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친구로는 부족해

의식되기 시작했어, 니가

운동장을 걷는동안,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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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와, 남자친구도 아니라면서 교실까지 데려다주네. 친구 잘뒀다?

전정국이 나를 교실에 데려다주자 마자 김태형이 툭 튀어나와 전정국을 비꼬기 시작했다.

원래 정국이가 나 잘 데려다줘. 어릴때부터 습관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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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 습관 버릴때도 되지 않았나? 여주 너 길 못찾는 어린애 아니잖아.

왜 김태형이 나에게 모진 말을 하는지, 자신이 손해를 보며 전정국을 깎아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김태형을 때려눕힐 기색인 정국이를 가까스로 돌려 세웠다. 그리고 억지로 내 반에서 전정국을 내쫒았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급박했던 상황인지라 내 손톱에 의해 전정국의 손등에 상처가 나버렸다. 보기만해도 쓰라린 상처에 놀라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정작 전정국은 내가 잡은 자신의 손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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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손 좀 놓지.

아, 미안해!

화들짝 놀라 잡고있던 전정국의 손을 놓았다. 전정국은 긁힌 상처를 말없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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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너 있는 데에서는 안싸우니까 걱정 마.

그래도... 난 니가 다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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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내 걱정 해주니까 좋네.

진심으로 좋은 듯 전정국은 나를 보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또였다. 간질간질하고 설레는 낯선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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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야, 너 왜 멍때리냐.

어...? 아, 아냐...

그 기분도 익숙하게 말을 걸어오는 전정국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

전정국은 내 머리를 장난스럽게 헝크러뜨린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싸우지 않겠다는 말은 진짜였나 보다.

반에 들어가자 나를 주시하고 있는 김태형과 그 앞에 잔뜩 겁먹은 채로 서있는 주현이가 보였다. 아마도 김태형이 주현이를 괴롭히는 눈치였다.

반 아이들 모두 겁을 잔뜩먹고 누구도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점 점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나라도 나서야겠다 싶어 주현이의 손을 이끌어 내 뒤에 서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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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야.

무슨 일인데 반 분위기를 이렇게 험악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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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들긴 왜 끼어들어?

화가 많이 난 것인지 김태형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었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소문으로만 들었지 김태형의 저런 험악한 표정을 실제로 대해본것은 처음이니까.

하지만 나는 물러 설 수가 없었다. 내 뒤에 있는 주현이의 손이 내 옷깃을 잡은 채로 잔뜩 겁먹어 떨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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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김여주. 니가 뭘 모르나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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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태... 태형아. 내가 잘못했어...

주현이의 사과를 듣자마자 더욱 화난 모양인지 김태형은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쓸고 반을 나가버렸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심각한 상황인것은 확실했다. 주현이는 긴장이 풀린건지 김태형이 나가자마자 곧장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고, 나는 그런 주현이를 달래주었다.

뭐때문에 김태형이 저렇게 화내는거야?

본지 얼마 안됐지만, 내가 아는 김태형은 아무런 이유없이 화를 내고 그럴 애가 아니었다. 조금 능글맞게 장난치기는 했지만, 저렇게 화를 내는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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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아...아니. 나 진짜 잘못한 거 없어... 애들이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시끔 주현이가 우는 바람에 나는 묻는것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찝찝한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