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늑대들의 육아일기
1화_치치의 마지막



여주
"치치야, 어디가는거야...?"

어릴적 나는 아직 자라지 않았을 때부터 데려와 함께 자란 강아지가 있었다. 그당시에 친구가 없었던 나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줬던 강아지 치치는,

사실 늑대였다. 그것도 말하는 늑대.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되었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좋게 느껴졌다. 서로에 대해서 더 알게 됬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자라면 자랄수록 점점 보통의 개들과는 다른 모습을 띄게되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들이 신고해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치치를 데려가려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찾아왔던 날,


치치
"잘 있어. 언젠가는, 다시 만나."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버린 뒤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어릴적에 나는 나를 남겨두고 떠나버린 치치가 보고싶기도 하고, 떠나버린 사실이 밉기도 해서 몇일은 계속 울기만 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어른이 됐고 어릴적 함께 지내줬던 치치가 마음 한켠의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그때 떠나버렸던 것이, 서로에게 최선의 방법이었을 테니까.

그래도 한번이라도 보고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사실 최근에 사회에 나와서야 뼈져리게 깨달았다.

내 평생, 서로를 진심으로 대해줬던 친구는 치치밖에 없었다고.


여주
"보고싶다, 치치야..."

아무도 없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포장마차에서 신세한탄을 하느라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다. 계산을 하고 집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취할만큼까진 아니었는지 정신은 멀쩡히 깨어있다. 그정도로 만족하자며 시원한 바람을 맞기위해 고개를 위로 젖혔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보름달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않은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저 달을 보며 그리운 무언가를 생각하는 그런 밤.

집으로 가기위해 몸에 배인대로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여기서 혼자 산지도 벌써 5년이 넘어가고있었다.

익숙하지만 언젠간 낯설다고 느끼는 골목에서도, 생각보단 살만했다.

...이런 밤에 혼자 다니는 걸 빼면 말이다.

골목길을 걸어가다보니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티나지 않게 빠른걸음으로 걷고 뒤를 돌아보니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는 듯 고요했다.

괜찮아, 가끔 그럴때도 있는거겠지. 제 자신에게 기를 세워주며 골목을 걸어다녔다.

그러자 들리는 소리,

탕-

뭐지, 설마 총소리같은 건가? 여기서 누가 총을 쏜다고 그러는거야. 괜히 착각하지 말자며 서둘러 걸어갔다.

골목에서 들려오는 왠지모를 총소리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한밤중이라고 누군가가 장난친거라 생각하고는 다시 제 갈길을 가려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가 내 발걸음을 돌렸다. 그건 분명히,

늑대의 하울링 소리였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만약에 경우에, 치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냥 보고싶었다는 마음이 전부였고 그게 날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소리를 찾아가니 막다른 골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울링소리와 그전에 울렸던 총소리. 불안한 생각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골목에 도착하니, 보이는건 쓰러져있던 늑대 한 마리와-

그 주변을 맴돌며 낑낑거리는 새끼늑대 3마리 정도가 보였다. 난 쓰러져있던 어미늑대가 왠지 눈에 익는다는 생각에 다가가니, 분명히 치치였다.

옆구리주변에는 총을 맞았는지 하얗게 덮혀있던 털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치치는 힘겹게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희미하게 미소를 띄어주었다.

나는 아무말도 없이 치치를 끌어안았다. 예전과는 다르게 커져버린 몸집에 보이는 흉터를 보니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치치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와중에도 옆에서 낑낑거리는 새끼들을 안정시키려 열심히 핥아주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이 옛날에 어렸던 나와 치치라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다.


여주
"그럼... 일부로 날 찾아온거야...? 새끼들까지 데리고...?"

치치
"보고, 싶었으니까... 떠난 이후로 계속 내게 돌아오고 싶었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눈물만 떨어져내렸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이라는 걸 아는건지, 늑대는 제 새끼들에게 차례대로 서있으라며 내게 소개했다.

치치
"마지막까지, 내게 짐을 남겨서 미안해... 내 아가들을 맡아줘. 그리고 어른이 될때까지 잘 키워서... 나처럼 늑대가 아닌 인간으로써 살게 해줘."

치치
"마지막, 부탁이야... 가장 믿음직한 친구로써."

나는 말대신 치치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편한 표정을 짓더니 스스르 눈을 감았다.

옆에서 낑낑거리던 새끼가 어미의 반응이 없자 마지막말을 들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예전의 나와 다를바가 없었다.

나는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새끼들을 품에 안은채 집으로 내달렸다. 더이상 치치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두려웠다. 내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겨우 집에 도착하자 어느새 울다가 지쳐잠든 새끼들을 이불속에 넣어주고는 함께 지쳐 잠이 들었다. 어쩌면, 슬프지만 새로운 인연들의 연속이었을지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난 다음날,


성우
"아니야! 그거 아니라고!"


다니엘
"시끄럽다 마!"

사실 새로운 악연일지도 모른다고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