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도 될까요
우리, 운명일까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

여느때처럼 지하철을 타고,

언제나 그렇듯 출구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실, 그 일 이후로 한번도 지하철에서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다.

한 설
'하.. 지하철 타니까 또 그 사람 생각나..'

이상하게 지하철만 타면 유독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 사람이 자꾸만 떠올라서

우울해진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건지 잘모르겠다.

그래서 전에 예린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정예린
"내 생각엔 니가 그 사람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예린이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내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금세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했다.

"이번 역은 ㅇㅇ역. ㅇㅇ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 왼쪽입니다."

지하철 안내음이 끝나갈때 쯔음

입구로 누군가가 바쁘게 올라타는 것을 보았다.

한 설
'학생같은데. 지각인가?'


바람을 가르고 뛰어온 탓인지 그의 머리가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

어.....?

그러고보니....저 사람은.....?

분명....

그때 그사람이다

급히 고개를 숙인 나는 괜히 그 사람이 나를 알아봐주길 기대하며 홀로 떨기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사람인데..

막상 눈앞에 있으니 도무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박지훈
'어....? 그 애다..!'


박지훈
'왠지 늦잠자길 잘한거 같기도....'


박지훈
'아...뭐래. 하... 이제 어떡하지..?'


박지훈
'말을 걸어봐...?'


박지훈
'그러고보니 쟤 다음 역에서 내리는 것 같던데...'



강의건
"맞네 짜식. 이 형아가 하는 말 잘 들어."



강의건
"다음에 걔랑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꼭 잡아. 알겠지?"


박지훈
'그래 맞아. 의건이 말대로 이번 기회에 잡자.'


박지훈
'아...미치겠네.. 앞으로 오긴 했는데 뭐라고 하지...?'


박지훈
크흠..(헛기침)

한 설
'헐... 지금 내 앞에 있는거야?...왜?.. 변태인가?..'

한 설
저기, 저쪽에 자리많아요 앉으세요.


박지훈
아니 그게 아니라.. 할 말이... 있어서요.

한 설
'할 말...? 나한테..? 무슨 할 말??..'

한 설
저한테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니

그의 잘생긴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지훈
저기.. 번호 좀 주실래요?

그의 나지막하고 기분좋은 목소리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한 설
제 번호요..?


박지훈
네. 니 번호요.


그는 서툴지만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박지훈
싫으면 안줘도돼요.

슬슬 긴장이 풀리는지 그의 말투가 조금씩 당당해졌다.

한 설
아! 아니요.. 드릴게요...

나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받아 내 번호를 꾹꾹 눌러찍었다.



박지훈
고마워. 연락할게.

휴대폰을 다시 받아든 그는 살짝 웃어보이며 인사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지하철에서 내린 나는 정신을 차릴수도,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오직,

좀전의 일들이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