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쟤야, 내 여친”
외전 [04]


딸랑_

저기..

일찍 오셨네요_

오픈 시간에 정확히 맞춰올줄 몰랐던 태형이, 냉장고 정리를 하다 멈춰 서서 말했다.

아_ 제가 너무 일찍 온 건가요?

저녁 즈음에 오면 손님들 많을 것 같아서 지금 왔는데_

아닙니다, 일찍 오는 게 더 낫네요

근데 아까 말씀하신 건 뭐죠_?

그게 뭘 말하는 거냐는 듯한 태형의 눈빛에 여주가 한 번 더 설명을 끼얹었다.

아까 찾아갈 것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일단 결제부터 하시죠

아, 네

카드를 건네받고 결제를 하는 태형을 뒤로 두고 가게를 구경하던 여주가 태형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정말로 계좌가 없으세요?

아뇨_

..?

“아뇨”라는 두 글자에 어이가 없었던 여주가 맹한 표정으로 태형을 뒤돌아봤다.

그런 여주의 표정에 들키지 않게 조용히 웃는 태형이지_

근데 왜 없다고 거짓말 하셨어요_

그러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반문하는 태형_ 그런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태형이 건네는 카드를 다소 뺏는듯 가져가는 여주다.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그것보다_ 찾아갈 거라는 건 뭐예요

음_

왜 뜸을 들이세요

잠시 뜸을 들이던 태형이 작게 말했다.

김태형입니다_

네..?

내 이름이 김태형이라고요

권여주 씨_

제 이름을 어떻게..

어제 알려줬잖아요_

어젯밤_ 막 차가 출발했을 무렵

댁이 어디십니까

으음..한남동…어디..

예?

그렇게 몇 번을 재차 물어서야 여주의 집주소를 알아낸 태형_

8차선 도로를 빠르게 달리던 태형의 차가 빨간 불에 멈춰서자마자_ 주소를 물은 이후 아무 말이 없던 태형이 여주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뭡니까_

네..?

그쪽 이름이 뭐냐고요

권녀주….!요

반말하지 않으려 이름을 크게 외친 후, “요” 자를 아주 작게 말하는 여주다.

ㅎ_ 나는,

..어차피 지금 말하면 기억 못하려나

아, 그래서_

내가 여주 씨 이름을 받았으면, 여주 씨도 내 이름 찾아가야죠

그게 예의니까_

아, 뭐_ 그건 그렇죠ㅎ

암튼_ 돈도 냈고 통성명도 했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참_

또 할 말 있으세요?

어제 차비를 안 받았는데

차비요..?

대뜸 차비를 달라는 태형에 황당한 여주지_

분명 자기가 태워주겠다고 해놓고 차비를 달라는 어이없는 경우는 또 뭐람_

얼말 드리ㅁ_

차비는 나중에 받을게요_

또 여기로 오라는 거예요..?

아뇨_ 차비는 제가 받으러 가겠습니다

우리 집으로요..?

아니 근데_ 정말로 차비를 받으실 거예요? 어젠 자기가 멋대로 태워주겠다고 그랬으면서..?

ㅎ_ 제가 한남동이랑 정반대편에 살아서요

기름값이 좀 나왔답니다

들을수록 기가 차는 태형의 발언에 여주는 이제 알았다며 손사레를 쳤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네, 조심히 가세요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시고요

..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_

여주와 정국이 점심을 먹기로 한 날, 여주가 먼저 식당으로 도착했다.

흠_ 언제 오려나

권태기를 맞이한 이후로 첫 외식이자 데이트였다.

평소엔 입지도 않은 H라인 치마에 V넥 블라우스를 입었다.

얼른 왔음 좋겠다ㅎ

그렇게 10분, 20분_

30분, 40분_

..회의가 늦어지나

그렇게 기다린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나가자, 화가 난 여주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_ 휴대폰 넘어로 들려오는 소리라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ㅇ_”

..

그렇게 한참을 폰을 만지작거리다, 누군가에게 전회를 걸었다.

따르릉_

*여보세요_

*김태현 씨..?

*네, 맞습니다

*저, 권여준데_ 차비..오늘 받으실래요?

*오늘이요?

*네_ 오늘이 제일 적당할 것 같아서..

*아, 가게 바쁘시면 안 오셔ㄷ_

*괜찮습니다, 지금 가죠

*주소 알려주세요_

그렇게 주소를 알려준 후, 비워진 컵에 물을 다시 가득 채우곤 그 물컵을 다시 비우는 여주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났는데, 연락 한 통을 안 보내고 보지 않는 거라면..

역시나 오늘도 오지 않겠다는 거였다.

나쁜놈..자기가 먼저 오자 해놓고..

그렇게 20분이 흘렀고_

딸랑_

문을 열고 들어온 태형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여주를 발견했다.

여주 씨?

아, 왔어요..?ㅎ

차려입은 여주를 본 태형이, 무언갈 알아챘는지 웃음을 지었다.

내가 괜히 부른 거 아니에요..?

한참 일할 시간인데..

