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늑대들의 육아일기

4화_너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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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으...아..."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펴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자 불안한듯 스쳐가는 예감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우리집에 얼마전부터 함께 살고있는 삼총사들때문은 아니었다.

뭔가 찝찝한 느낌에 침대에서 어정쩡하게 일어나 휴대폰을 켜니,

오늘은 월요일이었다.

09:41 PM

그러자 보란듯이 흘러가고 있는 시곗바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나는 서둘러 준비를 끝내고는 방을 뛰쳐나왔다.

지각, 이다.

정장에 치마까지 차려입고 나오니 마침 집을 청소하고있던 민현과 마주쳤다. 민현은 옷차림을 보더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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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에... 누나 오늘 어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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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회사, 지금 늦어서 바로 가야해. 배고프면 찬장에 있는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있으면 금방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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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다녀오세요."

인사를 받아줄틈도 없이 급하게 집밖으로 나서자 손을 흔들어주다가도 청소를 계속하는 민현이다. 그러자 문득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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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아, 우리중에 라면 끓일 수 있는 거 누나밖에 없는데."

걱정되는 '밥' 생각에 발을 동동구르다가 방안으로 다시 들어가버렸다. 뭔가, 동생들과 해결책을 같이 찾고자하는 바램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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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저...얘들아."

그러자 민현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여주누나 방금 회사가셔서 집에 우리밖에 없어. 그러자 눈치가 없는건지, 마냥 기뻐하기만하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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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유후, 우리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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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늘은 다같이 밤새 놉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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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밤샘은 무슨,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여주 누나가 없으면-"

우리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는거라고. 그러자 기뻐하다가 금새 진지해더니 모여들었다.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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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그럼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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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라고 했는데, 혹시 끓일 줄 아는 사람?"

아니나 다를까, 역시 잠잠하기만 했다. 그러자 더 고조되는 중요한 문제. 갑자기 다니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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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주방에 가면 답이 나올지도 몰라."

그러자 조용하게 다같이 수긍하고는 주방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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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봐봐, 여기 라면 끓이는 방법이 적혀있잖아."

오, 생각보다 해결책이 빠르게 나왔네. 다니엘이 라면봉지 뒷면에 있는 조그마한 글씨들을 가르켰다. 그러자 글씨를 읽는 듯 하더니 갸우뚱거리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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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근데... 3/2? 이게 무슨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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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물은, 어떻게 끓인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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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흠... 몰라."

서로를 바라보며 허공에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그 질문들마저도 공중에서 흩뿌려지듯 자연스레 사라지며 되풀이되는 게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있었듯이, 그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멍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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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으, 지금쯤 밥 먹고 있으려나...?"

오랫동안 한 자세로 계속 자리에 앉아있다보니 온몸이 쑤셔온다. 앉아있는 것도 문제지만 상사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자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무언가를 잔뜩 들고 멀리서부터 점점 다가오는 상사. 역시나 예상이 빗나가지 않고 들어맞았다. 서류뭉치들을 가득 껴안고오더니 내게 말을 건네왔다.

상사

"여주씨, 이거 퇴근전까지 다 정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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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ㄴ...네."

상사에 손에 들려있던 서류뭉치들을 받았다. 순간 느껴지는 무거운 무게에 헉하며 허리가 저절로 숙연해졌다. 아니, 퇴근시간이 언젠데 이걸 다 정리하라는 거냐고.

06:52 PM

지금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보니 어느덧 7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기억을 되듬어보면, 분명 퇴근시간은 7시쯤이었는데.

서류뭉치들을 보아하니 족히 몇시간은 걸릴 것 같은 엄청난 양이다. 분명히 직접적인 말은 안 했지만, 이걸 준 이유는 확실해졌다.

이건 그냥 퇴근하지말라는 거잖아. 그래도 일은 마치고 가야했기에, 한숨을 푹 쉬며 책상에 종이들을 거칠게 집어던지고는 자리에 앉았다. 점점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모마음이 다 그렇듯이, 집에서 사고치기만 하는 삼총사들을 위해 돈은 벌어야했기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종이들을 조금씩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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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밥이라도, 잘 챙겨먹었겠지?"

어느새 불평이나 자기걱정은 사라진채 집을 지키고있는 삼총사들을 걱정하는 여주였다. 이게 부모의 '애정' 이라는 것이라는 걸 여주는 알지 못했다.

아니, 매일 뒷처리를 하느라 알리가 없었다.

08:1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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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으...드디어 정리 다 했다... 이제 저 퇴근하겠습니다."

드디어 퇴근을 외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여주.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주변에 있던 동료들은 다 사리진지 오래였다. 회사에서 홀로 남아있던 것이다.

이런 망할 상사를 봤나.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은 여주는 다른 업무를 떠안겨주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함에 여러 공지사항들이 붙어있었던 안내문을 살펴보았다.

'재택근무자 모집. 해고하는 게 절대 아니니, 생각있는 직원들은 언제든지 사장실로 문의바람.'

그러자 여주의 의지가 다져진 듯 하더니 서류종이들을 내팽겨쳐두고 사장실로 향했다. 내가 회사를 나온다고 한들, 해고당하지는 않으리라고 하면서 말이다.

08: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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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얘들아, 나 왔..."

회사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보이는 광경. 바닥에 마른 오징어들처럼 널부러저있는 삼총사를 보고는 꽤나 당황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거야. 돌아오는 인사를 받아주기는 커녕 삼총사가 바닥에 널려있었다. 손을 들어줄 힘도 없는건지 고개가 원래 나를 향하고 있었던 성우는 눈알만 굴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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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니, 대체 무슨 일이야..."

그러자 쓰러져있던 민현이 다니엘에 손에 들려있는 라면봉지를 가르키더니 힘없이 팔이 아래로 향했다. 아직 뜯지도 않은 라면봉지. 아니, 대체 안먹고 버티고 있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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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라면 끓일 줄 몰...라서...(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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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누나... 살려...(털썩)"

아, 그러고보니 그들에게 라면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그래도 진짜 아무것도 못하고 계속 굶고있었다는 거야? 그런 그들이 어이없어선 헛웃음이 허탈하게 새어나왔다.

다니엘은 오래전부터 이미 쓰러져있던 모양이고, 나머지 둘은 방금 전에 쓰러져버렸으니 올킬이었다.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들을 다 침대까지 옮겨주고는 함께 침대에 들이누웠다.

...

역시나 한숨만이 난무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