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73 ° 골목길 새벽 배달 사건 (1)

강력 3팀과의 살벌한 대화를 마친 김 경감은 곧바로 병실로 갈 생각으로 차키를 손에 쥐었다. 그때 반대쪽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김 경사?

김석진 [33]

- “여보세요?”

김남준 [31]

- “경감님, 접니다.”

김석진 [33]

- “무슨 일이야? 애들한테 뭔 일 생겼어?”

김남준 [31]

-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김남준 [31]

- “사건 수사 요청이 하나 들어와서 연락 드렸습니다.”

김석진 [33]

- “…지금 이 상황에?”

김석진 [33]

- “김 경사. 이런 건 네 선에서 알아서 잘랐어야지.”

김남준 [31]

- “다시 그 조직에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입니다.”

김남준 [31]

- “사건 수사라도 하며 수사망을 좁히는 게 최선입니다.“

김석진 [33]

- “…하, 너까지 왜 이러냐 진짜…”

김남준 [31]

- “메일로 초동 수사 보고서 보내셨다 해서 지금 서로 가고 있습니다.“

김석진 [33]

- ”…야. 너,“

김남준 [31]

- “한 번만, 한 번만 저 믿어주세요.”

김석진 [33]

- “…..병원엔 누가 있는데.”

김남준 [31]

- “박 경장이 있긴 한데 아마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어 할 겁니다.“

김남준 [31]

- “그래서, 팀장님이 거기 가주시면 좋을 거 같아 연락 드렸습니다.”

김남준 [31]

- “초동 수사 보고서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김석진 [33]

- “…넌 이따 보자, 김 경사.”

김석진 [33]

- “일단 내가 병원으로 갈 테니까 사건인지 뭔지 정리하고 있어.“

김남준 [31]

- “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기고 김 경감은 당장이라도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김 경사가 이렇게 막무가내인 캐릭터는 아닌데… 복잡한 이 상황에서 얘까지 왜 이러는지. 일단 지금은 김 경사 말에 따르긴 할 텐데… 나중에 제대로 얘기를 해야겠다.

차를 몰고 서로 돌아온 김 경사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메일을 확인했다. 경무관에게서 온 초동 수사 보고서… 사건 초기 수사 과정에 적은 거라 외곽만 적혀있는데도 꽤나 자세히 적혀있었다. 골머리를 많이 앓았나보다.

김남준 [31]

“…광림동?”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광림동이었다. 광림동이라면… 정부에서도 개발 자체를 포기한 서울 외곽에 위치한 동네였다. 그만큼 악질적인 사건이 소리소문 없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여기라면… 수사가 좀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김남준 [31]

”…확실히 이상해.“

김남준 [31]

“단순 교통사고라고 치부하기엔 모든 상황이 딱 들어맞아.“

김남준 [31]

“애들 괜찮아지고 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김남준 [31]

“…어떡하지.“

초동 수사 보고서를 확인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건에 김 경사는 머리를 싸맸다. 오랜만에 문서 보고 머리 아파하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정 경사가 들어왔다. 하 순경의 상태를 봐주고 오는 길인듯 보였다. 같이 오랜 시간을 지낸 동기가 머리를 움켜쥐고 있으니 정 경사도 살짝 놀라했다.

정호석 [31]

“…나 들어가도 돼?”

김남준 [31]

“어어… 하 순경 보고 오는 거야?“

정호석 [31]

“응. 나 잠깐 수사일지 챙기러 들렀어.”

정호석 [31]

“넌 여기서 뭐해?“

김남준 [31]

“…아, 나는…”

아직까진 팀장한테만 전달이 돼서 공식적 사항이 아닌 터라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김 경사. 김 경사가 말하길 망설이니 수상하게 느꼈는지 옆에 착 붙어 컴퓨터를 보는 정 경사 덕분에 김 경사의 갈등은 해소됐다.

정호석 [31]

“난 또 뭐라고. 초동 수사 보고서?”

김남준 [31]

“응…”

정호석 [31]

“…뭐, 우리가 맡는 거야?”

김남준 [31]

“그렇게 됐다…”

정호석 [31]

“하면 되지. 우리 일인데.”

정호석 [31]

“근데 이번에 상태가 늦게 돌아오는 애들은 빼고 진행할 수도 있겠다.”

김남준 [31]

“그치. 애들 안전이 우선이니까.”

김남준 [31]

“그게 목표였고…”

정호석 [31]

“…우선 여기 골목을 먼저 가봐야 하지 않을까?”

정호석 [31]

“현장 보존 돼있대?“

김남준 [31]

“아마도 안 되어있는듯 해.”

