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너를 기억해보려 해
01. 나의 하루


01

바깥이 시끄럽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누구보다 먼저 일어난 동료 노비들이다.

그 일찍 일어난다는 양반들보다도 먼저 일어나 각자 주어진 일을 한다.

대문을 열고, 마당을 쓸고, 밥을 짓고······.

다행히도 나는 조금 늦게 일어나는 부류에 속한다.

물론 조금 일찍 일어나는 거야 며칠이면 습관이 되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좋지 않은가.

다들 일어나서 일을 하기 시작할 때쯤 깬 나는 우물로 간다.

그곳에서 아씨의 세숫물을 떠온다.

그러고는 안채에 있는 아씨의 방으로 간다.

벌써 이 일을 한지 참 많이도 되었다.

이 집에 오고 두 번째로 오는 봄이니 두 해 째 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나는 매일 아침 이렇게 해왔으니

오히려 이젠 일어나서 아무것도 안 한다면 몸이 근질근질할 판이다.

물을 떠서 안채로 갔을 때쯤이면 아씨도 깨어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자는 행랑채와 우물은 양쪽 끝에 있으니

가는 시간만 해도 오래 걸린다.

그러니 물을 뜨고 안채로 갈 때쯤이면 어느새 해가 떠 있고 세상은 밝아진다.

그다음으로 내가 하는 일은 아씨의 몸단장이다.

아침 일찍 아씨의 머리를 땋고 댕기를 단다.

그러면서 아씨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애초에 내가 이 집에 팔려 온 것도 이것 때문이다.

만일 내 또래의 아씨가 없었더라면 나는 이 집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홀로 외로운 아씨에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시중을 들어주는 것이 내 일이다.

아씨
“여주야,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우리도 이제 이곳에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여주
“곧 혼사를 정한다고 하시덥니까?”

아씨
“어찌 보면 그런 일이기도 하지.”

아씨
“곧 궁에서 금혼령을 내릴 것이라고 하시더구나.”

아씨
“저하의 혼인 때문에 말이지.”

아씨
“하기야 저하께서도 혼인할 나이가 훌쩍 넘으시지 않으시더냐.”

여주
“그럼 당연히 아씨께서 세자빈에 간택되지 않으시겠습니까?”

여주
“저하의 신붓감으로는 아씨 말고는 누가 또 있겠습니까.”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었다.

아씨도, 저하도 모두 혼인할 나이가 되셨다.

아씨는 여태껏 세자빈 자리를 노리느라 혼인하지 않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지체 높은 양반들의 자제 중 으뜸은 아씨였고,

대감마님은 물론 다른 양반들도 삼간택 후보로 아씨를 꼽으신다.

여주
“아씨, 아씨께서 입궁하시면 저도 데려가실 겁니까?”

아씨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아씨
“ 오래 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나 잘 맞지 않느냐.”

결국은 때가 오는구나.

나도 아씨를 따라 입궁을 하게 된다면 그길로 두 번 다시 출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도 더 이상 찾으러 다닐 수가 없게 되겠지······.

아씨
“왜 그런 얼굴이더냐. 혹 궁이 싫으냐?”

여주
“아, 아닙니다! 궁이야 당연히 아씨도 저도 좋은 곳이지요.”

여주
“누가 궁에 가는 것을 싫어하겠습니까. 다들 가고 싶어 안달일 터인데 말입니다.”

아씨
“항상 보면 너는 밖을 나갈 때마다 좋아하는 것 같더구나.”

아씨
“특히 장으로 보낼 때는 더욱 말이다.”

아씨
“그것 때문이더냐?”

아씨
“궁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더냐.”

여주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그 정도야 괜찮습니다.”

여주
“궁만 하더라도 장터만큼이나 클 것이고, 궁인들도 많을 것인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씨
“내 그래도 핑곗거리를 대어 밖으로 자주 나갈 수 있게 해주마.”

여주
“그렇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다. 실은 난 사람 하나를 찾고 있다.

허나 내 신분은 천한 몸종이니,

따로 시간을 쓸 데가 없어 밖에 나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도성 내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고운 비단 옷을 입고 있었으니,

한성에 살지 않더라도 적어도 과거를 보러 오거나

그렇지 않아도 한 번쯤은 한성에 들를 것이고,

나는 그때를 노리는 것이다.

아씨
“말이 나왔으니 이 참에 오늘 장에 갔다 오자꾸나. 안그래도 방물가게에 들를 참이었다.”

여주
“네, 아씨!”

_

오후가 되어서, 아씨와 나는 장터로 나갔다.

아씨
“난 여기 있을테니 혹 원한다면 장터를 한 번 둘러보고 오너라.”

여주
“감사합니다, 아씨!”

기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민들과 양반들, 양반들을 모시는 노비들이 한 자리에 있었다.

늘 그랬듯 따로 기대감을 품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가게들을 살펴본다.

역시나 오늘도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항상 그랬던 결과라 별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훌훌 털고 아씨에게로 돌아간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손가락으로 톡톡 쳐서 불렀다.

뒤를 돌아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운 비단 도포를 입은 도령이, 처음 보는 나를,

그것도 천한 몸종을 부른 것이었다.



성운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