은 것처럼

그래서 니가 볼 때도

내가 널 잊었다고 생각할만큼

줏대 없는 내가 이것만큼은 지킬게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해줄게




뒤에

김여주
여긴 대학가인데 항상 이렇게 사람이 없더라


부승관
나도 그게 좀 신기하긴 했어


권순영
할인매장 갈거지?

김여주
당연하지 -

김여주
대학생이 돈이 어디있다고..


권순영
그럼 내가 맨날 가는 곳 있어

김여주
뭘 또 맨날 가 ㅋㅋ


부승관
왜, 난 니 생각 맨날 하는데

김여주
뭐야? 왜이래?


권순영
몰라 애가 좀 이상해


부승관
그냥 너한테는 이러고 싶어

김여주
뭐야 이상해 오글거려 하지마


부승관
세상 부정적인 단어는 다 붙었네


부승관
그렇게 싫어할 일이야..?

김여주
불쌍한 척 금지


부승관
그럼 하게 해줘 -

김여주
그건 안 돼 ㅎㅎ


부승관
왜..

김여주
나 오글거리는 거 못참는단 말이야


부승관
난 이런게 좋던데

김여주
얘 오늘 진짜 왜이래?


권순영
몰라 이상해


부승관
김여주 나랑 사귀자

김여주
뭐야 뜬금없이..


부승관
나 너한테 이제 그냥 고백할래

김여주
그거 고백 아니고 공격이야


부승관
공격 아니고 고백 될 때까지


부승관
이젠 안 숨기고 너한테 내 마음 다 보여줄래

최승철한테는 미안하지만

니가 최승철하고 멀어져갈 때

조금씩 미소를 띄웠어

지금까지 승철이한테도 기회를 많이 양보했었고

꽤나 페어플레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최승철이 너랑 잘 되어갈 때면

시간이 멈추고 멍해지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바다에서 사라진 너를 찾고나서

처음 들은 이야기가 최승철의 얘기일 때

그 심정을 니가 알지 모르겠어

그때부터 결심해왔어

조금은 어려보일지라도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어

내 행동을 본 최승철의 반응따위

다시는 신경쓰지 않고 양보하지 않을거야

김여주
뭐래 진짜 ㅋㅋㅋ

김여주
헛소리 하지마


권순영
얘 오늘 뭘 잘못 먹은게 확실해

김여주
니 생각도 그래?


권순영
응, 너도?

김여주
응 ㅋㅋ


부승관
너무하다 진짜 -

김여주
하지말랬다 정말


부승관
응응, 상황 보고 -

여주와 순영은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에 도착을 해서도

승관의 주접과 플러팅을 들어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