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친구로는 부족해
그냥 친구라니까


어김없이 찾아온 아침이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눈을 찌푸리며 비몽사몽 일어났다.

엄마
밥 먹으러 빨리 내려와!! 국 다 식겠다.

나
알겠어요...

아직 다 뜨지못한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향했다. 피로에 적셔진 발걸음이 무거웠다.


전정국
이제 일어났냐?

나
뭐야, 너희 집 놔두고 왜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고 있는건데?

전정국은 내 말에 마땅한 답을 하지 않고서 우리 엄마가 만든 잡채를 야무지게 밥과 함께 흡입하고 있었다.

엄마
옆집사는 사이에 뭐 그렇게 까칠하게 군대? 요즘 정국이 엄마 아프셔서 밥도 못먹고 다니길래 내가 불렀어.

나
그래도 나한테 말이라도 해주던가!

엄마
둘이 친하면서 왜그래? 어서 앉아서 밥먹어. 학교 늦겠다.


내 앞에 갓 떠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과 밥이 차려졌다. 비몽사몽하게 국에 밥을 말아 한술 뜨려는 찰나, 앞에 앉아있던 전정국이 발로 내 무릎을 툭툭 쳐댔다.

나
뭐. 시비 걸지 말고 밥이나 먹어.


전정국
너 눈꼽 좀 떼라고.

전정국은 웃으며 내 눈가를 가르켰다. 지금까지 십몇년을 함께 자라왔으면서 내 눈가의 눈꼽이 그렇게 웃긴가보다. 신경질 적으로 눈가를 비볐다.

나
됐냐?


전정국
이제야 조금 봐줄만 해졌네.

엄마
학교 잘 다녀오고.

나
알겠어.

아직 새벽이라 밖은 얼음장처럼 추웠다. 전정국은 자신의 집인 내 옆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전정국
시간 늦었으니까 자전거 타고 가자. 뒤에 타.

나
평소처럼 걸어가면 안돼? 나 치마 입었는데.

전정국은 시선을 밑으로 내려 내가 치마를 입은것을 확인한 뒤 자신의 후드집업을 벗어 내 허리에 둘러주었다.


전정국
이렇게 하면 괜찮지?

나
이렇게 가면 니가 춥잖아.


전정국
정 미안하면 니 목도리 같이 두르던가.

전정국이 가르킨것은 내가 메고있는 목도리였다. 엊그제 산 빨강색 울 목도리. 후드집업까지 내게 주어 한눈에 봐도 추워보이는 전정국을 외면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전정국이 자전거에 올라타고, 내가 그 뒤에 올라타 전정국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내 목에 둘러져 있는 목도리의 반을 풀어 전정국의 목에 둘러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전정국
오늘 야자 해?

나
해야지.


전정국
기다릴게. 같이 가.

전정국은 복싱 체육 특기생이었기에 굳이 야자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밤길을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항상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거나, 야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왔다.

나
그러면, 너 추우니까 내 목도리 계속 하고 있을래?


전정국
나는 딴애꺼 뺏어 쓰면 돼. 너 추우니까 빨리 둘러.

전정국은 자신의 목에 감겨있던 목도리를 내 목에 둘러주었다. 훅 들어오는 전정국의 향취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전정국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빨리 들어가자.

나
어? 으응...


전정국
공부 열심히 하고. 이따 급식시간에 봐.

전정국은 내 반까지 나를 데려다 준 뒤에 자신의 반으로 갔다. 반에 들어가자마자 어김없이 반 여자아이들은 전정국을 봤냐며 꺅꺅댔다.


전정국은 인기가 많았다. 거의 교내 아이돌급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정국은 잘생겼다. 더군다나 성격까지 좋았다.

워낙 어렸을때부터 봐왔던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친구들은 교실에 들어온 나를 보고는 우르르 내 책상으로 몰려왔다. 아마도 전정국의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