괜찮습니다

정말요..?

결혼도 한 여자가 이 시간에, 안지도 얼마 안 된 남자를 부른다는 건_

뭔가 사정이 있었다는 거겠죠

..

정곡을 찔린 여주가 괜히 고개를 숙였다.

약속 시간이 언제였습니까

두시간 전..이요

연락도 안 됐습니까?

받지도 않고 하지도 않아요..ㅎ

씁쓸한 표정을 짓는 여주_

그에 상황을 모면해보고자 주제를 돌리는 태형이지.

뭐 좋아합니까?

아_ 전 로제 파스타 좋아해요!ㅎ

여긴 크림 빠네가 유명한데_ 참, 시카고 피자나 불고기크림리조또 같은 것도..

메뉴를 말하며 행복해하는 여주를 본 태형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_

딸랑_

누나, 미ㅇ..

여주와 낯선 남자가 마주 앉아 하하호호 하는 광경을 본 정국_

지금 뭐하는 거야_

전정국?

이 남자는 누구야

네가 여긴 웬일이야_ 평소처럼 까먹은 줄 알았는데

뭐?

가_ 지금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 남자 누구냐고?!

버럭_ 소리를 치는 정국에, 괜히 울컥하는 여주였다.

왜 적반하장이야..? 잘못은 네가 했잖아!

내가 연락 안 받아서 그래? 아님 연락을 안 해서?

그걸 아는 놈이 반성하는 태도도 안 보여?

넌 나한테 미안하다는 감정이라곤 1도 없는 거지?

권여주_?!

웅성웅성_ 두 사람의 싸움에 식당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그쯤 하시죠

당신이 뭔데 끼어들어_ 그리고 이 사람 유부녀라는 건 알아?

설마 알고도 들이대는 건 아니겠지?ㅋ

전정국!!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고

오히려 이렇게 좋은 여자를 내챙개쳐두는 당신 같은 사람은..

뭐 안 봐도 알 만하네요

뭐야..?

하..태형 씨, 미안해요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괜찮아요,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죠

이런 꼴을 보여서_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그리고 그쪽_

뭡니까

잠깐 나 좀 보죠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

여주 씨 앞에서 할 얘긴 아닌 것 같아서요

네..?

하_ 누난 먼저 집에 들어가 있어

..알았어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여주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정국을 애타게 기다렸다.

얘가 왜 이렇게 안 오지..

두 사람 다 전화도 안 받고_

그렇게 2시간쯤 지났을까, 현관문 벨소리가 느리게 들려왔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지만 되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여주는 의아함에 현관으로 나갔다.

정국아, 안 들어오니?

누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붉어진 눈시울이 여주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무슨 일 있었어?

태형 씨가 이상한 말이라도 한 거야?

정국은 아무말 없이 여주을 품에 안았다.

너, 너 갑자기 왜 그래..

사실은..그 남자한테 엄청 화내려고 따라갔는데..

뭐..?

미안해..누나가 아니라 그런 놈한테 들은 말로 정신차려서..

정신차리다니..그게 무슨 말이야

술도 안 좋아하는 누나가 그렇게 술 먹고 온 날..알아차렸어야 하는 건데..

정국아..나 아직 네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김태형 씨한테 대체 무슨 말을 들었길래_

코를 훌쩍거리던 정국이 여주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곤 조금씩 말을 이었다.

그사람이..누나가 했던 말 다 해줬어

누나가 힘들다고 말했던 거 다 말해줬어..내가 모르는 것까지

나..얘기한적 없는데?

술취해서 다 얘기했다는데_

아..그랬던가..ㅎㅎ

미안..나도 내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랬던 건데 정작 누나 상황은 이해도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어..

그래서 이렇게 바로 달려와서 사과하는 거야?

말없이 끄덕이는 정국에 여주가 까치발을 들곤 머리를 쓰다듬었다.

근데 어쩐일이래, 우리 똥꼬집 도련님께서?

똥꼬집이라니..!

맞잖아_ 풀리려면 며칠은 걸리는 애가

그거야..그사람이 들이댈까봐..

기어갈 듯한 정국의 목소리_

뭐? 뭐라고 했어?

응..? 아니, 아무것도..ㅎ

아무튼, 우리 다시는 권태기 만들지 말자_ 내가 앞으로 잘할게

너무 미안하고..

그리고 또, 사랑해

푸흐ㅎ, 알았어

나도 사랑해_

쪽, 그렇게 잠시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이제 들어가자, 저녁 차려줄게ㅎ

응!ㅎ

그렇게 들어가려던 찰나_

띠롱!

태형에게서 문자가 왔다.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또 우리 술집 와요. 말동무는 해줄게요.]

피식_ 무심한듯 자신을 챙겨주는 말투에 여주가 미소를 지었다.

왠지..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

누나! 얼른 들어와!

알았어!!ㅎ

여러분! 드디어 외전도 끝이 났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쟤야, 내 여친”을 봐주신 모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앞으로 하나의 작이 더 완결을 마치면 새로운 작 구상해오도록 할게요!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