김남준 [31]

“초기에는 단순 교통사고로 취급 된 사건이라…“

정호석 [31]

“…그래? 그래도 가봐야지.”

정호석 [31]

“이따 다들 오면 더 얘기해보자.”

김남준 [31]

“…정 경사. 혹시 나 혼자 먼저 갔다오는 건,“

정호석 [31]

“절대 안돼.“

정호석 [31]

“너 단독행동 하지마.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호석 [31]

“애들 어떻게 됐는지, 우리가 거기서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생각해.”

김남준 [31]

“…알겠어. 미안.”

김남준 [31]

“뭔가 계속 딜레이 되는 느낌이고… 우리가 덫에 걸린 거 같아서.”

정호석 [31]

“나도 불안하다…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나 싶고.”

정호석 [31]

“근데 우리가 아니면, 이 상황 안 끝나는 거 알잖아.”

정호석 [31]

“난 그거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해보려고.”

김남준 [31]

“그래… 그래야지.”

한숨으로 가득해진 사무실을 환기라도 시켜볼겸,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를 몇 대 태우러 사무실을 나갔다. 1년 전에 겨우 끊은 담배를 다시 무는 것조차 죄책감에 견디질 못해 물러터질 거 같았다.

초동 수사 보고서를 정리한 김 경사는 정 경사와 함께 의무실로 향했다. 하 순경 상태를 확인하고 싶기도 했고, 하 순경이라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수사해야 할 지 알 수도 있으니까.

의무실에 누워있는 지금도 정 경사한테 수사일지 마무리 해야한다고 할 만큼 일중독인 하 순경은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경찰행정팀에 있으면서 절대 헛으로 배운 건 아니었을 테니.

김남준 [31]

“하 순경 괜찮아?“

하여주 [29]

“어, 김 경사님 오셨네요.”

하여주 [29]

“저는 괜찮아요.”

김원필 [31]

“말도 마라… 당장 복귀하겠다는 거 뜯어말렸다.”

정호석 [31]

“하 순경 너 그래도 3일 정도는 쉬어야돼.”

정호석 [31]

“정신과도 내원해야 하고.”

하여주 [29]

“그건… 그렇지만.”

하여주 [29]

“아무튼 수사일지 주세요. 얼른 마무리 지어야 할 거 같아요.”

김남준 [31]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닌데.”

하여주 [29]

“…또 미움 사면 안되니까.”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날의 일이 모두에게 진한 상처로 남아있었다. 언제 또 미움 받아서 다시 팀이 와해될까 하는 불안감이 지금의 하 순경에게 닥쳐왔을지도 모른다.

김남준 [31]

“아 맞다. 하 순경 이번에 새로운 사건이 접수됐거든?“

하여주 [29]

“…새 사건이요?”

김남준 [31]

“응. 아마 메드 쪽이랑 관련 있는 거 같아.“

김남준 [31]

“광림동 쪽이고… 한 번 봐볼래?”

초동 수사 보고서를 받아들어 천천히 훑어보는 하 순경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너는 이렇게 반짝이고 사건을 좋아하는 애였는데 이렇게 돼서… 우리가 모든 걸 미안해한다고.

하여주 [29]

“교통부에서 넘어왔으면 현장 보존은 당연히 안돼있을 거고…“

하여주 [29]

“CCTV도 없으면…“

하여주 [29]

“일단 피해자 부검 먼저 해야 할 거 같아요.”

정호석 [31]

“피해자분 아직 장례 안 치루셨대?“

김남준 [31]

“응. 장례 치루려고 할 때 사건이 전환됐대.”

하여주 [29]

“이 부분은 민 경위님이랑 상의를 하셔서 부검을 맡기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김남준 [31]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김남준 [31]

“고마워.”

하여주 [29]

“아니에요… 저도 도와드려야 하는데. 죄송해요.”

정호석 [31]

“씁- 넌 빨리 괜찮아질 생각부터 해.”

정호석 [31]

“뭐가 그렇게 널 불안하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호석 [31]

“그게 뭐든 얼른 괜찮아지면 되니까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알겠지?”

하여주 [29]

“…감사합니다.”

하여주 [29]

“얼른 진료 받을게요.”

김남준 [31]

“그래. 좀 더 쉬어… 나는 민 경위님한테 가볼게.”

정호석 [31]

“나는 여기 있을게, 괜찮지?”

하여주 [29]

“그럼요.”

김남준 [31]

“하 순경 잘 부탁드립니다.“

김원필 [31]

“걱정 마시고 무사히 다녀오세요.”

인삿말을 짧게 나누고 의무실을 나가려던 김 경사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자리에 멈춰서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발신자는 김 경감이었다. 타이밍 좋게 정 경사에게도 똑같은 문자 메시지가 왔고.

