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쟤야, 내 여친”
외전 [03]


술집을 마감할 시간이 다 되어가자_ 술잔을 닦던 태형이 아직도 엎드려 자고 있는 여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태형
죽었나_

역시 그럴 일은 없을 거라며, 태형이 여주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하지만_ 그럼에도 여주는 요지부동이었지.


김태형
이 아가씨를 어쩌나_

턱을 괴고 여주의 얼굴을 보던 태형이 무언갈 잠시 고민하곤 다시 술잔을 닦았다.

따르릉_

그때 전화 벨소리가 들려왔고_ 자신의 벨소리가 아니란 것을 눈치챈 태형이 여주의 폰을 찾았다.

[내 남편❤️]

그런 수식언으로 걸려오는 전화에, 태형이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결혼한 여자가 이 새벽까지 저렇게 술을 마시러 온 거라면 그 이유는 뻔했고,

전화를 받아 오해를 받긴 싫었고, 그 오해를 풀려 어색한 상황이 오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_


김태형
여기서 마감시간을 더 끌 수는 없지

모든 준비를 끝낸 태형이 하나둘씩 여주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의자에 걸려있던 겉옷을 여주에게 다시 입혔고, 이번엔 양쪽어깨에 손을 올려 여주를 재차 흔들었다.

권여주
으음..

그제야 감긴 눈을 조심히 뜨는 여주_


김태형
마감 시간 한참 지났습니다, 손님_

권여주
아, 아..

자리에서 일어난 여주가 술기운에 비틀거리자, 태형이 여주의 팔을 잡았다.


김태형
집이 어디십니까_

권여주
괜찮아요..택시 타면..


김태형
택시비는 있으시고요_

급하게 열어본 여주의 지갑에는 오만원짜리 지폐 두어장과 교통카트가 들어있었다.

권여주
아..

올 땐 버스를 타고 왔지만, 새벽 4시가 넘어선 시각에 버스가 다닐 리는 없었고_

술값을 내고 나면 집까지 가는 택시비로는 택도 없었다.

권여주
어, 얼마..


김태형
9만 8천원입니다

권여주
구만..

지폐를 꺼내려는 여주의 팔을 잡은 태형이 지갑을 도로 닫았다.

권여주
저기_


김태형
유부녀한텐 관심없습니다

권여주
예..?


김태형
일단 나가시죠_ 손님 덕분에 마감시간이 1시간이나 늦어졌으니

권여주
예, 예..

권여주
저기, 돈은..

여주의 물음에 태형이 아무 말없이 명함을 건넸다.

권여주
아, 그럼 내일..연락드릴게요

그렇게 또 한 번의 침묵이 찾아왔고_

약 20분이 흐른 뒤, 차가 길가에 멈춰섰다.


김태형
도착했습니다

권여주
감사합니다..

꾸벅_ 인사를 하고 비틀거리며 내리는 여주와 그런 여주가 집에 잘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차를 돌리는 태형이다.

띡띡띡_

혹시나 문을 열면, 아직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정국이 있을까 하는 마음을 품었지만_

권여주
아직까지 깨어있을 리가 없지..

피곤함에 거실까지 들어간 여주가 소파에 풀썩, 쓰러졌다.

몸이 무거워 안방까지 들어가기가 너무 귀찮았다.

새삼_ 정국이 왜 그렇게 소파에서 자댔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다.

권여주
아아..머리 아파..

술도 안 좋아하는 애가 뭔 술을 이렇게 퍼마셨다고 묻는다면..

권여주
다 전정국 그 *새끼 때문이야..

그렇게 쓰러지듯 잠에 든 여주_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밝아왔고_

정국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전정국
..

항상 자신이 잠들어있던 자리에 여주가 누워있으니 머리가 복잡한 정국이었다.

어젯밤 그렇게 걱정하며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던 여주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소파에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으니..

화가 나면서도 과거의 자신이 겹쳐보였기에 뭐라고 할 수 없는 이 답답함_


전정국
일어나

권여주
으음..


전정국
일어나라고 권여주_

권여주
아 왜 깨워..나 얼마 못 잤단 말이야


전정국
술 마셨어?

권여주
..


전정국
술도 안 좋아하면서 새벽까지 술을 마셔?


전정국
누구랑 마셨어_ 남자랑 마신 건 아니지?

권여주
허..자기는 맨날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왔으면서 난 하루 그랬다고 뭐라 그러네

권여주
내로남불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전정국
난 일이었으니ㄲ_

권여주
시끄러워..머리 울리니까 말 그만해

권여주
변명 듣기 싫어..


전정국
권여주..!!

권여주
누군 소리 지를줄 몰라서 소리 안 지르는줄 알아?


전정국
하..나 오늘 아침에 미팅있어서 일찍 나가봐야 돼


전정국
오늘은 제발 무리 좀 하지 말고 집에 있어

권여주
오늘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집에 박혀있으라고_ 응?


전정국
됐어_ 그만 말하자

옷가지를 챙긴 정국이 화를 낸 후 집을 나갔고_

울려오는 머리를 붙잡은 여주가 다시 소파로 쓰러졌다.

다시 잠에 들려 몸을 뒤척이자, 주머니에 무언가 걸리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권여주
이게 뭐지..

그 원인은 바로, 어제 태형에게 건네받은 명함이었다.

권여주
아..어제 돈을 안 냈었지 참_

잠시 무언갈 고민하던 여주가 명함에 쓰여있는 태형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_


김태형
*여보세요_

권여주
*어, 저기_ 어제 술 먹고 돈 못낸 사람인데요


김태형
*아_ 네

권여주
*계좌번호 알려주시겠어요? 거기ㄹ_


김태형
*아_ 이거 어쩌죠, 제가 계좌가 없는데

권여주
*네..? 아니, 계좌없는 사람이 있을 리가..


김태형
*와서 결제해주시겠어요_ 마침 찾아가실 것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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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은 다음화가 마지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