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71 ° 강력 1팀, 버티지 못할 것들

김 경장과 전 순경은 곧바로 응급실에 옮겨졌다. 경황이 없어 회장의 수하로 보이는 사람이 주차장에 데려다주는 것까지 곧이곧대로 받은 강력 1팀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남긴 콕콕 박히는 말들.

배용현 [35]

‘“그 분 보셨죠? 지금은 저렇게 점잖아보여도…”‘

배용현 [35]

‘“그 쪽 팀원들 해놓은 것 좀 보세요. 정말 마지막 경고일 겁니다.”’

배용현 [35]

‘“초면에 이렇게까지는 잘 안 하시는데.”’

배용현 [35]

‘“아무튼… 정말 함부로 덤비지 마세요.”‘

배용현 [35]

‘“다시 덤비신다면 그땐 이만큼의 각오가 아닌 정말 삶의 끝을 볼 각오로 오셔야 합니다.”‘

우리가 정말 한참 높이 있던 걸 감히 들쑤신 걸까. 그래서 지금 이런 벌을 받는 걸까. 목숨은 부지해서 다행이지만 혹시 만약에라도 손가락 봉합이 안된다는 판정을 받으면… 김 경장과 전 순경의 앞으로 경찰 생활에 있어서 큰 타격이라는 걸 알기에.

우리가 너무 섣불렀던 걸까. 애초에 그 건물에 둘만 보낸 게 잘못이었던 걸까. 아님 처음부터 이곳을 파헤치지 말았어야 했나. 우리가 그냥 모이지 않았더라면, 옛날 동료로만 남았더라면.

복잡한 생각으로 각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수술중이던 수술실 문이 열리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걸어나왔다. 주저앉아있던 팀원들이 모두 일어나 의사의 소견을 기다렸다.

“봉합은 잘 됐는데… 아무래도 경찰분들이라 함부로 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추후 조치 옆에서 잘해주시고, 그나마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저희 쪽에서 특별히 VIP 병동으로 옮겨드릴테니 걱정 마시고요.”

김석진 [33]

“…감사합니다.“

정호석 [31]

“혹시 의식 찾는 시간이랑, 찾은 후에 고통 정도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아마 정신이 다 차려질려면 마취가 다 풀려야 해서 1시간 뒤에 깨어나실 거고요.”

“고통은… 아무래도 약하진 않을 겁니다.”

“옆에서 잘 봐주시고 너무 아파하시면 호출해주세요.”

정호석 [31]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의사의 소견은… 그나마 늦지 않아서 봉합이 잘됐다는 긍정과, 직업 특성상 손을 많이 쓰다보면 추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부정. 긍정을 다 덮는 우려했던 부정 상황에 분위기가 다시 침체됐다. 둘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병원 측에서 배려해준 덕분에 우리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병실로 잘 올 수 있었다. 이런 배려는 경찰서에서 해줘야 하는데… 다시 한 번 우리가 속한 곳이 미워졌다.

병실에 누워있는 둘의 손에는 붕대가 전체적으로 칭칭 감겨져있었고, 그렇게 밝던 둘이 아무 의식 없이 얼굴에 밴드가 덕지덕지 붙여진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너희는 그 순간에 어떤 심정으로 인이어를 눌렀을까 생각하니 우리는 그대로 무너졌다.

김석진 [33]

“…정 경사. 한서인씨 부검 넘겼어?”

정호석 [31]

“네. 4시간 정도 걸린답니다.”

김석진 [33]

“…..수고했어. 정신 없었을 텐데.“

정호석 [31]

“아닙니다.”

민윤기 [32]

“하 순경 상태는 좀 어때?”

정호석 [31]

“불안증세로 인한 과호흡이 온 거 같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호석 [31]

“정신 질환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정호석 [31]

“지금은 의무실에서 수액 맞으면서 쉬고 있습니다.”

정호석 [31]

“의료팀 김 경위님께 맡기고 왔습니다.”

김석진 [33]

“잘했네.”

김석진 [33]

“…얘네 둘 다친 거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고.“

김석진 [33]

“기사라도 나면 피곤해지니까.”

김석진 [33]

“돌아가면서 병실 지키고 있자. 오늘 누가 있을래?“

민윤기 [32]

“저랑… 박 경장이 있죠.”

민윤기 [32]

“팀장님은 정 경사, 김 경사랑 같이 서로 돌아가서 하 순경 상태 보세요.”

