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사라지는 신데렐라

데이트

가게에 도착해 두리번거리며 마실 것을 찾고 있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다른 것도 이것저것.

숙취 해소제라고 적힌 갈색병을 두개 집어 카트에 넣고는 과자코너로 갔다.

맛있게 보이는 것은 다 카트로 쓸어담았다. 과자는 아무리 많이 사도 금방 사라지니까. 한 번 갈때마다 가득 사서 채워놓는게 편하다.

지훈이도 몇 개 주고.

..

과자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앞에 있는 알바생이 하나 하나 상표를 찍고 봉지에 담을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과자 사면서 같이 샀던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서 먹으며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주말이고 날씨도 좋은데, 놀러가고 싶다.

어디 놀러간지 오래 되기도 했고. 꽃은 거의 다 졌지만 그래도 놀러가고 싶은 충동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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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지훈이랑 같이 갈까."

살 날 얼마 안 남았다고 정말 막 나가는 느낌이지만, 이왕 살 거 하고 싶은거 다 해보고 가는게 제일 행복할지도.

집으로 걸어가면서도 내 머릿속은 이미 다양한 데이트 코스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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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지훈아!!"

나는 문을 열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박지훈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토끼 쿠션을 안고 헤헤거리며 뒹굴고있던 박지훈은 놀라서 벌떡 일어나며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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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왜?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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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우리 놀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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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 말이었기 때문에 박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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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주말이니까 상관은 없는데..이렇게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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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그래서, 안 갈거야?"

내가 빙그레 웃으며 박지훈을 쳐다보자, 못 말리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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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언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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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음...12시 정도?"

박지훈은 알겠다며 내 머리를 한번 헝클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문을 나섰다.

어차피 곧 만날거니까 인사는 됬다면서.

박지훈이 나가자, 나는 시계를 한번 확인했다. 10시. 시간이 촉박하다.

화장대에 달려가 앉아 선크림을 얼굴에 꼼꼼히 바르고 틴트를 대충 그려바르고 입술을 몇 번 부딪혔다.

아직 한번도 써보지 않는 펄 쉐도우를 꺼내 눈 밑에 조금씩 발랐다.

평소 하던 화장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조금 더 신경써서 했다. 오늘따라 잘 된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화장을 마치고 옷을 고르는데만 30분 남짓 걸렸다. 꼭 이런 날에만 입을 옷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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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뭐 입지..."

한참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 눈에 띄는 하얀 블라우스에 핑크색 스커트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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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다이어트 한동안 안했는데..."

괜히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조심히 치마를 입어봤다. 내 걱정과 다르게 다행히 치마는 꼭 들어맞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맘에 안 들었지만.

시간도 별로 안 남았는데 옷을 다시 갈아입을수도 없고, 그냥 나가기로 했다.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걱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