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괴다.
오전 8시


03:00 AM
000
...아.

000
...몇 시지?

정신을 차려 보자, 내가 좋아하는 색의 심플한 시계가 오전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지친 몸을 침대로 떨어뜨렸다.

자다가 깨서인지, 한 번 도망간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기 위해, 정자세로 눕는다.

000
...그래도...

아까부터 생각했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000
태형이, 도와줘야겠지...

어느샌가 난 김태형을, '반장'도 '걔'도 아닌 태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내가 김태형을 태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을 후회한 때에서였다.

000
그 언니가 건드린다고 했으니까...

팔목으로 눈을 가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민윤기가 나에게 웃었던 모습이 아른거렸다. 희고 고운 피부로, 붉은 입술을 싱긋 웃는 것이 보였다.

눈을 비비자 눈을 감고 애교를 떨고 있던 태형이가 보였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배치기로 침대에서 일어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000
아아아아아악!!!

08:00 AM
평소보다 늦게 학교에 도착해버렸다. 아마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선도부에게 잡혀 있었을 지도...

바른 생활 000, 벌점 받을 뻔했다.

김미믹
저기, 00아. 너 어디 많이 아파 보여.

000
...아니야.

김미믹
진짜?

000
아니라니까!

아, 너무 크게 말했나. 눈을 똘망똘망하게 뜬 미믹이가 풀이 죽은 것인지, 다시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000
아니, 그... 미안해...

자꾸 뒤와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니까, 슬슬 좀 많이 무섭다. 하하.


정호석
000.

000
아, 어?


정호석
공부 중에 미안하지만, 아까 누가 너를 찾는 걸 봤는데....


정호석
저기 - 교문 쪽에서. 나 그 사람 누군지 아는데, 같이 가 줄까?

000
아, 어...?


정호석
이따 쉬는 시간에, 시간 조금만 빌려줘 ~

000
아, 어... 어.

누군지 짐작이 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분명히 주시진, 그 선배님일 거다.

000
아는... 사람이야?


정호석
예전에 조금 친했었어. 지금은 별 생각 안 해 ~ 그냥 있으면 아, 있구나 하는 정도?

000
여자...야?

알면서도 이딴 거 물어보는 내가 살짝은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묻고 싶었다. 궁금했다. 정호석이 주시진 선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호석
응. 여자야. 그치만 00이처럼 성격이 예쁘진 않아.

아니, 성격이 예쁜 건 뭐야... 성격이 좋거나, 착하거나 중 하나지. 예쁜 애들은 다 싸가지없다던데, 시진 선배도 예뻐서...

000
아, 어...

10:50 AM
자주 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길래 약을 거의 더미로 챙겨 다니는데 그걸 챙겨 먹자 정호석과 김태형, 민윤지의 떼(?)가 장난 아니다.


김태형
얼마나 아프면 이렇게까지 챙겨 먹어! 000, 선생님한테 말씀드릴 테니까 그냥 쉬어.


정호석
맞아... 얼마나 아프면 이렇게 다발로 먹는 거야, 걱정되잖아...


민윤지
가시나(계집애)야, 그러게 몸 조리 잘 하라고 했지! 이런 게 한 두 번이가? (한 두 번이야?)


정호석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어? 그럼 더더욱 챙겨야지!

셋이서 나를 물고 뜯으니, 대답을 하고 싶어도 대답을 하질 못 하겠다.

000
나 괜찮아! 정호석, 그 사람이나 찾아가자.


김태형
뭐? 이 몸으로 어딜 가는데!

000
안 아프니까 걱정 마!

...뭔가 짹짹거리는 아기새들을 돌보는 엄마새가 된 느낌이지만, 그냥저냥 넘어가도록 하자.


정호석
이쪽 반일 거야. 쉬는 시간 조금 남았으니까, 천천히 가자.

000
아...


정호석
00이는, 취미가 있으려나?

000
나는... 글쎄. 없는 것 같은데.


정호석
나 춤 추는 거, 그때 봤었지? 난 춤 말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 00이가 예뻐서 찍으면 잘 나올 것 같은데.

