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사라지는 신데렐라

더블데이트(x)더더블데이트(o)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놀이공원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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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진짜 오랜만이다..."

내가 입을 쩍 벌리고 둘러보고 있을 동안 먹는 것밖에 모르는 박혜승은 옆에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천막으로 달려갔다.

김재환은 넘어지겠다며 소리치며 박혜승을 졸졸 따라갔고.

그 웃긴 장면을 사진으로 저장해놓은 나는 박지훈과 얼굴을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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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혜승이 누나가 배 채울때까지는 어디 못 가겠다. 누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 손을 꼭 잡은 박지훈이 나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눈이 너무 반짝거려서 오래 못 보겠다. 심장에 무리가 조금 오는 얼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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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나는...아직은 별로."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박지훈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잠깐 생각을 하다 날 데리고 빨간 천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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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뭐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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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따라와봐!!"

신이 난 얼굴로 날 데리고 온 박지훈은 잔뜩 나열되어 있는 동물 머리띠들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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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이거다!!"

이내 원하는 걸 찾은 듯 함박웃음을 짓고는 꺼내 내 머리에 씌워줬다.

거울에 비친 내 머리에 씌워져 있는건 사막여우 귀가 달려있는 머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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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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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내 나이가 몇인데 동물 머리띠야..."

귀엽지만 어쩐지 어색해서 벗으려고 하자, 박지훈이 못 벗게 꾹 누르고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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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누가 보면 누나 나이가 한 천살은 되는줄 알겠다. 귀여운데 그냥 써."

그래도 역시 나만 쓰기엔 어쩐지 민망했다. 나도 머리띠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제일 눈에 띄는 머리띠를 하나 집어 박지훈의 머리에 씌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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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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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하하하!!! 귀엽다!!"

박지훈의 머리에 씌워준건 새하얀 귀안이 분홍색으로 물들여져 있는, 누가봐도 귀여운 머리띠.

그걸 박지훈이 쓰니까 더 귀엽게 보였다. 박지훈은 이게 뭐냐고 툴툴거리며 괜히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에 드는 듯 곧 웃으며 토끼 흉내를 냈다. 태생이 귀엽게 태어난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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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아주 꿀이 떨어지네, 꿀이 떨어져. 응?"

한참 달달하던 우리를 또다시 갈라놓은건 다름 아닌 박우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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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안녕하세요~"

박우진과 팔짱을 꼭 끼고 나를 보고 있는 지민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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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안녕하세요..하하..."

애써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오늘따라 둘만의 시간을 잠깐이라도 허락하지 않는 친구들이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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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왠일이야...평소에 이런데 안오던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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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그냥 오랜만에 들러봤어. 너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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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뭐긴,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러 왔지."

여자친구라는 4글자에 또 괜히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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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둘이서만 놀기 심심한데, 같이 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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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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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어..누나,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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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숨겨왔던 폭력성이 드러날 것 같아. 넷에서 이제 여섯이라고.

솔직히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딱 잘라 거절하고 뒤돌아 갈 정도의 차가운 성격도 아니고 친분도 꽤 있는 사람들인데.

이 상황에서 거절하지 않기란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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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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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승

"우리 뭐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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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저는 아무거나 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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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안 무서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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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그럼 무서운 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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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누나 괜찮아?"

땡볕 아래, 6명이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놀이기구를 점령하는 모습이란....

결국 거절하지 못한 나는 승낙했고 6명이 놀이공원을 누비고 다니는 중이다.

데이트보다는....학생때 친구들이랑 놀러온 느낌이 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어쨌든 나와 김재환 빼고는 모두가 즐거워했다. 김재환은 그나마 애쓰는 나와 달리 아랫입술을 쭉 내밀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박우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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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너도 표정 좀 풀어. 벌레 먹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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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니네 만나서 이게 뭐야."

김재환도 나랑 비슷한 입장인듯 싶다. 박혜승과 둘이서만 놀고 싶었는데 우리가 나타나서 방해한 건가.

일행은 롤러코스터 쪽으로 향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그냥 따라가기만 한 우리는 몰랐다. 곧 비명소리가 잔뜩 쏟아질거라는 걸.

나와 김재환은 고소공포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