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너를 기억해보려 해
03. 정체


03

여주
“아, 감사합니다.”

길을 가는데도 계속 떠올랐다.

댕기를 받으며 웃는 그 모습이······.


우진
“저하, 괜ㅊ······.”


성운
“조용히 하게나.”


우진
“아, 예. 한데 괜찮으십니까? 근심이 가득한 듯 합니다.”


성운
“괜찮네.”


우진
“그런데 아까······. 왜 아니라고 하신겁니까?”


우진
“그럴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우진
“오히려 정말로 알고 있는 경우가 훨씬 희귀합니다.”


성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성운
“그 아이가 생각했던 것이 정말 나인지,”


성운
“아니면 닮은 자이던지 일은 크게 부풀어질 것 아니더냐.”


우진
“아,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진
“그런데 아까 그 사람은 어찌 알아봤을까요?”


우진
“그리고 어떻게 알게된 걸까요?”


우진
“양반집 규수들조차 모르는 것 아닙니까.”


우진
“그런데 일개 몸종이 그것을 알고 있다니.”


성운
“그것은 나도 신기하구나.”


우진
“어디 짐작가는 곳이 있으십니까?”


성운
“한 명. 딱 한 명 있기는 하다.”


성운
“ 하지만 이곳에서는 살지 않는다.”


우진
“여기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성운
“하나 더. 몸종이 아니다. 전혀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이다.”


우진
“아······. 예.”

하지만 그렇게 말해놓고도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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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아버지, 접니다.”

대감마님
“그래, 들어오거라.”

아씨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대감마님
“미리 말해두고 싶어서 불렀다.”

대감마님
“ 곧 때가 된 것 같구나.”

대감마님
“궁에서 금혼령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아씨
“이제 서둘러 준비해야 겠네요.”

대감마님
“그래, 네가 꼭 세자빈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가문이 일어설 유일한 길이다. ”

대감마님
“네가 세자빈이 되면 곧 저하께서 즉위를 하게 될 테다.”

대감마님
“ 그럼 넌 그때 만백성의 어머니가 될 것이야.”

아씨
“저도 그것이 꿈입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대감마님
“네가 항상 내게 말했지 않느냐. 꼭 한 번은 저하를 뵙고 싶다고.”

대감마님
“허나 나는 그럴 방도가 없다.”

대감마님
“이것이 저하를 뵙는 유일한 길이자, 최선의 길이다.”

대감마님
“그러니 네가 꼭 간택되어야 한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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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럼 어제 대감마님께서 부르신 것도 그것 때문입니까?”

아씨
“그래, 아버지께서는 항상 친절하시고 다정하시지만 그쪽으로만큼은 욕심이 많고 냉정하시지 않느냐. ”

아씨
“ 아버지께서 궁에서 그런 소문을 들으신 모양이다.”

여주
“궁은 참 넓겠지요? 물론 이곳도 참 넓지만 말입니다. ”

여주
“ 어찌나 넓은지, 대문에서 우물까지 가는데 깜깜했던 하늘이 도착할 때 쯤에는 환해집니다.”

아씨
“궁은 정말 이곳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넓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아씨
“그곳에서 머무는 궁인들만 어찌나 많은지.”

여주
“얼른 가 보고 싶습니다.”

아씨
“아버지께서 그리 확신하시니 계절이 바뀌기 전에 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씨
“나도 기대되는구나.”

아씨
“아, 그런데 말이다. 혹 내가 처음 금혼령 얘기를 꺼냈을 때 별로 내키지 않아했던 이유가 그것이냐?”

아씨
“그리운 사람을 찾고 있어서 말이다.”

여주
“사실은·······. 그렇기는 합니다.”

여주
“지금처럼 쉽게 드나들지 못 할 테니까요.”

여주
“정말······.”

여주
“언젠가는 꼭 한 번 뵈고 싶습니다.”

아씨
“그리 절실히 찾고 있었는데 왜 내게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아씨
“사람 한 명 쯤은 쉽게 찾아줄 수 있을 터인데.”

여주
“제 스스로 찾고 싶어서요.”

여주
“그 사람은 제가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거든요.”

여주
“오래 전 일이라······.”

아씨
“그렇겠구나.”

여주
“물론 언젠가는 다 드러나게 되어있지만 그 사람이 걱정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주
“제가 이곳으로 팔려 온 이유 중 하나도 그 사람 때문이란 걸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아씨
“얼마나 보고싶으면······.”

아씨
“네 모습이 꼭 나와 같구나.”

여주
“아씨도 그 분이 많이 뵙고 싶으싶니까?”

아씨
“그래. 이제 큰 관문만이 남았구나.”

아씨
“허나 내가 그 문을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말이다.”

여주
“아씨께서는 그게 누구든 그 문을 넘을 것입니다.”

여주
“조선에서 제일인 세자 저하도 뵈러 가시는데 누가 안 되겠습니까. ”

아씨
“고맙구나. 네 말처럼 나도 힘을 내서 그 문을 넘어보마.”

아씨
“너도 꼭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거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렇게 좋았는데······.

언제부터 였을까?

우리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이.

우리는 정말 언젠간 틀어질 관계였을까?

꼭 굳이 돌아서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