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잠깐, 순영아!

04. 이게 무슨 일이야

승관은 그 말을 남기고 혀를 쯧쯧 차면서 매점 밖으로 나가버렸고, 어리둥절해진 우리 둘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학교가 끝나고, 순영과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 내 옆에 발 맞춰 걷고 있는 순영과 눈높이가 다르다는 게 신기해서 침묵을 깨고 불쑥 말했다.

김여주

"순영 벌써 다 컸네."

권순영 image

권순영

'"어, 어?"

그러면 그렇지,

변한 게 없어.

나는 토마토처럼 빨개진 두 귀를 양손으로 감싸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나를 바라보는 순영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트리며 장난을 쳤다.

그때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하게 화장을 한 여학생이 순영에게 다가왔다.

얼굴은 밀가루처럼 새하얗게,

입술은 쥐라도 잡아먹은 것처럼 새빨갛게.

나는 그 여학생과 순영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아이는 순영보다 키가 훨씬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껏 순영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고, 순영은 안절부절 못하며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겁에 질려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순영의 교복 소맷자락 끝을 꼭 붙들고 물었다.

김여주

"쑨, 아는 사람이야?"

순영에게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서 대답을 하는 건 내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여학생이었다.

???

"잘 알지. 권순영 내 남자친구니까."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순영에게 여자친구가, 그것도 다른 학교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순영을 다시 만난 지 얼마 안 됐어도 나는 그 정도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김여주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순영이 얘기를 들어볼게."

???

"그러시던가."

건성건성 대답을 하며 순영만 쳐다보고 있는 그녀였다.

사람이 말을 하면 쳐다는 볼 것이지.

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순영의 교복을 잡고 그녀를 피해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무작정 걷다 한 낡은 골목에서 멈추게 되었다.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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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우리는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깨고 말했다.

김여주

"쑨, 네 여자친구야?"

순영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아주 힘겹게 말을 꺼냈다.

권순영 image

권순영

"중학교 때부터… 계속 뒤에서 쫓아다니던 애야."

마음이 여리고 거절을 잘 못하는 순영이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김여주

"순영, 걔가 그러는 거 좋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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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싫어."

그래. 순영이 싫으면 싫은 거지.

소심하다고, 표현을 안 한다고 무조건 다 받아줘야 할 필요는 없어.

나는 순영의 기분을 풀어주려 일부로 장난스럽게 순영에게 말했다.

김여주

"그럴 때는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라고 하는 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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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응… 그럴게."

김여주

"우쭈쭈 내 새끼, 말도 잘 듣는다."

나는 순영의 볼을 쓱쓱 문지르면서 웃었다.

순영의 행동이 엄마 말 잘 듣는 아들 같아서 귀여웠고, 잘 큰 것 같아서 뿌듯했다.

이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었다.

사실 그녀가 순영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걸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곧 내가 기뻐할 상황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불안했다.

순영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기만 하던 말을 그대로 내뱉고 말았다.

김여주

"난 너 좋아하는데. 넌 나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