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3] 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2)

EP16. 이성이 널 구하진 않으니까

※이번 화는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띠디디디'

어느 덧 아침이 되었고 알람이 울리자 아직 잔두통이 남아있는 모양인지 미간을 찌푸리며 여주가 천천히 눈을 떴다.

김여주

"으..머리야..."

반 쯤 몸을 굽히며 일어나니 지민이 올려두었던 물수건은 바짝 마른 상태로 여주의 무릎 위에 떨어졌고 다 녹아버린 아이스팩이 주변에서 뒹굴고 있었다.

김여주

"어? 나 왜 여기서 잔거지? 아이스팩은 왜 꺼내져있는거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본인의 이마는 펄펄 끓었으며 호흡마저 불안정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여주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여주

"그런데 집이 왜 이렇게 조용해..?"

눈을 뜨자마자 보여야 할 지민이 보이지 않았고 이를 증명하듯 집 안에선 적막만이 흘렀다.

김여주

"대체 아침부터 어딜 간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어나 주방부터 시작해 방 하나하나를 다 확인했지만 역시나 없었다. 여주는 아침부터 사라질리가 없는데다 몇 마디 남기지도 않고 사라진 지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07:4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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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야..왜 취조실에 불이 켜져있어.."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도착한 정국이 이른 시간부터 불이 켜져있는 취조실에 의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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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무도 안 온건 확실하고..."

그의 예상대로 팀원들의 의자와 책상 위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아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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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씨..."

정국은 머리를 넘기며 조금은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그는 서장과의 일이 있고난 후로 많은 고민 끝에 자진해서 경찰복을 벗기로 결심했다. 그렇게까지 바닥을 드러내보인 그의 모습을 본 이후로는 더 이상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그는 오늘 아침 집에 보관해두었던 하복 반납과 함께 남은 짐들을 정리할 겸 온 것이었는데 또 뭐가 남은건지 수상스러운 취조실의 불이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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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되는 일이 없네 진짜.."

결국 정국은 벗어놓은 제복 옆에 두었던 총을 꺼내들어 보폭을 낮춘 채로 취조실 근처를 향해 다가갔다.

소리 없이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끼이익'

마치 정국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천천히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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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박지민? 너 여기서 지금 뭐하냐?"

문을 열리고 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지민이었다.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너무나도 태연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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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네가 왜 여기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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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급하니까 닥치고 일단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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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하자는 거야.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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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유인영 최측근이자 지금 그 여자 비서로 있는 김남준. 지금 당장 여기로 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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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 진짜 네가 단단히 돌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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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머리에 쳐들은게 없으면 행동이라도 똑부러지게 하던가 병신아. 그게 갑자기 될 거라고 생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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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럴거면 청부업체한테 찾아가지 그랬냐. 죽어도 못하겠다고 하는 경찰한테 찾아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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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달린 입이라고 함부로 나불대지마라. 누구 진짜 도는 꼴 보기 싫으면. 지금 유일한 방법이 김남준 하나 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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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씨발 진짜 너는 맨날 제멋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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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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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성이 김여주 구해? 옳은 거, 옳지 않은거 구분해서 행동하면 나 잘했다고 누가 김여주 구해주냐고!"

둘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김여주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야 같았지만 늘 그 방법이 이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을 깊어지도록 만들기 일쑤였다.

그때 시간이 꽤 지났건지 출근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정국을 찾고 있었다.

"경감님! 전경감님! 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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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 찾으니까 지금 나가 여기서. 다른 사건 취조한다고 말하고 전부 출근하기 전에 먼저 데려오고."

하나 둘씩 출근하는 듯하자 지민은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떠밀듯이 정국을 취조실 밖으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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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아..."

정국을 내보낸 지민은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회사로 향했을 여주의 생각에 마음만 더 복잡해진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끼익'

그렇게 불을 끈 취조실 안에서 기다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정국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는 모양새가 마냥 조용하지는 않은 것을 보면 혼자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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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이른 아침부터 급하게 절 이리로 데려온 걸 보니 뭐 제가 어마무시한 죄라도 저질렀는 모양이네요"

차분하게 의자에 앉은 남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급작스럽게 끌려온 사람이라기엔 너무나도 평온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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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건 뭐 두고보면 알겠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던 정국은 침착한 그의 모습에 자신도 천연덕스럽게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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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아, 제가 영장이라는 걸 구경도 못하고 와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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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실례가 안된다면 좀 볼 수 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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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렇게 태평하게 말 할 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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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이 자리에 있으니까 물어보는 게 아닐까요. 혹시 그깟 종이 한 장 없어서 그러시는 건 아니고?"

정국과 남준이 한참 언쟁을 벌이고 있었을 때, 빛 한 점 들지 않는 취조실 구석에 있던 지민이 남준에게로 다가왔다.

한 발, 한 발 점점 다가오는 그의 눈빛에서 언젠가 보았던 그 살기가 서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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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허, 불법체포도 모자라서 생명위협까지 거 너무들 하신거 아닌가."

어느 새 자신의 뒤통수에 지민에 의해서 겨눠져있는 총구에 남준이 어이가 없다는 듯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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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사람가지고 장난치는 니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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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저희는 엄연히 제약과정에서 법을 준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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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닥쳐 개새끼야.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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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후회..하실 텐데요. 뒷감당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다 이 말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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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차피 구경 못 할 이야기는 하지말고 다른 얘길 하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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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후회를 하건, 감당 못 해서 헉헉대건, 그땐 이미 네가 없고 난 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