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3] 내 비서가 너냐?

#25 내 비서가 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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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영

"..여주야, 얘기하고 와."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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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아, 나 사과 받을 자격 없는 새끼인거."

김여주

"그건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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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 나 니 말 들어보지도 않은 시발놈이니까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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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니 얘기 안 들어줬듯이 네가 내 얘기 안 들어줄 거 잘 알고 있어."

김여주

"..들어줄테니까 말하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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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처음에 윤기형한테 너가 임나연을 그따구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참 윤기형을 병신처럼 생각했다?"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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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물론 석진이형도 나와 같은 생각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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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를 찾고 싶었지만, 윤기형이 그걸 눈치채고 유독 우리 둘한테만 빡센 스케줄을 밀어붙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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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근데 그걸 처리 안 할 수도 없어서 결국엔 몇개월동안 너를 못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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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주머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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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에게 종이를 건넨다)

김여주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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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거.. 끕.."

김여주

"..."

여주는 종이를 본 후, 표정이 굳어만갔다. 한 종이에는 '사망진단서' 라고 써져있었고, 한 종이에는 '시한부 판결서' 라고 써져있었다.

김여주

"..몰카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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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 종이를 갖고 온 이유야, 몰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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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보는대로 난 3개월 시한부고, 석진이형은.. 자살했어."

김여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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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골목에서 비 맞으면서 울고 있던 그날, 석진이형은 우울증 말기환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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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결국 자신도 버티기 힘들었는지, 그날 밤을 못 넘기고 자살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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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조용히 장례식 치루고 싶어서 다른 사람한테 얘기 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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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혹시 시간 되면 장례식장 오라고, 난 그 말 하러 시간 좀 끈 거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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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회사에 딸려있는 장례식장."

_ 여주시점 _ 이제서야 나와 태형씨의 첫만남 때, 태형씨가 무뚝뚝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너무 많은 비극을 혼자 끌어안고, 이별을 수없이도 마주해야 했을 태형이였을테니까.

태형씨의 전직은 경찰이였고, 지민씨와 동기였다고 한다. 정국씨의 집에 있을 때 단지 우연히 들었던 말이다. 이제야 그 말 뜻을 이해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왜 저 불구덩이에서 허우적대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현실을 자각하려고 발버둥치는 그 모습을 이제야 발견한 나. 그제서야 보이는 안쓰러운 모습. 곧, 진실된 모습이였다.

김여주

"..태형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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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김여주

"어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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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 기."

태형씨가 가리키는 곳에는 정말 또렷하게 적혀있는 이름 석 자, '김석진' 이 있었다. 무덤에 세워진 비석 뒤에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덕에 대신 BTS 회사직원들 이름이 적혀있었다.

석진씨는.. 그 나쁜 병신들도, 다 가족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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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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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형.. ㅎ.. 여주씨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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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가 자기 때문에 죽은 거 같다고 많이 미안하대, 형은 용서해줄거지?"

거짓말 같지만, 태형씨의 물음에 내 귓가에 석진씨의 대답이 메아리처럼 희미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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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리고, 우리 회사 직원으로 있어줘서 고마웠고, 항상 분노 참아내느라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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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맞다. 여주씨, 이거 석진이형이 여주씨에게 남긴 유서니까 읽어보고 자리 비켜줄테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요-"

김여주

"..네."

김여주

(유서를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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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나는 김석진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존나 나쁜 새끼 김석진. 난 내 자신이 나쁜 새끼인걸 알기에 지금 죽음을 맞이하는 거 뿐이다. 죄책감에 시달려 하지 말고 천천히 이걸 읽어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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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나는 여주를 믿은 사람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찾아봤어야 되는건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막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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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김여주, 나 죽은 거 절대 너 때문이 아니고 내 죽음으로 우리 직원들이 너에게 한 모든 잘못이 씻겨지기를 바라며 죽는 거니까 죄책감 느끼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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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내가 몇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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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첫번째, 조용하게 죽게 해줘. 내가 죽었다는 걸 알면 그들이 내 무덤에서 울면서 빌것이고, 난 그들의 사과 받아줄 생각 없으니까 허튼 짓 하지 말고 그들이 뒤늦은 후회나 실컷 하게 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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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두번째, 임나연과 강의건을 재판에 넘겨서 최고형을 받게 해줘. 그들이 한 짓은 내 유품에 증거로 고스란히 있으니까 여주가 피해자로 재판에 나가줘. 그리고 그들의 잘못이 만천하에 알려지길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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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세번째, 그들과 같이 살지 마. 내가 김태형한테 얘기 해뒀으니까 내가 남긴 돈으로 집 새로 사서 니 말 안 듣는 새끼들이랑 살지 말고, 김태형이랑 하영씨랑 잘 살아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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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네번째, 김태형을 잘 챙겨줘. 내 생각에는 시한부 판결이 잘못된 거 같으니까 우울증 걸린 김태형 좀 잘 케어해줘. 많이 힘들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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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마지막 다섯번째, 내 몫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줘. 너까지 내 곁으로 오지 말고 너만큼은 자결하지 않았으면 좋겠는게 내 바램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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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김여주, 마지막으로 고마웠고, 미안하다. - 나쁜 새끼 김석진 - 」

김여주

"흑.. 흐흑.. 미안해요.. 흑.."

나는 석진씨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온갖 힘을 쏟아부었다.

석진씨가 죽었다는 걸 그들에게 밝히지 않자, 석진씨의 예상대로 그들은 아무 사과 없었고, 그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 나는 분노를 억누르고 임나연과 강의건을 사형으로 판결했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이게도 태형씨의 시한부 판결이 거짓으로 드러났고, 우울증은 꾸준한 치료를 받으며 고쳤다. 세번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새 집을 사서 하영과 태형씨와 같이 살았다.

근데 마지막 부탁, '석진씨의 몫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줘' 라는 부탁은 들어주기 힘들게 됐다. 많은 일들을 겪고 나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걸려버렸고, 나 자신을 가리는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행복, 불행, 행복, 불행..

이게 반복되는 우리의 끔찍한 삶,

오늘도 나는 살려고 고개를 든다.

아프게.

글자수 : 267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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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작가

이렇게 또 하나의 작을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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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작가

음.. 이 작은 더 많은 기억들이 생각나네요! 공모전3에서 장려상도 받아서 엄청 좋아하면서 울던 기억, 작들 중에 가장 높은 순위권을 차지한 기억 등등.. 좋은 기억들이 많아서 행복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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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작가

이 작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거둔 거 같아서 많이 뿌듯하네요! 감사합니다, 아디분들,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아지작가의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2019. 03. 22. 「 내 비서가 너냐?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