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잠깐, 순영아!
01. 쑨을 다시 만나다니, 이건 운명?


내가 남들보다, 특히 보통 여자아이들보다 특이하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꽤나 많이 들었다.

배구, 축구 같은 운동을 무척 좋아하고 성격이 털털하며 직설적이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 혹은 내 주변 사람이 억울하게 당하고 사는 걸 절대 참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숙덕거릴 때마다 항상 나에 대해서 나오는 이야기, 똑같은 레퍼토리가 있다.

"어휴, 계집애가 사내아이처럼 거칠게 노니까 원…" "우리 애들도 다칠까 걱정이에요. 애가 여자답게 차분하지가 않아…"

그 당시의 나는 물론 지금의 나로서는 어떤 행동이 여자다운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게 중요한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난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확실하니까.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나였다.

워낙 특이한 성격 탓에 친한 친구는 현재 같은 배구부인 승관과 집안 사정 때문에 이사를 갔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같이 나온 순영밖에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순영을 다시 만났다.

김여주
"어? 혹시 권순영…? 맞지?"


권순영
"…김여주?"

솟구치는 행복이 하마터면 그를 와락 껴안을 뻔 했지만, 그 감정을 꼭꼭 숨기고 순영의 안부를 물었다.

김여주
"쑤우녕! 이게 진짜 몇 년 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권순영
"으응, 자, 자, 잘 지냈지. 머리 바꾼 거야...?

김여주
"어? 어. 역시 한 번에 알아보는구나. 어울려?"


권순영
"응 잘 어울려. 아니 좋아..."

그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10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처럼 생긴 쭉 찢어진 눈.

햄스터같이 빵빵한 볼. 그리고 소심하면서도 무척 세심한 성격까지.

예전에도 엄청 좋아했는데, 지금도 네 얼굴을 볼 때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볼이 빨개지면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거겠지. 그것도 아주 많이.

김여주
"쑤녕! 혹시 이따가 학교 끝나고 잠깐 만날 수 있어?"


권순영
"응응!"

김여주
"뭐야, 웬일로 적극적이야?"


권순영
"칫. 아, 아니거든…"

토라진 척하며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는 순영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순영의 볼을 푹 찌를 뻔했지만,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이성이 나를 꽉 잡고 붙들어 주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장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순영에게로 달려갔다.

김여주
"쑨! 나랑 놀아야지!"


권순영
"여주야...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면 어떡해…"

김여주
"그럼 나야 좋지."


권순영
"여, 여주야...?

실망했다고, 우리 사이가 그 정도밖에 안 된 거였냐고 장난스레 순영에게 따져댔다.

김여주
"근데 쑨! 키 엄청 많이 컸네? 옛날에는 나보다 훨씬 작았었는데…"

"아니거든! 내가 너보다 컸어! 아니, 그냥 컸다고 해줘…"

미치겠다. 분개한 햄스터 마저 귀여워 버리면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잖아.

김여주
"순영 진짜 너무 귀여워…"


권순영
"아! 아니거든…"

아니거든을 연신 외쳐대며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순영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푹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김여주
"쑨영!"


권순영
"왜…?"

김여주
"너 너무 말랐어. 잘 먹고 다녀!"


권순영
"알았어…"

김여주
"내 새끼 어디 가서 기죽지 말라고…"


권순영
"여주 너 우리 엄마 같아…"

순영과 대화를 하면서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