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그녀
외전 1


필요한 역
그러면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어요

필요한 역
수강생 여러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드디어...! 강의가 끝났어


송보경
여주! 오늘 점심이나 같이 먹을래?


김여주
너도 알면서 왜 그런대? 손님이랑 먹는다니까


송보경
아까 휴강일이라고 하지 않았어?


김여주
그런데 점심 같이 먹겠다고 온다고 하네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과 책을 챙긴 후 보경이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어


김여주
다음에 같이 먹자!


송보경
너 그거 전에도 그랬었거든?


김여주
진짜! 진짜로 다음에!


김여주
갈게!

보경이와 조금은 빠른 인사를 하고 학교 앞으로 나왔어

이제 날씨는 슬슬 여름을 향해 다가오고 있어서 나는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지

꽃이 진 나무엔 대신 푸르른 이파리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나무를 간질여 나는 소리가 참 좋더라

봄이 끝나가는 대신 여름이 오고 있었지

조금 그 자리에 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어

푸른 하늘을 보며 잠깐 멍때리고 있었는데 저기 계단 밑으로 머리카락마저 잘생긴 사람이 오더라

그 사람은 나를 보곤 반갑게 인사했지


김태형
김여주!

나는 대답 대신 손님에게 달려가 폭 안겼고, 손님은 넓고 따뜻한 품으로 날 품어주고, 긴 팔로 나를 감싸주었어


김여주
오늘 휴강인데 나온 거예요?


김태형
응 여주 보러 왔지

손님에게 꼭 안겨 이야기를 나누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어


김여주
헙...!

깜짝 놀라 재빨리 손님을 밀어냈지


김태형
배고파 여주?


김여주
이런... 들었어요?


김태형
뭐를?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김여주
...거짓말 하지 말아요... 꼬르륵 소리 들었죠?


김태형
꼬르륵 소리가 났었어? 모르겠는데?


김여주
그러면 왜 배고프냐고 물어봤던 거예요?


김태형
그야... 그야... 아, 우리 점심 먹으려고 만난 거였으니까!


김여주
진짜 못 들은 거 맞죠?


김태형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니까


김태형
왜 못 믿으실까?


김여주
그러면 빨리 먹으러 가요


김여주
배고프다


김태형
오늘 식당은 내가 정하는 날이지?


김여주
응! 센스 있게 잘 골라봐요

손님과 나는 번갈아가며 점심 메뉴를 고르는데, 오늘은 손님이 고르는 날이야


김태형
나만 믿고 따라오기나 해

나는 아무런 대답 없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손님 뒤를 따랐어

손님이 고른 곳은 돈까스 식당이었어


김태형
괜... 괜찮지?


김여주
우리 진심 이거 고민 해봐야 해요


김태형
뭐... 뭐를..?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손님에게 대답하니 반응이 얼마나 귀엽던지


김여주
이 정도면 텔레파시 통하는 거 아니에요?


김여주
나 돈까스 먹고 싶었던 건 또 어떻게 알고

내 말을 듣고 나니 손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어


김태형
돈까스 선택 잘했어?


김여주
완전요


김여주
배는 고픈데 뭘 먹을지 몰랐었거든요


김여주
그런데 이제 알겠네


김여주
돈까스 먹고 싶었었네 나


김태형
ㅋㅋㅋㅋㅋㅋ 그 정도야?


김여주
당연하죠

이름에 맞게 돈까스 집엔 돈까스 냄새가 흘러 넘치고 있었어


김여주
아 배고프다...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정말 요란하게 울렸어

깜짝 놀라서 손님 쪽을 보니까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더라고


김여주
또 들었죠


김태형
뭐를? 아무것도 안 들었는데?


김여주
안 들은 거예요, 아니면 못 들은 척 하는 거예요


김태형
못 들었어! 아무 것도


김여주
그러면 왜 웃어요?


김태형
네 얼굴


김태형
귀여워서 웃었지


김여주
그게 뭐예요 진짜...!

손님과 꼬르륵 소리에 대해 티격태격 하는 동안 돈까스는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올 수 있었어


김여주
잘 먹겠습니다!


김태형
맛있게 많이 먹어

손님은 치즈 돈까스, 나는 일반 등심 돈까스

한 개씩 나눠 먹었어


김여주
치즈 진짜 잘 늘어난다! 이것 봐요!

돈까스를 찍은 포크와 입 사이에 쭈욱 늘어난 치즈를 보며 감탄하는 나를 보며 손님은 한번 씩 웃었어


김태형
이제 꼬르륵 소리는 안 나겠네?


