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여주야 핥아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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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 포크와 케이크 세계관을 간결하게 설명하자면, 이 세계관에선 세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1. 포크 : 일정 나잇대가 되면 맛을 느끼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다. 오로지 케이크만 맛을 느낄 수 있다.

2. 케이크: 포크만 느낄 수 있는 케이크만의 향기가 존재한다. 포크의 먹이. 포크만이 케이크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케이크마다 각자 다 다른 맛과 냄새가 난다.

3. 일반 사람: 포크와 케이크와 관련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

처음부터 내가 케이크란걸 알고 살아온 건 아니였다. 그저 어릴 적 미치광이를 만나 납치되었던 이후 내가 케이크란걸 깨달았을 뿐.

우리 가족은 꽤나 가난에 허우적대며 살아왔었다. 그런 우리에게서 돈을 요구하는 납치도 아닌, 그저 '나'를 원했던 납치. 케이크인 나를 원했던 포크에게서 납치를 당했던 기억이 있어 그저 내가 케이크구나 하며 살아왔을 뿐.

어른들은 항상 입모아 물었다. 납치를 당해 무섭진 않았니? 혹시 트라우마가 생기진 않았니? 하지만 전혀 무섭진 않았다. 납치를 했던 포크 치곤 꽤나 다정한 포크였다.

다른 케이크들에 비해 나는 꽤나 양반이였다. 이 사회에서 케이크란 포크라는 범죄자의 불쌍한 희생양일 뿐이였으니까. 납치를 당해 잔인하게 뼈까지 우득우득 먹힌 케이크들에 비해선 나는 엄청난 행운아였다. 몇번 빨리다 나온게 다였으니까.

케이크 평균 수명 연령대를 넘어서 살아왔으니까. 내 자신이 행운아라고 자부 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랬다.

가난에 찌들어 살던 나였지만 개천에서도 용은 난다고 명문대에 합격에 열심히 졸업까지 한 후 대기업까지 들어와 승승장구하고 있는 내 삶이었다. 여태껏 고생한 보람이 역시 있었나보다

이렇게까지 가족을 호강 시킬 수도 있고 참 여기까지 노력해온 내 자신이 대단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천성이 뻔뻔한 성격이긴 하지만 대기업 첫 입사라는건 인생에 별 흥미도 긴장도 못느끼던 나에겐 꽤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땀이 뻘뻘 나는 손을 차려입은 정장 치마에 닦으며 지급받은 사원증을 잠시 바라보다 엘레베이터 안에 몸을 들였다. 고급진 건물 내부, 엘레베이터 안까지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지라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출근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엘레베이터 안엔 나를 제외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눈치받지 않으며 마음껏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뒷쪽이 유리로 되어있는 형식이라 창 밖을 맘껏 내다보다 스르륵 멈추는 엘레베이터에 층 수를 확인하려 시선을 올렸다.

아직 1층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멈춘 엘레베이터에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을까, 열려버리는 문에 눈을 크게 떴다. 아.. 사람이 오긴 오는구나. 괜히 뻘쭘해져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

몇초간 그렇게 있었을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문쪽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그곳엔 멍하니 멈춰서 내게 시선을 내리고 있는 남자만이 존재했다. 조금 멍청한 표정, 아니 어떻게 보면 황홀해보이기도 했다.

김여주
안타세요?


변백현
아.. 네네.. 타요.

그 자리에 멈춰있던 남자는 잠시 몸을 부르르 떨다 엘레베이터에 느릿하게 몸을 들였다. 꽤나 비싸보이는 양복. 번지르르한 구두. 잔머리 하나 튀어나오지 않은 깔끔한 포마드. 남자치곤 깨끗하고 또 나름 밝은 피부톤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곱게 자란 도련님의 이미지였다. 괜히 엮여봤자 좋을 일 없을 것 같아 유리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꽤나 높은 빌딩에 작아보이는 사람들. 개미 같이 손가락으로 찍 누르면 팍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크기였다.


변백현
저기요

김여주
...네?


변백현
...새로 오셨나봐요?

