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선사시대 로맨스

2화: 그와 숲속 나들이

부족장

"딸래미, 어디가?"

여주 image

여주

"그냥 숲쪽으로 산책하려고요."

그날이후로 집에만 있었더니 심심했지만, 드디어 상처가 다 나았다. 

흉터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이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숲으로 빨리 가고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 멀지도 않았고, 숨기에도 좋은 최적의 장소였다. 그리고 그를 만나러간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숲에 가기면 하면 만날 수 있다고했으니, 그걸 그대로 믿기로 하고 가족들 몰래 도시락까지 준비했다.

사람이 한가해진 틈을 타 숲으로 들어간 여주였다. 

그와 만났던 숲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듯이 걸었다. 여주는 자신이 걸려넘었어졌던 나무뿌리까지 확인하고 잠시 멈춰섰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하기만한 숲속이었다. 

여주는 한숨돌리려 나무에 살짝 기대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초원의 모래바람과는 다르게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외로운 남자

"너, 내 신부가 되라!"

갑자기 소리치는 누군가에 의해 숲속의 평화가 깨져버렸다. 놀란 여주는 나타난 남자를 피해서 또 달려야만 했다. 

막상 대화를 시도해보자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쫓아오는 꼴이 되버렸으니 말을 해도 들을리는 없었다. 

위험천만한 숲길을 달리면서도 지칠줄 모르는 끈기때문에 한참을 달리다 여주가 숨을 곳이 없었던 곳에 몰려버렸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위로 올라와. 내가 잡아줄게."

나무위에서 나타난 그가 밑에 있었던 여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진영의 손을 잡았다.

여주를 나무위로 끌어올리고는 나뭇가지에 나란히 앉았다. 끙끙거리며 겨우 올라오니 그가 너무 반가운 여주였다.

여주 image

여주

"여기서 뭐..."

배진영 image

배진영

"잠시만 조용히. 아직 주변에 있어."

여주를 끈질기게 쫓아오던 남자는 다행히 위를 올려다보지 않고는 조용히 떠나갔다.

이제서야 안심이 되자 오랜만의 안부인사를 전하는 그들이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오랜만, 인데. 다리의 상처는 다 나았나?"

여주 image

여주

"덕분에 살았어. 흉터는 남아버렸지만."

여주의 상태를 천천히 훑더니 시선이 다리에서 멈췄다. 천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남아버린 흉터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여주 image

여주

"걱정하지마. 이제 아프지 않으니까. 그때 안 넘어졌으면 이렇게 만나지도 않았을껄?"

배진영 image

배진영

"그건 안돼. 흉터가 남은건 아쉽지만..."

잠시동안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킥킥거리며 웃었다. 아무도없는 걸 확인하고는 나무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여주 image

여주

"근데 우리 이제 뭐하고 놀거야...?"

진영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당연하다며 해맑게 대답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내가 숲 속을 구경시켜줄게, 어때?"

여주가 알겠다며 진영의 뒤를 따라 숲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찾지 못했던 강가에 다다르자, 손을 뒤로 잡더니 여주에게 설명해주었다. 사실 설명보다는 자기 얘기라고 할 수 있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여기는 땅이 기름져서 나무열매나 농사가 엄청 잘되는 곳인데, 여기서 밥 먹고 살아."

여주 image

여주

"우리는 고기만 먹고 살아. 전부다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고 살거든."

서로가 사는 곳과 먹는 음식조차도 공통점이 없었다. 멀지않은 곳이었지만 서로를 모르고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잠시 이리로 올라와봐.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여주는 나무가지를 조심히 붙잡고 진영의 안내를 따라 큰 나무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꼭대기에 올라서니 여주 자신이 살고있던 초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주는 그 모습이 신기해선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어...때?"

진영이 의견을 묻자 아직까지 처음보는 광경에 얼떨떨하며 대답하는 여주다.

여주 image

여주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풍경 전체를 보는 게 처음이라서... 엄청 이쁘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계속 숲으로만 와준다면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어. 심심할때라도 와주라."

여주 image

여주

"그래. 계속 놀러올께."

