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친구로는 부족해
친구라는 선을 넘지마


매점에 도착하자 전정국은 거칠게 내 손을 뿌리쳤다. 운동한다는 게 맞긴 한건지 힘은 더럽게 쎘다.


전정국
김여주.

나
... 왜.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은 전정국의 목소리에 지레 겁을 먹었다. 전정국은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더니 말을 이어갔다.



전정국
너한테 화난게 아니잖아. 왜 겁을 먹어.

나
...아... 아니, 너 많이 화난 것 같아서.


전정국
그러면 화가 안나게 생겼어? 김태형이면 나도 들어본 적 있어. 완전 막 나가는 애라고 소문 자자하던데.

또다시 화를 내는 전정국에 놀라 고르던 물건을 놓히고 말았다. 전정국은 다시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주위 아이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하나 둘씩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나
... 근데 왜 나를 그렇게 걱정하는거야?


전정국
뭐?

나
어찌됐던 나한테 잘 해주면 그만인거잖아. 너 대체 뭐가 불안해서 이러는건데?



전정국
뭐가 불안하긴. 하나도 안 불안하고 너까지 안좋은 물 들까봐 이러는 거잖아.

나
거짓말 하지마. 너 뭔가 불안하면 손톱 뜯는 버릇 있잖아.

전정국은 내 말에 화들짝 놀라 자신의 손톱을 뜯는것을 멈췄다.

오랜시간 봐온 터라 전정국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는 나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었다. 전정국이 불안하면 손톱을 뜯는 버릇이 있다는 것은.

전정국과 내가 아홉살 때였다. 옆집에 살고 동갑이었던 우리는 그때도 함께 붙어다니며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전정국의 아버지가 바람이 났다. 어린애였던 우리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전정국의 아버지는 한낯 불장난에 빠져 살았다.

셔츠에는 정국의 어머니가 전혀 바르시지 않으시는 새빨간 립스틱이 묻어있었고, 외박도 잦아지는 정국의 아버지였다. 그때마다 전정국은 내방에 찾아와 울며 나를 안고 잠에 들었다.


전정국
여주야. 나 너무 무서워..

울어서 어눌한 발음으로 전정국이 내게 말했었다. 불안하다고. 아버지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그때마다 나는 전정국의 등을 말없이 두드려 주기밖에 하지 못했다.

전정국의 버릇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지 않을 때마다 더러운것을 씻어내듯이 자신의 손 끝을 죽어라고 뜯어댔다. 피가 새어나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나
다른쪽 손도 줘.


전정국
반창고 답답한데...

나
이거 안붙이면 너 또 뜯을거잖아.

전정국이 피로 얼룩진 손가락을 달고 있을 때마다 나는 갖고다니는 반창고로 전정국의 손끝을 말아주었다. 전정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옥같았던 6개월이 흐르고 전정국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을 하셨다. 절대 내 옆에서 떨어지기 싫다는 전정국의 말을 들으신 전정국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내 옆집에 사는것을 선택하셨다.

아버지의 애정을 나에게서 찾듯이 전정국은 그때부터 나와 한몸처럼 붙어있게 됐다.

그렇게 어렸던 우리는 어느덧 열여덟살이 되었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자란 버릇은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서로는 속일수 없었다.

나
내가 김태형이랑만 놀까봐 불안해서 그래?


전정국
... 아냐.

나
... 손가락 이리 줘. 마침 밴드 갖고 나오길 잘했네.

옛날 그때처럼 나는 전정국의 손끝 상처난 부위에 밴드를 붙여주었다. 전정국은 밴드가 붙여져있는 자신의 손끝을 빤히 바라보았다.



전정국
오랜만이네.

나
그러게. 너 그 버릇 고친줄만 알았는데 여전하네.


전정국
상처받아서 생긴거라 오래가는 건가봐.

그때의 전정국이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아는 나는 전정국을 안고 토닥여줄수밖에 없었다. 언제 이렇게 큰건지 이제는 안는게 아니라 안겨있는 꼴인 내가 전정국의 품에 깊숙히 얼굴을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