갑작스런 남자의 부름에 잠시 사색에 잠겨있다 깨어났다. 고요했던 엘레베이터 사이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갔다.

김여주
아, 네. 이번에 새로 입사했어요


변백현
아아.. 그렇구나.

김여주
...

대화를 하면서 계속 유리창을 보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고개를 남자쪽으로 돌렸다. 내 갑작스런 움직임에 잠시 흠칫하던 남자가 시선을 티나게 피했다. 계속 보고있던건가. 무례하다고 찍히진 않겠지.

띵-

길게만 느껴졌던 엘레베이터가 제 층에 도착하고, 잠시 멈춰있던 걸음을 엘레베이터 밖으로 옮겼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아 걸음을 옮기다 말고 잠시 뒤돌아봤을까, 언제부터 내 뒷모습을 지켜본건지 닫히는 엘레베이터 문 사이로 미소를 짓고

날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괜히 꺼림칙한 느낌에 소름이 돋아 양팔을 문지르다 재빨리 걸음을 다시 옮겼다. 첫날부터 뭔가 느낌이 싸한데..

선배 1
인사팀 신입이에요. 다들 인사해요.

김여주
안녕하세요 김여주입니다.


이지윤
이번에 새로 들어오게 된 이지윤이라고 합니다!


도경수
도경수 입니다.


박찬열
박찬열 입니다! 잘부탁드려요!

꽤나 발랄하게 인사들 하는 신입들에 팀 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다들 밝은 분위기로 신입들을 맞이하며 한명한명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던 찰나였다.

선배 1
어? 팀장님 오셨어요?


변백현
아... 내가 좀 늦었나.

선배 1
아니에요! 이제 막 신입들 소개하는 참이었어요.

왠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손톱을 만지작대며 뒤돌았을까, 아까 엘레베이터에서 봤던 낯익은 남자가 하하- 사람 좋게 웃어보이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약간 각진 웃음을 지으며 접힌 눈으로 내게 웃어보이는 남자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혹시 내가 밉보인 짓을 하진 않았나 잠시 생각했다.


변백현
음, 그럼 오늘 신입사원들도 있고 하니 퇴근하고 환영식 어떨까요?

선배 1
오 좋아요! 어디로 잡아둘까요?


변백현
가고싶은 곳으로 예약해주세요.

선배 1
네네!


변백현
그럼 이만.

뒤돌아 제 자리로 향하는 팀장의 반듯한 뒷모습을 바라보다 볼을 긁적거렸다. 너무 과대망상이었나. 머쓱한 기분에 팔을 잠시 쓸다 아직 조잘대는 선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배2
"그럼 오늘은 일단 첫날이고 하니 자리 배정 받고 잡일만 하면 될거야."

김여주
아, 네.

어느정도 긴장이 풀린 듯한 동기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있는 팀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팀장 변 백 현'

쩝. 잠시 입맛을 다시다 고개를 돌렸다. 빨리 돈을 차차 모아서 시궁창 인생을 탈출해야 할텐데. 손톱을 틱틱대며 만지작거리다 여전히 떠들떠들거리는 팀 선배들을 바라봤다. 뭐, 그리 힘든 회사가 될 것 같진 않군.

아, 취했나.

선배2
여주씨! 한잔 더! 잘마시네!

김여주
아...

잔을 비우면 비울 수록 쪼르르륵 흘러들어오는 투명한 액체에 작게 남모를 한숨을 내뱉었다. 정신이 조금 몽롱한게 술에 취해가는 것 같은데.

집이 꽤나 먼 거리에 있어 아득한 정신으로 얼마나 더 마시면 개가 될지 고민하다 내 앞에 채워진 잔을 들고 재촉하는 선배에 결국 생각을 비우고 잔을 들었다.

선배2
그렇지! 쭉쭉들어가네!

선배 1
지윤씨 그만 마시게?


이지윤
아.. 죄송해요.... 헤.... 쫌... 취한 것 같아서...

