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Destiny [데스티니]

1. 운명의 장난

눈을 떴다. 이상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오랜만에 보는 그 얼굴은 내 앞에 서서 지독한 열병을 앓는 사람처럼 울고있었다. 왜 이런 꿈을 꾼거지.., 잠시 넋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 생각하다 이내 늦은것을 깨닫고 허겁지겁 나갈 채비를 했다.

낡아빠진 기괴한 문을 열고 나서자 문틈서 부터 느껴지던 한기가 빠르게 온몸을 휘어 감싼다. 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주머니에 손을 푹 집어넣고 급히 걸음을 옮기려 한 발자국을 뗀 순간,

강다니엘

거기 너, 잠시만 서봐.

라고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소 낮은 음성에 움찔하여 순간 굳어버린 몸으로 멈춰서자 뒤에서 부터 스윽스윽 땅을 그으며 걸어오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나앉는다.

순간 혹시나 해코지라도 당할까 두려웠던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달래어 잽싸게 뒤를 돌았다. 그러자 칙칙한 이 골목과는 상반되는 남자가 코 앞까지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훤칠한 키, 뚜렷한 이목구비, 다부진 어깨를 가진 남자였다.

이상해. 뭐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낯이 익은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남자의 눈이 놀란듯 커지더니 이내 싸늘한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강다니엘

니가 왜 여깄노.

아까와는 다른 억양에 빛이 스치듯 머릿속에 익숙한 얼굴이 그려지며 앞의 남자와 겹쳐졌다.

김여주

다니엘..?

서울로 올라가 연락 하겠다고 웃던 그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내가 알면서도 모르는 다니엘이 눈 앞에 서 있었다.

강다니엘

니가 왜 여기있냐고 니가..

김여주

그러는 너는 왜 여깄는데..?

오랜만에 만났어도 연락도 없던 사람에게 반가운 인사를 바라는건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알 수 없는 섭섭함과 반가움이 동시에 내 안에서 일어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굳은 얼굴로 한참을 머뭇거리던 다니엘이 언제부터 였는지 한 손에 꼭 쥐고있던 종이를 건넨다.

그 종이를 건네는 길어진 손가락을 보며 새삼 그날과는 멀어진 세월을 실감했지만 이내 한번을 연락도 없던 다니엘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이유가 궁금해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김여주

....

종이속에 쓰여진 낯익은 이름, 한참을 듣지 않고 또 듣고싶지도 않았던 이름과 지독히도 나와 엄마를 괴롭히던 숫자들, 그 지옥같았던 날들이 이 자그마한 종이 안에 모두 담겨있었다.

김여주

너가 왜.. 이걸..

강다니엘

..길게 말 못 해. 그 종이에 쓰여진 그대로고,

강다니엘

우리 다시 만날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 말을 한 채 다니엘은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멀어져갔고,

나는 말도 안되는 운명의 장난에, 한참을 자리에 서 있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