민윤기 [32]

“하 순경 곁에도 누가 있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남준 [31]

“제가 여기 남아있어도 됩니다.“

김남준 [31]

“민 경위님은 한서인씨 부검 결과 봐야 하지 않습니까.”

민윤기 [32]

“…그럼 그래줄래?”

김남준 [31]

“저야 뭐, 괜찮습니다.”

박지민 [30]

“저도 괜찮습니다.”

민윤기 [32]

“고마워. 부탁 좀 할게.”

정호석 [31]

“애들 깨어나면 연락 줘.”

박지민 [30]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이 상황에서 믿을 건 서로 뿐이라던 정 경사의 말이 딱 들어맞았다. 박 경감님, 저흰 어쩔 수 없나봅니다. 미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걸 너무 잘 압니다.

이 침체된 상황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강력 1팀은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팀을 위해 서로를 배려했다. 모두가 본인보다는 제 눈 앞에 있는 팀원들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민 경위는 서 내 부검실로 향했고, 김 경감과 정 경사는 바로 의무실로 갔다. 김 경위로부터 온 하 순경이 깨어났다는 내용의 연락 때문이었다. 급하게 달려오면서도 문을 벌컥 열면 하 순경이 놀랄까봐 조심스럽게 미닫이 문을 열었다.

하여주 [29]

“……”

하지만 어딘가 얼이 나간 상태로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는 하 순경 모습에 김 경감과 정 경사는 의무실에 발 하나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알던 별이 담겨져 있는 하 순경의 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원필 [31]

“왔어?”

정호석 [31]

“아, 아 네… 그…”

하여주 [29]

“…김 경장님이랑 전 순경님,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면서요.”

정호석 [31]

“…..어?”

김석진 [33]

“그거 기사도 안 났는데 어떻게,”

김원필 [31]

“…아까…”

정 경사가 의무실을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하 순경은 의식을 되찾았다. 그걸 본 김 경위는 다른 일을 보던 걸 내팽겨치고 하 순경의 기본적인 상태를 체크하려 들었다.

김원필 [31]

“정신이 좀 들어?”

하여주 [29]

“아… 네. 그…”

김원필 [31]

“움직이지마. 약 들어가고 있어.”

하여주 [29]

“저희 선배들… 어떻게 됐나요? 저는 왜 여기에…”

김원필 [31]

“너 박 경감님이랑 통화하고 불안증세 와서 과호흡으로 쓰러졌었어.“

김원필 [31]

“평소에 정신 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약 있어?”

하여주 [29]

“아니요. 딱히…”

김원필 [31]

“실신까지 할 정도면 좀 심각하니까 나중에 꼭 정신과 진료 받아. 알겠지?“

하여주 [29]

“그 죄송한데, 저희 선배들은…“

김원필 [31]

“그 놈들 본사 찾아서 거기 건물로 갔어.”

김원필 [31]

“출발한지 얼마 안 됐을 거야.”

하여주 [29]

“아… 저, 저도 가봐야 돼요.”

하여주 [29]

“여기서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김원필 [31]

“하 순경.”

김원필 [31]

“선배들이 널 여기에 두고 간 건 오로지 널 위해서야.“

김원필 [31]

“거기 너랑 같이 가봤자 너 또 불안 와서 쓰러질지 어떻게 알아.“

김원필 [31]

“지금 당장은 팀원들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김원필 [31]

“그리고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해야지.“

김원필 [31]

“그게 지금 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하여주 [29]

“그치만… 거기 진짜 위험한 곳인데 다섯이서만…“

김원필 [31]

“너가 여기 있어야, 팀원들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어.”

김원필 [31]

“너 안전하게 두고 가는 게 마음이 더 편했을 거야.“

김원필 [31]

“그러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 말 듣자.”

그제서야 하 순경은 일으켰던 몸을 다시 침대에 눕혔고, 김 경위도 그에 맞춰 하 순경의 상태를 계속 봐주기 시작했다. 이때까지의 하 순경은 그래도 조금 수긍하는 거 같았다. 그런데…

최종호 [34]

“아이고~ 이게 누구셔?“

강력 3팀이 난데없이 우르르 의무실로 몰려왔고 당황한 김 경위가 누구냐 물었지만 오히려 그들은 당당했다. 김 경위에게 강력 3팀이라고 본인들을 소개하는 것도 잠시 하 순경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김원필 [31]

“죄송하지만, 환자라 접근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송민기 [31]

“에이, 잠깐 얘기만 하겠다고요~”

송민기 [31]

“얘네 선배들 어떤 꼴 났는지 얘도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김원필 [31]

“…네?”