내 앞에 있던 잔을 비우기 무섭게 옆에서 들리는 대화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닿는 시야안엔 상기된 볼을 만지작거리며 술잔을 비우지 못하고 있는 지윤씨가 보였다

옆에 누가 있는건지도 모르는지 옆 사람에게 기대는 지윤씨를 보다 작게 혀를 찼다. 술에 취해서 팀장님께 기대는 꼴이라니.


박찬열
팀장님 계속 마시시네요

선배 1
괜찮으세요?

쓰리지도 않은 지 계속해서 술을 들이키는 팀장님을 걱정하는 사원들의 목소리에 계속해서 내 술잔에 술을 따르던 선배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곳엔 기계적으로 술만 쭉쭉 들이키는 팀장님이 있었다

제 어깨에 기댄 지윤씨가 걸리적거리는지 제 어깨를 들썩이며 지윤씨를 반대쪽에 앉아있는 선배에게로 미는 팀장님이었다.

매너는 꽝이네.

관심이 내게서 떨어진 순간이라도 술을 깨려 찬물을 컵에 쏟아내듯 담으며 재빨리 들이켰다.

한순간에 찬물이 뜨거운 속에 끼얹어지자 정신이 번떡 들었다. 내일 아침에 숙취 쩔겠다 진짜. 한숨을 쉬며 피곤한 눈 주위를 꾹꾹 눌렀다.


변백현
김여주라 했었나.

개떡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흩어보던 팀장이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여태껏 술을 물마시듯 들이키던 사람은 멀쩡한데, 주변은 온통 개떡처럼 취해 널부러져 있었다.

김여주
네?


변백현
하아...

한숨을 내뱉으며 연신 마른 세수를 해대는 팀장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저 인간도 겉은 멀쩡해보이는데 사실 취했구나. 결국 중간중간에 꼼수를 부려 살아남은건 나뿐인가.

술에 취해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 해보이는데 어떻게 보내야할지.. 막막한 미래에 피곤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냥 가면 그냥 갔다고 욕먹으려나.


변백현
미치겠네...

김여주
...?


변백현
냄새..

마른 세수를 하다 말고 제 얼굴을 감싸며 날 바라보는 팀장에 눈썹을 들썩였다. 술 취했으면 곱게 뻗지..


변백현
달달한 냄새나..

김여주
네..?


변백현
너한테서..

왠지 낯설지 않은 상황에 주먹을 꽉 쥐었다. 머릿 속에 묻어뒀던 어릴 적 기억이 문득 비집고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아가 그거 아니?

김여주
...

???
너한테선 냄새가 나.

김여주
...

???
그냥 냄새도 아닌 그것도 몹시 달달한 냄새.

김여주
...

???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그런 냄새.

그때 입맛을 다시며 어린 날 보고 그런 말을 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결국 잡혀 감옥 안에 있겠지만, 그 남자의 분위기와 지금의 팀장은 몹시 흡사해보였다.


변백현
여주야

김여주
...


변백현
이리 와 봐.

술에 취한건지 내게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는 팀장에 인상을 찌푸렸다. 도망쳐야하는 타이밍인가. 상대방이 포크인지 일반 사람인데 술에 취해 개버릇을 뽐내는건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이 사람들을 버리고 튄다면 살 수는 있겠지만 회사에서 꽤나 눈초리를 받을 것 같은데.


변백현
안오면, 내가 가지.

제 옆에 있던 지윤씨를 치우며 내게 엉금엉금 기어오는 팀장에 주먹을 꽉 쥐었다. 여차하면 한대 쥐어박아 줄 생각이었다.

김여주
...

어느새 바로 앞까지 와버린 팀장에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을까, 그런 내 손을 잡아 이끌며 제 입가에 대는 팀장에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떡하지. 어떡해야하지..

핥짝-

물컹하고 뜨거운 분홍색 덩어리가 내 손에 물기를 남겼다. 내 손을 개마냥 핥으며 미소를 실실 짓는 팀장에 조금씩 들던 공포감은 사라지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변백현
달아... 맛있어...

김여주
맛있어요?


변백현
웅..

김여주
그럼 이제부터 한번 핥을 때마다


변백현
...?

김여주
만원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