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외로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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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자, 사람이란 모두 외로움을 타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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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나도 한때는 외로움에 빠졌었지...

또, 또 시작이다. 저 지긋지긋한 얘기.

요즘 한창 '외로움'이란것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래, 공부하는 것은 괜찮다만. 선생님의 방정맞은 입이 또 제 외로움을 끄집어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저번부터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것인지. 아니지, 많은것도 아니다.

맨날 똑같은 얘기만 하면서 꼭 처음 말한다는듯이 기억을 리셋 시키는듯 하다.

이어지는 여담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기분이였다.

학생 1

아, 또 시작이네...

학생 2

쌤~! 그 얘기 저번주에도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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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하,하 그러냐?

학생 1

네. 그만 좀 하세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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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알았다. 그럼 다시 수업하도록 하자.

휴, 한숨 돌렸다. 제가 외로움을 탔다는것을 동네방네 얘기하고 다녀야 속이 풀리는 사람이였기에, 누군가가 말리지 않으면 계속 얘기할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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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럼 교과서 98쪽을 펴라.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책을 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책을 뒤졌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공책에 사각사각 채워넣는 내 귀에 들리는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빗소리였다.

고개를 돌려 창문쪽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비오는 날은 기분도,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무룩해진 나였다.

일기예보에는 비온다는 소식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가방속에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비상용 우산이 있었다.

나는 무심히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 다시 공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딩동댕동

학교가 끝나는 종소리가 들려오고, 한명씩 교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학교를 나섰다.

신발을 갈아신고 허리를 펴 우산을 쓴 내 눈앞에는 우산이 없어 친구와 함께 쓴 아이들이 재잘대고 있었다.

기분이 조금 쓸쓸해지는듯 했다. 이런게 외로움인가?

하지만 그런 기분 따위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을 등지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길거리에 엎어져 있었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니, 그제서야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원래는 이런것을 보고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데, 기분이 이상해서 그런것이 였을까. 그 사람에게 달려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오세훈. 명찰이 그가 누구인지를 확인시켜주었다. 솔직히 우리 학교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아 물론 좋은 인상은 아니였지만.

날라리로 유명한 오세훈은 머리가 멀리서도 눈에 띌듯한 밝은 노란색이였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잠이 든 듯했다.

왜 여기서 잠이 든거지?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오세훈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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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뭐야...?

눈을 뜨고 나를 째려보는 세훈에, 꽤나 당황한 제 모습이 웃겼나보다. 픽- 하고 어이없다는듯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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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어...어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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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야, 너 우산있냐?

대뜸 제게 이렇게 물어왔다. 우산이야 당연히 있다. 하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나, 쫄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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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응... 우산 있어. 근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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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너 나 알지? 나랑 우산 좀 같이 쓰자. 보시다시피 우산이 없어서 다 젖어버렸네.

내가 왜 너랑 우산을 같이 써야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저를 쳐다보는 세훈의 눈빛에 꾹 다물어 버렸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였으니까.

결국은 함께 우산을 썼다. 우산은 넓었지만 좁디 좁게 느껴졌다. 나는 어깨를 한껏 움츠렸다.

이때는 몰랐겠지. 오세훈에게 우산을 씌여준 뒤로 얼마나 큰일이 일어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