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Destiny [데스티니]

4. 미행

김여주

나 알바하려고.

옹성우

뭐? 갑자기 왜!

김여주

음.. 그냥

성우는 내 말에 납득이 가지 않는 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앞에 있던 카라멜 마끼아또를 쪽 들이키고는 책상을 가볍게 콩 하고 내리쳤다.

옹성우

안돼 안돼!

김여주

왜!

옹성우

그럼 나 누가 놀아줘!!

하여튼 애 같다니까. 나이 스물 넷 먹고 뭐하는 거야, 너 친구 많잖아 라고 회답하자 입을 삐죽삐죽 거리더니 이제는 눈썹이 픽 하고 내려간다.

옹성우

안하면 안돼?

안돼. 단호하게 성우의 말 꼬리를 잘라먹자 다시 입이 삐죽 하고 튀어나온다.

그도 그럴것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였다. 비록 다니엘 한테는 내 돈 아니니 안갚을 거라고 떵떵거렸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 숫자들이 또 다시 날 괴롭게 할 것 같아서 무서웠기 때문이다.

용돈이 필요했기도 했고.., 변명하듯 작게 중얼거리자 성우는 또 자기가 필요하면 준단다. 허세인지 정말 돈이 많은건지 이제는 잘 구분이 안가지만 여느때 처럼 싫어! 하고 또 단칼에 잘라버렸다.

옹성우

나 진짜 장난 아니야.. 진짜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알았지?

김여주

그래그래~ 알았어. 아, 늦었다..!! 나 이제 알바 간다!

그러자 뭐!?, 하고 물어오는 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오늘부터야!, 하고 소리치며 급히 카페를 나섰다.

점장

수고했어요. 자 여기 일급.

김여주

네에.. 감사합니다!

처음엔 일급이라는 점이 맘에 안들었지만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게 더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 살며 빚에 쫓기고 살았을 때 오만 일을 다 겪어봤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일을 대비해서였다.

첫날 치고 일도 잘 끝낸 것 같고 뿌듯한 마음에 받은 봉투를 가방에 집어 넣으며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눈 앞에 확 들어오는 익숙한 실루엣이 또 어색한 얼굴로 손을 흔든다.

강다니엘

안녕

김여주

뭐야? 여긴 어떻게 왔어?

강다니엘

니 따라오다가..

김여주

미행한거야!?

강다니엘

..그게 그렇게 되네

꺼름찍하단 표정으로 다니엘을 쏘아보자 머쓱하게 눈알을 굴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부터 있었는데?, 하고 내가 따지자 한층 더 작아진 톤으로 낮게 카페.. 하고 중얼거린다.

김여주

카페!? 장난해? 하루종일 따라왔구만 아주.

강다니엘

이게 내 일이여서 글타.. 미안.

김여주

차라리 말을 걸었으면 되잖아

강다니엘

...신경 쓰여서..

신경 쓰여서? 뭐가?. 아. 드디어 나는 알아차렸다는 듯, 가방을 뒤적거려 좀 전에 쑤셔 넣은 봉투를 꺼내들고 다니엘 앞으로 내밀어 흔들었다.

김여주

이거 기다렸다는 소리지?

그러자 동그란 눈으로 흰 봉투를 한참 내려다보던 다니엘의 표정이 이내 팍 하고 일그러진다.

강다니엘

아니.. 그거말고

김여주

그럼 뭐?

강다니엘

...걔

김여주

걔?

강다니엘

니 앞에 앉아있던..

성우? 하고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 이름을 말하자 여전히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 해 보인다.

김여주

니가 왜 걜 신경 써

강다니엘

....

강다니엘

...남자친구가?

김여주

아니!

남자친구라니. 성우가?. 그렇게 보였다면 큰일이다. 학기 초에 안그래도 오해 받아 난감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이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자 그제서야 다니엘의 입가가 느슨하게 풀어졌다.

다행이다.., 라고 중얼거린 것도 같았지만 잘못 들은 것 같아서 무시했다.

김여주

용건없으면 가. 나도 빨리 집 갈거야.

강다니엘

....

김여주

....

강다니엘

...배고프다.

어쩌라구?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조금은 울상이 된 얼굴로 나와 저 어딘가를 번갈아 본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자 작은 포장마차에서 연기가 폴폴 나오고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긴 했는데 저기였구나.

꼬르르륵

아. 순간 조용한 이 곳에 천둥이라도 친 듯 마냥 소리가 울렸다.

...

애석하게도 내 배에서 난 소리였다.

강다니엘

프흡..

김여주

웃지마 진짜.

강다니엘

내가 사줄게. 오랜만에 떡볶이 묵자.

김여주

싫어.

강다니엘

니 배는 좋다는데?

벌겋게 상기 된 얼굴로 다니엘을 노려보자 그제서야 오랜만에 본 뒤로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 말간 웃음으로 나를 잡아 이끌었다.

아, 저 웃는 얼굴. 정말 따라갈 마음 없었는데.. 저 얼굴이 예전의 다니엘과 너무 닮아 있어서.., 멍해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포장마차 안이다.

강다니엘

떡볶이 2인분 주시구요 순대도.. 아

강다니엘

소주도 한 병 주세요

김여주

뭐야?

강다니엘

뭐가

김여주

일 때문에 따라온거 아니셨어요?

내가 한층 비꼬아 말하자 다니엘은 여전하네, 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휘젓더니 그냥. 하고 의미불명한 대답을 했다.

김여주

난 떡볶이만 먹고 갈거야

강다니엘

왜? 소주 못마시나

김여주

아니 너보다 잘마실걸

강다니엘

...아닐걸

김여주

아닌데.

강다니엘

그럼 마셔보던가.

괜히 경쟁투로 말하는 다니엘이 얄미워서 이모! 여기 소주잔 하나 더요! 하고 소리치자 옆에선 뭐가 그리 재밌는지 혼자 깔깔 거리며 한참을 웃는다.

곧 음식이 나오고 더이상 끼니를 떼우기 위한 것 보다는 안주가 되어버린 떡볶이와 순대를 앞에 두고 한 세잔째 묵묵히 잔만 들이켰다.

예전에는 같이 떡볶이 엄청 먹으러 다녔는데. 학교 근처에 유명한 떡볶이 맛집이 있어서 매일같이 드나들던 기억이 떠오르며 입가서 부터 저도모르게 웃음이 실실 나왔다.

그러고도 좀 지나고 나서야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아.. 얼굴이 다시 벌겋게 달아오른다. 술 세잔 째에 이렇게 헤픈 모습을 보여버리다니. 그렇게 큰소리 쳐 놓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니엘과 눈을 맞추자, 역시나. 재밌다는 듯 웃고있는데 민망해서 자리를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애써 담담히 말했다

김여주

웃긴 생각 나서.

강다니엘

....

김여주

아니 진짜야 오늘 웃긴 얘기 들었거든

강다니엘

....

김여주

...진짠데..완전 웃긴데..

변명을 해도 여전히 웃고있는 다니엘에게 사실을 이실직고 하려 그래 사실은.., 하고 입을 떼자 순식간에 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입가를 훑었다.

강다니엘

여전히 묻히고 먹네, 니.

그리고 그 손을 쪽 하고 빨더니 아무렇지 않게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

왜지?. 전이랑 정말 다를 것 없는 모습인데..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해서 쿵쾅거려 혼란스럽다.

이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내 잔에 제 잔을 부딪힌 다니엘이

강다니엘

어서 마시라. 빨리 집갈 거라매.

하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