000
...그런 소리 하지 마. 내가 예쁘면 전 세계 미인들 모욕이야.


정호석
정말 예쁜데? 다음에 같이 예쁜 배경 찾아 나가자. 나간 김에 00이 사진도 찍고.

...이거 돌려 말하면 데이트 아닌가...


정호석
아, 여기야!

000
...2학년 교실은 우중충하구나 -

작게 탄식하듯 한 말에, 정호석이 웃는 소리가 들리자 괜히 나도 희망적으로 웃게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마법같았다.

000
- 실례합니다...

???
아, 드디어 왔네.

???
표정 존 - 나 띠껍다, 어딜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니?

???
어제 말 했잖아, 쓰레기라니까? 썅년이 지 주제도 모르고...

뭔데 내가 여기서 욕을 다 듣고 있어야 하는 거지, 그 중 중간에 선 어제의 그 선배, 주시진은 싱긋싱긋 웃어 가며 가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주시진
어우 ~ 얘들아! 쟤 너무 놀리지 마아 ~ 그래두 후밴데, 너무하는 거 아냐 - ?

???
씨발, 주시진 이 년 표정 봐라, 큭큭크... 집 나갔던 콩쥐가 내뺄 표정이다.

주시진
표현 한 번 제대로 시적이시네 -.


정호석
...주시진, 니가 다음 상대를 얘로 골랐다면 내가 어떻게 보장해 줄 수가 없는데.

뭔 시발! 이 학교 애들은 저 선배면 다 같이 반말 까시네요! 이 기회에 나도 반말 쓰고 머리채 뜯고 싸울까? 어?!


정호석
내가 너를 도운 건 지난번, 민윤기 사건 때까지였고. 더 이상은 도울 이유도 없고 마음도 없어.

000
...민윤기...?

주시진
뭐? 그 일에는 너도 책임이 있다고. 잊었어?


정호석
그랬지.

내 눈에 비친 정호석은, 더 이상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나를 봐주던 착한 제이홉이 아니었다.


정호석
얘는 나도 좀 마음에 들어서, 조금 데리고 있어보려고.

주시진
니가 마음을 준 여자들은 다 거짓이었다며! 나도 그랬고, 가지고 논다고 그랬잖아!



정호석
하, 진짜. 앵간히(어지간히) 하고. 어?

곧이어 정호석은 주시진에게 다가가 살짝 허리를 숙이고 곧은 검지 손가락을 펴 올렸다.

그리고서는 그 손가락으로 -


정호석
시발, 주제도 모르는 년이 여기 있네?

- 주시진의 이마를 밀어 댔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질의응답.

000
너나 그 니 도플갱어인 작가나, 이름이 왜 김미믹이야?

김미믹
...거기엔 깊은 사연이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 줘.

000
...어.

김미믹
내가 원래는 닉네임을 믹, 그러니까 Mick으로 하려고 했단 말이야. 믹은 민윤기의 내 나름대로의 줄임말이야.

000
아, 어... 대체 왜 닉네임을 민윤기로 하려고 했던 거야...

김미믹
그런데 영어로 치는 과정에서, 컴퓨터가 렉이 걸리는 바람에 이름이 MiMick, 그러니까 미믹이 되어 버렸단 말이지.

000
어.

김미믹
그런데 미믹(Mimic)이라는 영어 단어도 있고, 미믹은 상자 괴물을 뜻하기도 해서 해석의 나름대로 예쁜 것 같아서 끝에 K를 빼고 Mimic, 미믹으로 쓰고 있어.

김미믹
그치만 내 본 닉네임은 이게 아니야. 내가 누구인지 숨기고 싶을 때만 익명 비슷하게 사용하는 거야.

000
아...

김미믹
김미믹은 내 성인 김이랑 닉네임인 미믹을 합친 거고.

000
...? 널 숨긴다면서.

김미믹
김씨 성은 한국에 가장 흔한 성씨 중 하나라고.

김미믹
참고로 경주 김씨야.

000
...무슨 아무말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어...

김미믹
질문해 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