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도 될까요

원나비

05:27 AM

알람이 울리기 3분 전.

그 날따라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한 설

뭐야.. 아직 알람도 안울렸는데 일어나버렸네...

한 설

깬 김에 미리 꺼둬야겠다.

3분을 일찍 시작한 하루는 생각보다 상쾌했다.

여느때처럼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출발한 나는

알 수 없는 흥겨움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하철 역을 향해 즐거운 걸음을 이어갔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지하철에 탑승한 나는 늘 앉던 출구 근처에 자리를 잡고,

휴대폰을 꺼내어 전에 지훈이와 나누었던 문자를 위에서부터 다시한번 찬찬히 읽어내렸다.

한 설

'진짜 일부러 지각까지 하면서 이 시간에 타려나?'

그러고보니 문뜩,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머리를 정리하고,

주머니 깊숙히에 언제부턴가 박혀있던 틴트를 꺼내어 오랜만에 입술에 색을 더했다.

한 설

'내가 아침부터 이 짓을 하고 있다니.. 어차피 교문 들어가기 전에 지워야되는데 왜 발랐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행동도, 생각도, 성격까지도 부쩍 변해버린 내 자신이 너무나 낯설었다.

그때,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경쾌한 안내음과 함께 입구와 출구가 거의 동시에 열렸다.

왜인지 심장이 벅차 올랐다.

나도 모르게 그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심장 데시벨에 눈앞이 흐려지는 듯한 느낌이 든 그 순간,

이제는 꽤 낯익은 그가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의 옆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 설

'뭐야... 너무 가깝잖아..'

그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니 더욱 긴장이 돼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듯 했다.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꼭 쥔채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내 오른쪽 뺨에 사람의 숨결이 느껴졌다.

한 설

'뭐야.. 착각이겠지?'

착각이겠거니하고 신경을 돌리려 휴대폰을 꺼내든 그 순간,

그의 목소리가 내 귓속에 직통으로 꽃혔다.

박지훈 image

박지훈

(속삭이듯) 설아, 안녕?

한 설

(놀라 조금 당황하며) 어.. 지훈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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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뭐 발랐어? 오늘 예쁘네.

한 설

'그걸 어떻게..'

한 설

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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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니 입술. 평소보다 빨개

한 설

'무슨 내 입술만 관찰하는 것도 아니고.. 으으.. 혹시 진짜 변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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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아. 혹시 이상하게 생각한건 아니지..?

한 설

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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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아쉽다. 지각까지 했는데 곧 내려야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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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더 같이있고싶은데.

한 설

어?..어..

한 설

그러고보니 그렇네. 그럼 난 슬슬 내릴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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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내일도 보자. 꼭.

한 설

그래..

그의 솔직한 표현 덕분에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떨려서 몇마디 하진 못했지만 오늘을 통해 비로소,

우리의 인연이 연결되는 듯했다.

앞으로도 잘부탁해. 지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