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Destiny [데스티니]
2. 지옥 혹은 천국


수업이 끝났다.

며칠전에 있던 다니엘과의 일 때문에 잠도 설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지라 오늘 수업 역시 출석률만 채우는게 전부였다.

이렇게나 내 일상이 초췌해져 가는데, 걔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 다니엘 때문에 더 애가 타는 중이었다.


옹성우
야! 뭐하냐. 뚱해져서는.

그때 내 앞에 누군가 의자를 끌어와 앉는다. 성우다, 옹성우. 아싸처럼 지내는 나에게 유일하게 말 걸어주는 사람. 처음엔 부담스러워서 상대방이 민망할 정도로 피해다녔는데 어느순간 성우가 옆에 있는게 당연한거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열린걸지도.

김여주
그냥 뭐, 조금 우울해서..

옹성우
우울하다고? 왜!.

아차,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해버렸다. 우울한 표정만 지어도 난리나는데 대놓고 우울하다고 말해버렸으니.. 큰일이다.

옹성우
너가 뚱해져 있는건 좀 익숙한데 우울하다고 직접 말한건 처음인데..


옹성우
무슨 일 있어?

다정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성우 때문에 순간 혼자 끙끙 앓았던 감기같은 감정들이 밀려와 목이 메어오고, 그렇게 내가 눈물을 터트려 버린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옹성우
왜 울어..! 진짜 무슨 일 있는거야, 어!?

아니라고 성우를 도리어 달래어야 하나 생각이 들 즈음, 한참 안절부절 못하던 성우가 나 봐봐, 하며 손을 툭툭 친다.


옹성우
짜자잔

김여주
..푸핫! 이게 뭐야


옹성우
어? 웃었다. 봐 봐 웃으니까 훨씬 이쁘잖아!

옹성우
여기 있지말고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자.

성우가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래.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이 순간 만이라도 가볍게 털어버리자고 생각하며 나도 그 뒤를 따라 나섰다.

캠퍼스 밖으로 나오자 입김까지 얼어 붙을 것만 같은 찬 공기에 부르르 몸을 떨자 성우가 손을 잡아다 끌어 자기가 입고있던 코트의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다. 그런 성우를 가만 올려다보자,

옹성우
추우니까.

하고 말한다. 뭐 이제 손잡는 것 쯤은 익숙한 걸. 처음엔 얘가 나한테 관심이 있나 싶었는데 성우는 원래 이런 아이다. 자상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옹성우
어? 뭐지

김여주
왜?


옹성우
저 사람이 너 자꾸 쳐다봐서. 이쁜가봐 너가

장난끼가 묻어있는 성우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고개를 돌자,

또 낯익은 얼굴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김여주
다니엘..

옹성우
응? 아는 사이야?

어.., 내 짧은 대답이 끝남과 함께 저 멀리서 다니엘이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때와 같은 차가운 얼굴이다. 아니.. 오늘은 좀 더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강다니엘
뭐하냐.

김여주
..뭐가?


..

김여주
..아

다니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성우의 코트 주머니 저 안쪽에 있는 내 손이었다. 딱히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들켜선 안될것을 들켜버린 사람 마냥 황급히 성우에게서 손을 뗐다.


옹성우
뭐야 누군데 이 사람?

김여주
아.. 그냥..

강다니엘
가자. 할 말 많아.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니엘이 손을 끌었다. 바깥에 계속 서 있었는지 따뜻했던 성우의 손과 다르게 다니엘의 손은 꽁꽁 얼어 붙어있었다.

질질 끌려가는 나를 보고 성우가 뒤따라 오려 했지만 나는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지금의 다니엘이라면.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것은 싫었다.

김여주
왜 또 왔는데? 다시 보지 말자며.

강다니엘
...

김여주
빚 때문이라면 가. 나 돈 없으니깐. 애초에 내가 갚아야 할 돈도 아니고

강다니엘
..알아. 오늘은 그냥 얘기나 좀 하자.

..함께 이야기 할 이 순간을 내가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이 아이는 알까?. 물어라도 보고 싶었지만 입을 달싹이다 짧은 대답만 한 채 이내 닫았다.

김여주
알았어

이 만남은 지독한 지옥의 시작일까

그토록 바랐던 천국일까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