지속적인 만남을 기약하고는 나무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그들이다. 진영은 여주와 강가를 걷다가 어느 곳에서 멈춰섰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뭐... 따로 가고싶은데는 없어?"

여주 image

여주

"구지 고르자면... 너네집이라든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진영이다. 그런 진영의 모습에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밀려들어왔다. 그러자 진영이 여주를 타일렀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여자가 남자집에 함부로 찾아가면 안돼, 너무 위험해."

여주가 예상했던 반응에 실망한 듯 했다. 그냥 집들이라도 가고싶다는 거였는데. 진영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가 싶더니 말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하지만 우리집은 괜찮다."

그게 대체 뭐야. 말도 안되는 논리에 피식 웃었다. 진영은 자신의 집으로 여주를 안내했다.

꽤 깊은 산속에 위치해있었던 진영의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들고있는 짐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나무와 물 밖에 없는 고립된 곳이었다. 그런 여주는 진영에게 물어봤다.

여주 image

여주

"여기서 혼자 산지 얼마나 됬어? 집이 최근에 지은 것 같지는 않은데..."

배진영 image

배진영

"그냥 여기서 자랐어. 그때부터 혼자였고."

여주가 진영의 과거에 조금 숙연해지자 진영은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말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괜찮아. 이젠 여기에 데려올 사람도 생겼으니까. 그거면 만족해."

무언가 소박하지만 행복한 그를 보니 덩달아 자신도 행복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영이 물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너는, 결혼 안 할꺼야?"

그러자 여주가 질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마 여태껏 샜던 얘기중에서 가장 격한 반응이었다.

여주 image

여주

"절대 안해. 그때 도망가던 것도 결혼 때문이었으니까."

그제야 모든것이 이해됬는지 아리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여주는 진영에게 제안하기로 하며 새끼손가락을 폈다.

여주 image

여주

"그러면, 우리 서로 결혼할 때까지 매일 만나기로 하자."

배진영 image

배진영

"그럼 누군가가 결혼하게 되면?"

여주 image

여주

"그땐... 웃으면서 보내줘야지."

약속하기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감정속에서 둘은 약속하기로 했다. 누군가가 결혼하게 되면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어쩌면 잔혹한 매듭처럼 꼬여버릴지도 모르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하면 계속 만날수 있는 변명이 될거라는 생각에 한 약속이었다.

꼬르륵-

그러자 문득 들려오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는 웃음을 선사했다. 여주는 솔직한 자신의 배에 당황했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밥 해줄테니까 먹고갈래?"

여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영이 집 안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오자 여주도 자신이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이건... 뭐야?"

진영이 천도시락속에 있던 양고기를 조심히 가리켰다. 아무래도 숲속에서 살다보니 익은 고기를 본적도, 먹어본 저도 없었을거다.

여주는 고기한점을 들어 진영의 입속으로 넣어주었다.

오물거리며 고기를 맛본 진영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어태껏 열매만 먹고 살아서 그런건지, 제법 마르기도 많이 마른 그였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이게 고기... 라는건가. 완전 맛있다."

여주 image

여주

"초원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고기만 먹어서 덩치가 제법 커. 필요하면 가져다줄게."

진영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 여태껏 부족했던 걸 먹은 탓에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여주가 진영이 가져온 열매들을 집어 먹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채우는 게 담백한 맛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준비해온 음식을 먹어보더니 각자의 입맛에 잘 맞았는지 이미 정신을 차렸을땐 다 먹은 후였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이제 슬슬 어두워지니까 데려다줄게."

사이좋게 집을 나서고는 다시 숲길을 되돌아 걸으며 사담을 나누는 그들이었다.

어느샌가 숲이 시작하는 곳까지 와버렸다. 확실히 도착했다는 걸 확인하고선 진영이 돌아가려고 하자 여주가 그를 붙잡았다.

여주 image

여주

"잠시만! 이름이, 뭐야?"

여주가 묻자 진영이 다시 되돌아오더니 여주에 귓가에서 조용히 속삭이듯이 대답했다.

배진영 image

배진영

"배진영. 내일은 이 근처에서 기다릴게."

그의 목소리가 여주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름을 알려주고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왠지 내일이 기다려지는 자그마한 설렘이 여주를 감싸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