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친구로는 부족해

경계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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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이렇게 늦었어?

급식실에 도착하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코가 빨개진 전정국이 보였다. 황급히 내가 입고있던 전정국의 후드집업을 벗어 전정국에게 걸쳐줬다.

여태껏 김태형에게 붙잡혀 있었다고 하면 전정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기에 입을 꾹 닫았다.

김태형은 수업시간에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다. 친구가 되자는 말은 다 거짓말인지 볼을 찔러보고, 손을 만지작대고...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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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김여주 오늘 멍 엄청 때리네. 밥 안먹을거야?

어...? 아니야.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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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늘 급식 진짜 맛없네. 밖에 나가서 먹을걸.

전정국은 급식판을 내게 전해주며 반찬투정을 해댔다. 복싱하는 애들은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던데, 전정국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계란말이 나오잖아. 난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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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그렇네.

전정국은 계란말이가 나온단 소식을 듣고 금새 툴툴대는 것을 멈췄다. 전정국과 급식실에 나란히 서있으니 아이들이 웅성대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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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여기 앉자.

어느새 급식을 받은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란말이를 겨우 하나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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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반찬투정 하지 말라며. 계란말이는 잊어버리고 국하고 먹어.

그래도... 계란말이 많이 먹고 싶단말야.

아쉬운 마음에 괜한 밥만 헤집었다. 전정국은 작게 웃어보이더니 자신 몫의 계란말이 전부를 내 식판으로 옮겨주었다.

야... 너는 뭐 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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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한명이라도 배부른게 낫잖아. 그리고 나도 이제 좀 멸치랑 친해져 보려고.

전정국은 애써 멸치볶음을 입안에 넣고 씹어댔다. 계란말이를 양보해 준 전정국에게 감동해서 계란말이를 한입 크게 먹으려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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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뒤에서 들려오는 김태형의 목소리에 계란말이를 서둘러 뱉어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전정국은 갑자기 나타난 김태형을 경계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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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밥 맛있게 먹어.

김태형은 전정국의 살기어린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내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내 볼을 꼬집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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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너, 누구야.

전정국이 위협적이게 김태형을 불렀다. 아, 진짜 큰일난 것 같다. 복싱 유망주인 전정국과 애들을 여럿 패서 징계를 잔뜩 먹은 김태형... 최악의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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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는 너는 누구시길래 여주랑 밥도 같이 먹냐?

김태형이 삐딱하게 맞받아치자 화가 난 전정국이 벌떡 일어나 김태형에게 다가갔다.

저러다가 정말 싸우겠다 싶어서 황급히 내가 둘 사이에 들어가 가까스로 그 둘을 떼어놓았다.

그만 해. 여기 급식실이야. 애들이 다 보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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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너 손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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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무슨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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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주 어깨에 올린 손.

김태형은 내 어깨에서 자신의 손을 거둔 뒤 전정국을 향해 도발적으로 웃어보였다. 가운데 내가 껴있으니 망정이지 내가 껴 있지 않았다면 둘중 하나는 죽을듯한 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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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쟤 누구야.

전정국은 한숨을 쉰 뒤 나에게 물어왔다. 딱 보기에도 전정국이 화를 참고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랑 같은 반 애야! 그... 그러니까, 짝꿍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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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름말이야,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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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태형인데.

김태형은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나 대신의 자신의 이름을 직접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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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는 너는 누구길래 여주랑 밥을 같이 먹고 날 궁금해 해.

저... 정국아! 나 밥 맛없어서 더 못먹겠다. 매점 가서 라면 먹는게 낫겠어. 내가 쏠게. 빨리 가자.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 급하게 전정국의 손을 끌어 급식실을 빠져나왔다. 나가는 순간에도 김태형은 여유롭게 교실에서 봐, 여주야. 하는 말을 짓거렸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에 전정국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