하여주 [29]

“…..어떻게 됐는데요?”

손나은 [30]

“꼴에 궁금하긴 한가봐.“

손나은 [30]

“이렇게 누워있는 주제에.”

하여주 [29]

“그건…!”

이수담 [30]

“거기 갔던 너네 선배들 목숨은 부지했대.”

이수담 [30]

“근데 뭐, 손가락이 하나씩 잘렸다나?”

하여주 [29]

“…뭐라고요?“

이수담 [30]

”기사는 안 날 거야. 멍청한 경찰 조직 대신 병원 측에서 배려해줬대.“

이수담 [30]

“근데 어쩌냐? 완전 회복은 힘들다는데.”

최종호 [34]

“이게 지금 뭘 의미하는 건지 알아?“

최종호 [34]

“너가 지금 이렇게 누워있을 동안에, 네 선배들은 생사를 오갔다고.”

최종호 [34]

“고작 너 하나 때문에.“

김원필 [31]

“그게 왜 하 순경 탓입니까.”

최종호 [34]

“거의 얘 때문에 팀 합친 거나 다름 없더만~“

최종호 [34]

“팀 합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최종호 [34]

“너네 선배들 손가락도 멀쩡했을 거고.”

최종호 [34]

“멍청한 선택이 이런 결과를 불러온 거야. 널 포함해서.“

손가락이 잘려나갔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하 순경의 정신은 이미 반쯤 나갔었다. 울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았다. 하 순경의 정신을 털어먹는 부가적인 말들에도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대못이 되어 전부 하 순경 가슴에 박히고 있었다.

김원필 [31]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손나은 [30]

“네네~ 이제 나갈게요.”

송민기 [31]

“잘 생각해. 결국 팀은 네 이기심 때문에 돌아온 거야.“

마지막까지 쏘아붙이며 나가는 강력 3팀에 김 경위도 끝까지 경계하다가 하 순경 상태를 살피려 들었는데 텅 빈 눈에 미동도 않는 몸을 본 김 경위는 하려던 모든 행동을 뚝 멈췄다. 지금은 가만히 냅두는 게 최선일 거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경감과 정 경사가 의무실에 들어온 거다. 하 순경은 여전히 정신이 회복되지 않았고 선배들 눈을 보면 그나마 남은 정신도 나갈 거 같아서 눈을 마주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정말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거 같아서.

김 경위에게 전에 있던 상황을 다 들은 김 경감은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 놈들을 반죽여버리고픈 마음에 의무실을 나가려고 발을 돌렸고 그걸 정 경사가 막았다.

정호석 [31]

“안됩니다, 팀장님.“

김석진 [33]

“놔.“

정호석 [31]

“지금은 하 순경이 먼저입니다.”

정호석 [31]

“무엇보다도 이번 목표는 팀원 안전이라고 경감님도 그러시지 않으셨습니까.”

김석진 [33]

“…..”

정호석 [31]

“지금 덤벼봤자 불리한 건 저희입니다.”

김석진 [33]

“…..정 경사.“

정호석 [31]

“네.”

김석진 [33]

“하 순경… 너가 잘 케어해줘.“

정호석 [31]

“김 경감님, 제 말을 뭘로 들으신 겁니ㄲ…”

김석진 [33]

“이것 또한 우리 지키는 것들 중 하나야.”

김석진 [33]

“나 갔다올테니까… 잘 부탁해. 알겠지?”

정호석 [31]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사실상 정 경사도 간신히 참고 있던 거라 김 경감을 더 말리진 못했다. 어쩌면 이것도 하 순경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김 경감의 말이 일리 있기도 했으니까.

한편, 의사가 말했던대로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김 경장과 전 순경이 깨어났다. 마취가 다 풀린 뒤라 둘은 고통에 몸부림 쳤고 병실에 남아있던 김 경사와 박 경장은 그 둘이 다른 곳에 부딪혀 다치지 않게 몸을 붙잡아주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김남준 [31]

“괜찮아, 괜찮아…“

김태형 [30]

”나 어떡해요… 너무 아파… 김 경사님, 지민아, 나 좀…“

박지민 [30]

“미안해… 미안…”

강력 1팀에게 또 고통인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되돌려야 할까 싶은 최악의 상황들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항상 강경했던 강력 1팀이 이번에도 일어날 수 있을까 싶다. 그건 본인들도 감히 확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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