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유연망반: 오늘도 널 찾아 헤매인다

[Episode8] 생의 법칙-(1) [유연편]

조금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지민과 다르게 연이는 여전히 느껴지는 죄책감에 울고있었다

유 연

흑...흡....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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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고작 이럴려고...남의 집 벽에 주저앉아서 울려고..여기까지 온거야?...

낯게깔린 목소리와 자신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 남자가 연이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유 연

...!?!?..ㄴ..누구세요...

한참 울고 난 후라서 그런지 잠겨버린 목소리와 경계심이 잔뜩 깔린 표정으로 태형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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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태형은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주저앉은 연이의 옆에 몸을 굽히며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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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글쎄..뭐라고 설명하기 참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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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음...아무튼!..너 참 대단하다~어쩜 둘이 그렇게 성격이 급한지..쯧쯧

연이는 느닷없이 말을 돌리는 태형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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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뭘 또 모르는 척 해..

유 연

아니...모르는 척이 아니잖아요..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요..지금!!!..

태형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진짜 모르냐는 표정을 짓고는 연이에게 낡은 책을 꺼내 주었다

유 연

ㅇ..이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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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일단 보고나서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연이가 건네받은 책에는 역사가 깊다는 걸 말하는 듯 뽀얀 먼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 연

..으..먼지...후~!!.....에??..생의 법칙??

입으로 먼지를 불고나자 '생의 법칙'이라는 글자들이 드러났다

연이는 천천히 표지를 열었고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었는지 책은 뿌드득 소리를 내며 연이가 읽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 연

세상엔..정해진 사랑이 존재한다..이것은 또 다른 말로 '운명'이라 부르는데 이는 모두가 지켜야 할 도리와도 같다. 그리하여 몇가지 간략한 법칙을 정하였고 이 법칙들이 세상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유 연

ㅁ..뭐야..이거..

연이는 동그래진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연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는 동안 능청스럽게 두 팔을 베게삼아 벽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고 있었다

유 연

......법칙들은 아래의 조항들과 같다.

유 연

조항1. 모든 인간들에게 이미 정해진 운명의 상대가 존재하고 반드시 이에 따라 그 상대와 평생을 함께해야 하며 사랑해야한다

유 연

조항2. 만약 운명의 상대가 본인보다 먼저 사망할 시 판결에 의해 준법자를 우대하여 그 다음 생에서도 같은 상대와의 삶을 허락한다

유 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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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에휴...이제 알겠냐..이 바보야..너네들은 이번 생만 지나면 다시 태어나서 만날 수 있었는데 성격이 얼마나 급하면 서로 찾겠다고 나서서 일을 꼬이게 하냐고!!...으이그...내가 진짜!!!

유 연

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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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넨 지금 법을 어긴 거나 마찬가지야... 넌 박지민이 있던 전생으로 박지민은 니가 있던 후생으로 가버렸으니 당연히 시공간이 모두 뒤틀려가고 있는거지...

유 연

..........도대체..그쪽은 누구길래 이렇게 잘아는 건데요??..뭐하는..사람..아니 사람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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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반가워. 앞으로 너의 생을 관리할 김태형이야.

유 연

..내..생을 관리한다고요??..그럼..지민오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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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눈치 하난 빠르네..박지민 그 자식 곁에도 조만간 우리쪽에서 보낸 관리자가 찾아갈꺼야.

유 연

...그..우리쪽이 어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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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건...김ㄴ..합!!(입틀막)..안돼 기밀유지!!!!

유 연

그건 그렇고...난..아니 우린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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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지..

유 연

ㄱ...그럼 못 만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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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둘 중 하나가 죽고나서 기억을 잃고 깨어나면 자동으로 다음생에서 만나겠지만 서로는 기억을 못할꺼야..이걸 원해??

유 연

그럼 어때요!!!!...이렇게 어차피 만나지도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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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넌 아직 모르는구나...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것 보다 서로의 앞에 있어도 서로를 알아보지는 못하는게..안지도 못하는게..얼마나 괴롭고 외롭고 아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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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됐어....그냥 읽던거나 마자 읽어....

순간적으로 욱하고는 곧바로 후회하는 태형의 얼굴에는 원인 모를 슬픔이 담겨져있어 보였다

유 연

.....조항3.시공간의 질서는 반드시 유지해야하며 이를 어길시에는 환생이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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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서 내가 왔잖아..

태형은 갑자기 연이의 팔목을 잡더니 소매를 접어 유연망반 이 붉은 네글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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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거..조심해야 할꺼야..

유 연

ㅁ...뭘 조심해요?

연이는 놀라 움찔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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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 빛 언제 사라질지 몰라..빛을 잃으면 여기..너의 전생에 갇혀버릴 지도 모르니까..조심해야 할꺼야..

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의 다음장을 넘기려던 찰나 갑자기 두눈에 재빠르게 책을 낚아채는 태형의 팔이 보였다

유 연

....!?!?

'부우욱'

태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동시에 책의 마지막장을 거의 잡아뜯듯이 찢어버렸다

유 연

ㅁ...뭐에요!!!! 아직 다 읽지도 않았는데 왜 찢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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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하하핳 이건 그냥 음..일종의 메모장이라고 생각해..왜 그 항상 책 마지막에 메모하는 데 있잖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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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ㄱ...그나저나 얼른 궁으로 돌아가!!! 벌써 새벽6시가 다 되가잖아!!

유 연

....왜..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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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시공간을 뒤틀지말라고 했잖아 여기서 원래 살던 것 처럼 행동해야해..

태형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연이의 등을 떠밀고는 찢겨진 종이를 등뒤로 감췄다

연이는 뒤를 돌아보았고 태형은 그런 연이에게 웃어보이며 자꾸만 얼른 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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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씨..들키는 줄 알고 쫄았네...

태형은 종이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꾸겨 멀리 던져버렸다

태형에게 던져진 그 종이는 단순한 메모노트가 아니었다. 그 종이는 생의 법칙 중 마지막 남은 조항들의 내용이 담겨져있었다

태형은 파랗던 하늘이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변해져가는 걸 느꼈고 그건 태형의 눈에 잔뜩 고인 눈물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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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씨발...눈물은 왜 나냐 병신같이.

(생의 법칙) 조항4. 운명을 거부하고 다른 상대를 찾는것은 엄연한 위법사항이다. 사랑은 단 두글자로 정의되며 사랑이란 글자 앞에 다른 글자가 붙는 것도 위법사항에 해당한다

형량 및 형벌: 위법자는 운명을 거부하고 마음에 담아둔 그 사람의 생의 관리자가 됨.

그랬다. 연이의 앞에 나타난 태형은 운명을 거부하고 사랑 앞에 '짝'이라는 글자를 붙여놓은 위법자였다.

시한폭탄 같은 마음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