김여주
...들었던 거 맞네요!


김태형
아닌데? 너가 하도 뭐라 그래서 그런 건데?


김여주
그게 뭐예요 진짜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며 손님은 다시금 아무 말 없이 방긋 웃은 후 돈까스를 하나 찍어 먹었어

어느덧 시간은 흘러 손님의 접시에도, 내 접시에도 돈까스가 남아있지 않았어

식사를 끝냈다는 말이면서도 곧 헤어져야 한다는 말이었지

아쉬운 마음에 파랑색 플라스틱 컵에 담긴 물이라도 천천히 마셨어


김태형
이따 끝날 즈음에 데리러 올게


김태형
끝나면 연락 해


김여주
피곤하지 않아요? 오늘 강의도 없는 날이라 마음껏 쉬고 있지...


김태형
너 쉴 때 쉬어야지


김태형
나 혼자 쉬어서 뭐 해


김여주
감동입니다 손님 씨


김태형
손님 씨 말고 태형 씨


김여주
그게 더 좋아요 태형 씨?


김여주
그래요 그럼! 태형 씨라고 불러드리죠

손님과 짧은 장난을 치고 손을 꽉 잡고 있다 헤어졌어


김여주
으악...! 강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김태형
집중 해서 듣고 있어! 집중 안 하면 혼나


김여주
손님이나 집에서 잘 기다리고 있어요


김여주
계속 핸드폰 앞에 앉아있는 거 아니야?


김태형
나는 그러고 있어야지


김태형
대신 너는 공부 열심히 하고

손님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강의실로 들어왔어

지금 이 시간부터는 강의실에 친한 친구가 없어서 조금 더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자세를 고쳐 앉고, 팬을 손등의 뼈가 두드려질 정도로 꽉 잡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지

그렇게 잡혀 있던 여러개의 강의를 식곤증을 이겨내가며 다 들을 수 있었어


김여주
끄악... 드디어 끝났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가방을 챙기고 손님에게 연락을 했지

연락을 하고 학교 앞에 조금 서 있었더니 손님이 금세 왔어

손님이 오자마자 조수석 문을 열고 앉았지


김여주
짠! 아메리카노 두 잔 사왔어요!


김여주
하루종일 수고 많았어요!

손님 손에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쥐어주고, 집으로 출발했어


김태형
강의는 집중해서 잘 들었어?


김여주
완전요


김여주
이거 제대로 해야 손님 만난다! 이 생각 하면서 하니까 금방이던데요?


김태형
그랬어?

그랬다고 대답을 하고 사온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았어

이건 왜 이리 맛있는 지 몰라

손님도 잘 먹고 있나, 봤는데 컵에 사온 그대로의 커피가 들어 있었어


김여주
어어... 혹시 커피가 맛 없어요?


김태형
응? 아, 운전하느라


김태형
지금 엄청 먹고 싶은데 못 먹겠어


김여주
앗...! 그럼 말을 하지!

손님 쪽 홀더에 꽃혀 있는 커피를 뽑아 손님 입 가까이에 가져다 주었어


김여주
어때요, 이렇게 하면 마실 수 있죠?


김태형
완전 시원하고 맛있다


김태형
너가 주니까 더 맛있네


김태형
팔 안 아파? 계속 이렇게 들고 있으면?


김여주
괜찮아요! 저 의외로 강하다니까요

손님에게 커피를 공급하며 집까지 갔지


김여주
여기서 내려주면 돼요!


김태형
집 앞에서 내려줄게


김태형
가다가 뭔 일 생기면 어떡해

손님은 정확히 내 집 앞에서 나를 내려주었어


김여주
억 벌써 왔어요?


김여주
커피 가면서 먹을 수 있죠?

괜히 아쉬운 마음에 딴 말을 했어


김태형
잘 먹으면서 갈게


김태형
더 늦으면 어두워진다


김태형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김여주
손님도 잘 들어가요...!


김여주
집에 가면 바로 전화 하구요

손님의 볼에 뽀뽀를 한번 해주고 손을 흔들었어


김태형
잘 들어가!


김여주
가면 꼭 연락 해요!


김태형
그럼, 꼭 할게

손님과 힘겹게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아쉬운 마음에 계속 뒤를 돌아봤는데, 창문 열고 보고 있더라고

눈이 맞을 때마다 연신 손을 흔들었지

정말 마지막으로 손을 크게 흔들고, 집으로 들어갔어

손님이 빨리 집에 도착 해 통화를 하고 싶어

그러면 잠이 들 때까지, 핸드폰 베터리가 달 때까지 통화를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