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친구로는 부족해
어긋나는 관계


나
... 조금 진정 됐어?


배주현
응... 여주야 고마워.

코를 훌쩍이는 주현이가 오늘따라 귀여워보였다. 정국이와는 다른 오래 된 친구. 주현이는 내가 중학교 시절 왕따를 당했을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착한 아이였다.

그런 주현이를 왜 김태형이 건드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 더 소중한건 주현이였기 때문에 더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딩동뎅-

지루한 야자의 끝을 알리는 종이 쳤다. 오늘 야자는 솔직히 십분도 집중하지 못했다. 전정국만 생각하면 평소와는 다르게 뛰는 심장 덕분에.

...그리고 또다른 이유는 아까 전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돌아오지 않는 김태형 때문에.



전정국
와, 진짜 늦어.

나
3분 기다렸다고 엄살은.


전정국
복도가 얼마나 추운지 우리 여주는 잘 모르나보다.

나
그러는 전정국은 교실에서 공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전정국과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침에 자전거를 놓아 둔 곳으로 향했다.

이미 자취를 감추어버린 해 대신 밝게 빛나는 달빛을 전등삼아 어두운 운동장을 헤집어 나갔다. 물론 방향을 잡는것은 전정국이었고, 나는 뒤에서 열심히 따라 갈 뿐이었지만.

점점 학교 뒤편에 다다르고 있을 때였다. 공기에 매캐한 냄새가 조금씩 섞여서 나고 있었다.

전정국도 그걸 느낀건지 재빨리 내가 메고 있던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당겨서 묶어주었다.



김태형
또 보네, 여주야.

무심코 돌아본 담배냄새의 근원지에서는 내 집중을 흐뜨려 놓은 장본인인 김태형이 서 있었다.

김태형의 주위에는 딱 봐도 노는 것 같은 험악한 애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소문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전정국은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겨버렸다. 그 장면을 본 김태형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하, 하고 코웃음을 치고 웃어보였다.

덕분에 김태형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얘기하던 것을 멈추고 일제히 전정국과 나를 쳐다보게 됐다. 소란스러웠던 주위가 아무 소리 없이 잠잠해졌다.



김태형
야, 담배 꺼.

담배냄새가 역해서 코를 막고 있었는데, 그런 나를 본 김태형이 담배를 피우던 애에게 담배를 끄라는 명령을 했다.

김태형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일제히 물고있던 담배를 바닥에 짓이겨 끄기 시작했다.



전정국
볼 일 없는데 왜 부른거야.


김태형
너만 여주 부를 수 있는 거 아니거든.



김태형
우리 정국이가 집착이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언제 전정국의 이름까지 알아낸건지 전정국을 정국이라 친숙하게 불러보인 김태형은 불안해하는 나를 보고 씨익 웃어보였다.


김태형
이 말 여주한테 해주고 싶어서.

나
...나?


김태형
오늘 하루 내 생각 많이 했지.

속마음을 괘뚫어 보기라도 하는건지. 나를 보고 웃는 김태형이 소름끼칠 정도였다.


김태형
앞으로 더 생각나게 할거야. 하루에 몇천번씩.



전정국
이게 진짜 돌았나...



김태형
그러니까 너는 그냥 그대로 날 생각 해 주면 돼. 자연스럽게.

김태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태형을 향해 달려나가는 전정국을 나는 붙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