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쟤야, 내 여친”
외전 [02]


여느 날 아침_

아직도 소파 위에서 자고 있는 정국이다.

막 잠에서 깬 여주가 소파 위에서 쿠션을 껴안고 자고 있는 정국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지_

전정국

여주의 부름에도 정국이 깨지 않자, 여주가 조금 더 큰 소리로 정국을 불렀다.

전정국..!

으음..

너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아, 몰라…나 지금 피곤하니까 나중에 얘기해..

_라며, 쿠션으로 얼굴을 가리는 정국이다.

하지만, 여주도 그에 당할 사람은 아니지.

여주는 거실 불을 키곤 정국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쿠션을 뺏었다.

아..!

뭐하는 거야 지금..!

화낼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 같은데

너 내가 술 줄이라고 했지

회식이었던 걸 어떡해..이것도 다 일의 연장선이라고

그래서 안 나가도 될 술자리까지 나가셨다_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_ 박지민은 유성은 따라 미국 갔지 누나는 나랑 술도 안 마셔주지!

내가 분명 말했잖아, 난 술 안 좋아해서 안 먹는다고

왜 이제와서 그래

하_ 말을 말자

한숨을 푹 내쉰 정국이 쿠션을 끌어안고 여주를 등져 누웠다.

너 오늘이 무슨 날인줄은 알아?

나 피곤하다고..

그래_ 네 마음대로 해라

난 나갈 테니까

뭐..?

나 오늘 하루종일 나가있을 거니까 아침 점심 저녁 다 너 알아서 챙겨

몇 시에 들어올 건데

몰라_ 내가 들어오든 말든 넌 신경 쓰지 말고 자

너도 나 신경 안 쓰고 들어오잖아 맨날

아 진짜 쫌..

쾅_!

방문을 세게 닫는 여주에 아주 살짝 쫀 정국이 뭐라고 궁시렁거렸다.

꼭두새벽부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진짜..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벌써 아침 9시인걸..

나쁜 새끼..

권태기라고 기세부리는 거야 뭐야..?

아무리 권태기라지만 결혼기념일은 챙겨야 하는 거 아니야?

정국에게 단단히 화가 난 여주가 잘가고 있는 앞차에게 괜히 화를 냈다.

저 차는 왜 이렇게 느려 터진 거야..!!

아으 진짜_

언니!

왔어?

웬일이야_ 날 부르고

오랜만에 동생이랑 데이트하고 싶어서~

ㅋㅋㅋ

근데 오늘 결혼기념일 아니야? 전정국은?

새벽까지 술 퍼마시다가 아직도 주무시네요_

뭐?!

이 개자식이_

당장 집으로 가!!

내가 그 새끼 믿고 결혼 허락해준 건데 뭐?

이이..! 대머리로 만들어도 시원찮을 놈?!

ㅋㅋㅋㅋ내가 다 속이 시원하네

암튼, 오늘은 너랑 데이트할 거야

새벽까지 안 들어갈 거고_

새벽까지..?

응

언니, 난 새벽까지 같이 못 있을 것 같은데..?

뭔 일 있어?

나 지민이랑 데이트하러 갈 거야

..언제?

이따 한 10시쯤?

알았어..혼자 술이나 마시지 뭐

아잉_ 내가 가기 전까지 재미 확실히 보장해줄게!!

푸흐ㅎ

고마워_ㅎ

오후 8:00
으음..몇 시야..

이제까지 자다가 일어난 정국이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했다.

설마 아직도 안 들어온 거야..?

기척이라곤 1도 느껴지지 않은 텅 빈 거실_

평소라면, 저녁 준비를 모두 마친 여주가 씻고 나온 정국에게 달려가 머리를 쓰담아줄 시간이었다.

뭐 먹을 거 없나_

음식 재료로 꽉 차있는 냉장고를 본 정국이 냉장고 문을 다시 닫았다.

먹을 게 없네..

먹을 건 많았지만, 정작 요리는 할 줄 몰랐기에 풍성한 요리 재료는 그림의 떡이었다.

갈수록 더해지는 배고픔에 잠시 여주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한 정국이었지만_ 이내 전화키 대신 배달앱을 켰다.

권태기인 것 같다고?

어_ 그런 것 같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오늘 결혼기념일인데, 전정국 그자식은 새벽까지 술 퍼마시다 들어오고

언니가 혼자 나갔다 온다니까 그러려니하고 다시 이불 들쳐매고 잤다잖아

진짜..?

아무튼_ 조만간 전정국 좀 만나ㅅ..

따르릉_

전정국?

언니 어딨나 물어보려고 했겠지 뭐

*여보세요

*야, 누나 어딨는지 아ㄴ_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게

*뭐..?

*야_ 당연히 알아야지 내가 남편인데

*허..남편 좋아하시네

*남편이라는 놈이 결혼기념일을 까먹냐?

*..어?

*하..오늘 결혼기념일이라고 미친놈아..

*하씨..!

*너 설마 진짜 까먹은 거냐..?

*야, 야_ 나 끊는다, 끊어..!!

*뭐? 야! 내 말 아직 안 끝ㄴ..!!

뚝_

뭐야 이거..

오전 1:30
푸으…

어느새 술에 취한 여주가 잔을 세게 내려놓고는 상에 얼굴을 박았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그런 여주를 보다 못한 웨이터가 여주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_ 웨이터라기 보다는 바텐더인가..?

몰라요..

그렇다기엔 벌써 10잔째십니다

태형이 술잔을 한 잔 더 건네며 말했다.

아니, 이젠 11잔째시군요ㅎ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뭐죠

남자들이..

기념일을 까먹는 건 뭐 때문일까요..?

안 변할 것처럼 말하더니..대체 왜..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전 그런 걸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태형의 말에 두 볼과 코가 모두 붉어진 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왜여..!!

화난 여주의 모습에 피식, 웃는 태형_

글쎄요_

아마 언젠간, 챙기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

뭐라는 거야 정마알…

술기운을 못 이긴 여주가 엎드려 잠에 들자, 여주 손에 붙들려 있던 술잔을 꺼내들어 싱크대에 술을 버리는 태형_

이런_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데

이 엪소는 2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