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늑대들의 육아일기
5화_주택근무


07:51 AM

여주
"얘들아, 다들 빨리 와서 밥 먹어."

방금 밥이라고 했나. 그러더니 어제와는 다르게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어 식탁에 착석했다. 다 끓인 라면을 들고오자 눈이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말없이 먹고만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그릇을 비워버리자 한숨을 돌리는 그들이다. 하루만 굶어도 기절까지 해버리니, 그나마 다행인건 매일 라면을 먹는 것에 불만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니엘
"호우, 이제 살 것 같네예."


여주
"니네는 나 없으면 다 굶어죽으려고 그러지? 라면 끓이는 것 정도는 이제 미리 알아둬."


성우
"...눼."


민현
"둘째야, 발음은 제대로."


성우
"...눼에에."

우리 여주누나 없으면 진짜 아무것도 못 먹는 거 몰라서 그러는거야? 민현이 팩트를 말하자 이내 심각해지더니 다니엘과 성우가 늑대로 변해 여주에게 달라붙더니 말했다.


다니엘
"누나 사랑해요."


성우
"누나, 사랑해요오."


민현
"...저도."

진짜, 못 말리는 녀석들이다.


민현
"오늘은... 회사 안가세요?"


여주
"어. 나 회사에서 짤렸거든."

네? 그러자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는 민현이었다. 누나가 회사에서 짤렸다는 건 돈을 못 번다는 거고, 돈을 못 벌면 밥을 먹을 수가 없잖아. 성우와 다니엘도, 다들 대충 눈치챈 듯 하다.


민현
"...그럼 어떡해요?"

장난치는 건지도 모르고, 해맑게 말하는 여주와는 달리 밥문제에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그들이기에 여주는 장난치기는게 더 재미있었다.


여주
"하하, 뻥이야. 나 짤린 건 아닌데 회사도 안가. 더 좋은거 아닌가?"


민현
"에... 그게 무슨."

아직도 이해를 못 하는 듯 했다. 아니, '주택근무' 라는 게 있어서 집에서 일해도 월급같은 돈은 다 주는거야. 어때, 더 좋지 않아? 그렇게 설명해주자 이제야 이해하고는 함께 기뻐해주는 그들이다.


다니엘
"그럼 밥 걱정은 없겠네예? 아싸."

하긴, 니네는 밥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지. 기뻐하는 듯 하다가도 일을 일단 마쳐놓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방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했다. 결국 노트북 두드리는 게 다였지만.

하지만 그런 평화는 절대 유지할 수가 없었다. 밥을 먹고나서 뒤돌면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아기늑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우
"누나아... 밥..."


여주
"지금 몇신데 배가 고프다고..."

09:52 AM
분명 두시간 전에 밥을 먹었던 것 같은데, 그럼 어제는 어떻게 살아남았던 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루에 밥을 5끼는 먹겠다는 의지로 달라붙는 그들이다.


다니엘
"누나, 배가 고픕니더."


성우
"밥..."

그 와중에 민현은 성우와 다니엘을 말리려하는 징조가 보였지만 자신도 배가 고픈건지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 또 배가 고프다는 거지? 매번 끓여주기도 조금 귀찮아졌는데.


여주
"그럼 이번에는 니네끼리 한번 라면 끓여봐. 매번 끓여주면 나 일 못해."



다니엘
"누나아아..."



민현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 아마 어제랑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성우
"맞아요오..."


여주
"...알겠으니까 주방으로 가."

이거 삼총사들 애교따위에 넘어간 거 절대 아니다. 내가 착해서 직접 가르쳐주기로 하는 거야. 라며 되새기고는 속수무책으로 넘어가버린다.

음, 애교가 귀여워서 넘어가버렸다는 건 비밀.

주방에 도착하자 항상 라면을 끓여먹었던 냄비를 꺼내들었다. 그럼 순서대로 설명을 해줘야되는 건데, 애매했던터라 늘 먹었으니까 알고있을거라 생각하며 설명했다.


여주
"일단 대충 눈으로 보면서 냄비에 물 넣으면 돼."

아, 누가봐도 정말 애매한 설명이었다. 민현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물어왔다.


민현
"음... 대충이 얼마 만큼인건데요?"


여주
"난 그거 신경안쓰고 넣어서. 그냥 이쯤이면 됬다싶을 때만큼."


다니엘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더!"

그래, 다니엘이 한 번 해보자. 나서서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자 조금 뿌듯해졌다. 냄비를 들고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당할만큼 물을 담고 보여주며 말했다.


다니엘
"이거면 된겁니까?"


여주
"오, 진짜 적당하게 잘 했네. 이제 불을 키고 물 끓여봐. 그리고 재료를 다 넣으면 끝이야."

