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그녀

외전 4

다행이었지

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해 여유롭게 비행기에 탈 수 있었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안 졸려? 피곤할텐데... 좀 자

김여주 image

김여주

그러면 조금 눈 좀 붙일게요

예림이가 식장에서 줬던 담요를 무릎에 덮고 안대를 썼어

김여주 image

김여주

손님도 담요 반 덮을래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너 덮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나는 안 덮어도 돼

김여주 image

김여주

음...! 알겠어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그러면 도착하기 30분쯤 전에 깨워줘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짐은 내가 다 챙겨 둘테니까 푹 자고 있어

김여주 image

김여주

진짜 당신의 센스는 감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네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그러면 진짜 눈 감을게요!

안대까지 쓰고 계속해서 말하는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손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잘 자, 여보야

손님의 낮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졌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여주야...! 여주! 김여주...!

김여주 image

김여주

으응...?

김태형 image

김태형

이제 곧 내려야 해

김태형 image

김태형

안대 빼고, 담요는 내가 접어서 가방에 넣어둘게

김여주 image

김여주

고마워요 손님...

필요한 역

우리 비행기는 곧 도착지인 발리에 도착합니다

필요한 역

승객 여러분들은 내릴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잠결에 손님이 시키는 대로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했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우리, 드디어 발리 온거야

김여주 image

김여주

발리...

우리는 많고 많은 신혼 여행지 중 발리를 선택했어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손님의 '발리'라는 두 글자는 똑똑히 잘 들렸어

김여주 image

김여주

발리 온 거예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응...!

손님도 설렌 눈치였어

그렇게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비행기에서 원활하게 내릴 수 있었어

이곳이 바로 우리가 2박 3일로 머물 곳이야

로비에서 방 열쇠를 받고, 우리가 머물 객실 앞으로 왔어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객실은 둘 만의 시간을 가지기 좋아보였어

하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일찍 자기로 했어

내일 열심히 돌아다니며 놀으려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지

간단하게 짐을 풀고, 씻은 후 침대에 누웠어

내가 씻고 나왔을 땐 먼저 씻은 손님이 침대에 누워있었지

김태형 image

김태형

이리 와, 자자

김여주 image

김여주

하품-] 웅...!

넓은 침대였지만 딱 붙어 누웠어

손님의 옆에 조심스레 누우니 손님이 왼쪽 팔로 팔베개를 해 주었고, 다른 오른쪽 손으로는 내 허리를 안았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푹 자, 여주야

김여주 image

김여주

자기도 잘 자요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았어

예쁜 해변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지

김태형 image

김태형

사진 찍어줄게

물론, 오늘의 사진기사 김태형 씨는 나를 찍느라 바빴고

찍겠다, 하고 찍은 것보단 그냥 아무 말 없이 찍은 사진이 더 많아 이상하게 나온 사진이 진짜 많았어

김여주 image

김여주

이런 건 지워요 좀!

김여주 image

김여주

잘 나오지도 않았는데 뭐가 좋다고

김태형 image

김태형

여주는 다 예쁘지

김태형 image

김태형

인쇄 해서 신혼집에 붙여둘까?

김여주 image

김여주

저기요, 잘 나온 사진을 붙여야죠

김여주 image

김여주

흔들리고 비율 안 맞게 나온 사진 붙여놨다 뭐 하게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여주는 다 예쁘다니까 그러네

해가 조금씩 내려앉을 때, 우리는 방으로 돌아왔어

노을이 잘 보이는 창가 앞에 앉아 오늘을 위해 아껴두었던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뽑았어

퐁-

낮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지

서로의 잔에 붉은 와인을 따라주었어

지금 우리의 볼은 와인보다 더 발그레 할거야

김여주 image

김여주

우리, 진짜 결혼 한 거예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김태형 image

김태형

솔직히 안 믿기지?

7년의 긴 연애 끝에 맺은 결혼이었기에 우리가 부부가 되었다는 것이, 가족이 되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어

아무 말 없이 입에 술잔을 가져다대는 손님에게 치즈를 건냈어

작은 나무 포크로 치즈를 찍어 입에 넣어주니 손님은 '으음!' 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 입에도 넣어줬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김여주, 카페를 할 게 아니라 술집을 해야 했었네

지금 이 분위기에 취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마셨는데도 와인 한 병을 비웠어

그것에 대해 대답이라도 하듯, 알코올은 점점 우리를 취하게 만들었어

나를 깊은 눈으로 보던 손님이 옆으로 바짝 다가왔어

반쯤 뜬 눈으로 내 눈을 보더니 시선이 입술에 향하는 것과 동시에 내 입술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어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손의 온도가 뒷목과 허리춤에서 느껴졌어

부드럽고 끈적이는 시간을 보내다 손님이 입을 떼고 말했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결혼 했잖아

내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손님은 나를 이끌고 침대로 향했어

그렇게 입으로 말하는 사랑의 의미는 몸의 사랑으로 번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