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잠깐, 순영아!

02. 뭐야 뭐야, 이 분위기는

순영과 카페에서 정신없이 장난치고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김여주

"쑨! 이제 집에 가야 될 거 같은데?"

권순영 image

권순영

"응. 너무 늦었다."

김여주

"난 이만 갈게, 쑨도 잘 가!"

권순영 image

권순영

"내가 데려다 줘야 되는데…"

순영이 개미 목소리로 중얼거린 말을 알이듣지 못해서 그에게 되물었다.

김여주

"응? 잘 못 들었는데, 다시 말해줄 수 있어?"

권순영 image

권순영

"아, 그…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왠지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지만, 곧 훌훌 털어버리고 순영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집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순영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달을 보면서 뛰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와 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 뒤 곧장 침대 위에 쓰러지듯이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가슴 한 켠이 간질간질한 두근거림이 기분 좋았다.

김여주

'에이, 무슨 주책이야.'

제멋대로 날뛰는 내 심장과 나를 엄하게 타이르면서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보았다.

잠을 정해 보았지만, 쉬지 않고 순영 생각만 하다 그만 밤을 새 버리고 말았다.

김여주

"지금 몇 시지...?"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봤다.

김여주

"망했다."

쉬지 않고 뛰어오느라 가쁜 숨을 헐떡거리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순영을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순영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순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나를 발견했다.

권순영 image

권순영

"

권순영 image

권순영

"ㄴ, 나 안 잤어!"

자다 깬 모습이 부끄러웠던 건지 시치미를 뚝 떼는 순영이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김여주

"뭐야, 쑨도 밤 샜어?"

권순영 image

권순영

"으, 응...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안 봐...!"

순영도 밤을 샜다는 말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그는 연신 손사래를 치며 부인을 했다.

사실 그렇고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그때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교과서를 꺼내려 서둘러 가방을 열었다.

김여주

"......?"

하지만 내 가방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건,

교과서가 아닌

한 무더기의 만화책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순영을 향해 몸을 살짝 기울여 그의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

김여주

"쑨, 나 교과서 안 가져왔는데 같이 볼 수 있어?"

권순영 image

권순영

"응..."

그는 싫지는 않은 표정으로 교과서를 내 쪽으로 살짝 밀어 주었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순영의 곁으로 더 다가갔다.

순영의 아기같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순영에게서는 달콤하고도 은은한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그때 순영이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권순영 image

권순영

"여, 여주야…너무 가까운데…"

김여주

"어? 어…미안해!"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나와 순영은 얼굴이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었다.

순영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은 것처럼 헤매는 걸 보니 꽤 당황한 것 같았다.

서둘러 다시 내 자리 쪽으로 이동한 뒤 옆자리를 힐끔거리며 순영의 눈치를 보았다.

나 때문에 화가 난 걸까?

화가 난 거 같진 않았다.

비가 오는 것처럼 땀을 흘리고 두 귀는 토마토처럼 빨갰다. 매운 음식을 먹거나 부끄러울 때 나오는 순영의 버릇이다.

어차피 내 착각이겠지만 작은 기대를 걸어보았다.

어쩌면 순영도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