설명해주기가 무섭게 곧 잘 배우고는 어느새 라면을 다 끓여버렸다. 역시, 금방 배울 거라고 장담하고 있었다. 그러자 자신들의 힘으로 밥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놀라는 녀석들이다.


민현
"오... 이렇게 간단한 거 였다니..."


성우
"배고프니깐 빨리 먹어요오!"


다니엘
"이제 누나가 없어도 밥은 해먹고 살 수 있겠네."

아니, 그걸 그런 식으로 받아드릴 줄은 몰랐는데. 다니엘의 발언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자 그에게 조심히 눈치를 주는 민현이었다. 그러든지 말던지 이미 라면을 흡입하고 있다.

그들이 밥에 정신이 팔려있는 틈에 다시 일에 집중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라면이라도 끓이는 방법을 알았으니 더이상 보채지 않을거란 믿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방에 들어가니, 미처 확인하지 않은 문자가 몇통 와있었던 걸 발견했다. 그러자 스쳐가는 불안한 예감은 역시 틀린 적이 없었다. 몇개의 부재중 문자. 회사에서 날 괴롭혔던 놈의 문자였다.

상사
「서류파일들, 6시까지 한 파일로 싹 정리해서 보내.」

아니, 뭐 이런 놈이 다있어. 회사다닐때도 그렇게 못 괴롭혀서 안달이더니 이제 집에만 있으니 수시로 잔업무를 떠넘긴다. 원래 자주하던 일이라 빨리 끝내려고 하며 시계를 보니,

06:24 PM
이미 마감시간인 6시를 한참 넘겨버린 뒤였다.


여주
"아, 진짜 망했다."

사회생활하기가 왜이리도 힘든 건지,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다른 하나가 거슬렸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또 문자를 확인하니 그 이후로는 문자가 와있지 않았다.

머리속에서는 '마감' 이라는 단어를 마구 곱씹으며 타자기를 열심히 두드렸다. 그러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무언가가 완성되었다. 그 자식이 원하고있던 파일이다.

그래, 작심삼일이라고 했었나. 주택근무하기로 한 첫날부터 벌써 짤리면 집에서 라면도 못 끓였었던 삼총사가 굶어죽는거야. 이제 집안에서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지말자고 다짐했다.

그들이 내 심기를 건드린다면 달라지겠지만.

상사
「6시까지 보내라고 했는데 7시가 다 되서 보내준다는게 말이 되나? 집에 바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여주
「이제 상사님 과제는 상사님께서 하시죠. 사장님께서 직접 제게 말씀해주셨던 게 있는데.」

상사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선 폰을 던져버렸다. 상사의 말을 듣기 싫었기 때문, 아니 이제 상사도 아니었지. 어제 내가 사장님께 가서 전해들은 얘기는-


여주
"저... 혹시 사장님 계신가요?"

소심하게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자에 앉아계셨던 사장님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내가 뻘쭘하게 서있자 여기에 온 이유는 알겠다며 안내했다.


윤 사장
"아, 여주씨군요. 그럼 사장실에 있는 게 사장이 아니면 누굽니까? 일단 들어와 앉으시죠."

아...네. 사장님은 다른 상사들과는 다르게 무뚝뚝하면서도 은근히 재밌으신 분이다. 말이 논리적이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랬다. 사장님의 말대로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조심히 앉았다.


윤 사장
"지금까지 남아있는 걸 보니, 또 상사가 떠넘기고 갔군요? 그래서 주택근무 신청하시려는 거고."


여주
"...정확해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건지, 말문이 막힐 정도로 정확하게 말했다. 내가 얼떨결에 그렇다고 말하자 말을 이어가는 사장님이다.


윤 사장
"그럼 내일부터는 주택근무 바로 하셔도 됩니다. 아, 부탁할 것도 하나 있습니다만."


윤 사장
"주택근무를 그만두고 회사로 복귀하겠다고 하는 날에는 여주씨가 상사대신 과장직에 앉으십시오."


여주
"...네?"

사실 너무 좋아서 마구 뛰어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 앞에서 그럴 수는 없었기에 참고 사장님의 제안을 더 자세하게 들으려 재차 묻자 말하는 사장님이었다.


윤 사장
"지금 그 상사는 여주씨와 같은 여직원들을 괴롭히는 건 물론이고, 그 행동의 목격담들과 안 좋은 소문이 파다해요."


윤 사장
"그러니 이제 여주씨가 그 자리에 대신 앉으시라는 겁니다. 언제든지, 주택근무 끝나고 나서 바로."


여주
"아... 감, 감사합니다. 사장님..."


윤 사장
"감사하긴 뭘요. 여주씨가 능력 좋으니깐 그러는 건데. 이참에 푹 쉬고 돌아오세요."


윤 사장
"김여주 과장."

그래도, 아직은 여러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게 살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