김석진 [33]

_ 긴급 회의 소집한다. 문자 본 즉시 사무실로.

딱딱하기 그지없는 문자 말투여서가 아닌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건 처음이라 김 경사와 정 경사 모두 의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정 경사는 의무실을 나가기 전에 김 경위에게 한 번 더 당부의 말을 했다.

정호석 [31]

“김 경위님. 하 순경 잘 부탁하고…”

정호석 [31]

“지금 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호석 [31]

“하 순경 절대 나오게 하지 마시고요. 알겠죠?“

김원필 [31]

“어, 어어… 그래. 잘 다녀와.”

얼떨결에 김 경위의 대답을 받아내고서야 정 경사도 의무실을 나가 사무실로 갈 수 있었다. 계기가 뭐든, 이제 우린 사건에 집중해야 했다.

족히 3층 이상은 위에 있는 강력 1팀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나란히 뛰어올라온 정 경사와 김 경사는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땀범벅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자 민 경위가 덤덤하게 물었다.

민윤기 [32]

“엘리베이터 안 탔어?”

김남준 [31]

“네, 헉…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민윤기 [32]

“물 마셔.”

정호석 [31]

“아, 간만에 뛰었네…“

민윤기 [32]

“조심해. 아직 그렇게 막 뛰면 안돼.”

김남준 [31]

“1년이나 지났는데요, 뭐…“

정호석 [31]

“박 경장은요?”

김석진 [33]

“좀 걸리겠지. 병원에서 오니까.”

김석진 [33]

“자고 있을 수도 있고…“

김남준 [31]

“김 경감님 병원 안 가셨습니까…?”

김석진 [33]

“너가 새 사건 들어왔다 하는데 어떻게 맘 편히 병원을 가.”

김석진 [33]

“바로 경무관님이랑 한 판 하고 왔지, 뭐…“

김남준 [31]

“경무관님이요?!“

김 경감이 팀원들을 소집하기 몇 분 전, 그러니까 김 경사에게 사건 접수를 들은 직후 김 경감이 당장 찾은 곳은 팀원들이 입원한 병실이 아니라 경무관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우릴 이렇게…

김석진 [33]

“강력 1팀, 김석진 경감입니다.”

경무관 [44]

“아이고 깜짝아… 노크도 안 하고 막 들어오네, 이젠.”

김석진 [33]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경무관 [44]

“…그래. 뭐 말할지 대충 예상이 된다.”

경무관 [44]

“어차피 널 거치지 않고서 말하는 게 불가능하지. 앉아라.”

김석진 [33]

“…제가 언제까지 모를 거라 생각하셨나요.”

김석진 [33]

“아니면 그냥 눈 딱 감고 넘어가줄 줄 알았습니까.”

경무관 [44]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경무관 [44]

“사실 김 경사가 제일 걱정됐던 건 맞다. 그래서 김 경사한테 전화한 거고.“

경무관 [44]

“김 경사는 버틸 거 다 버티면서 힘들다 투정 하나 안 부리는 애니까.”

경무관 [44]

“너한테도 말 하려고 했는데 김 경사가 어련히 너한테 말 잘하겠거니 싶었어.”

김석진 [33]

“…지금 제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잖습니까.“

김석진 [33]

“이 상황에서도 사건 의뢰를 하고 싶으시냐고 묻는 겁니다.“

김석진 [33]

“대답해보세요. 팀원들 걱정하기에도 바쁜 제가 이렇게 경무관실까지 와서 입 아파야 하냐고요.“

경무관 [44]

“이 상황에서 부탁할 애들이 너네밖에 없는 거 너가 더 잘 알잖아.”

김석진 [33]

“왜요? 강력 3팀도 있고 2팀도 있잖아요.”

김석진 [33]

“온종일 팀원들 괴롭히고 폭행까지 한 강력 3팀은 감봉에 몇 개월 정직 처분이 다인데…“

김석진 [33]

“애초에 이럴 거였으면 해체부터 막으셨어야죠.”

경무관 [44]

“…너희는 아직도 거기에 갇혀사는구나.”

경무관 [44]

“그때의 나는 윗분들 의견에 묻혀서 어쩔 수 없었어.“

경무관 [44]

“지금이라도 너희 지켜주고 싶어서 이런 방어선 쳐주는 거야.”

김석진 [33]

“방어선이요…”

김석진 [33]

“…그래요. 저희 아직도 거기에 갇혀삽니다.”

김석진 [33]

“이런 일을 당해놓고도 사건 들어오면 눈부터 반짝이는 애들을 제가 어떻게 외면합니까.”

김석진 [33]

“전 애들 위해서 이 사건 받은거지, 윗선 사정 봐주려고 받은 거 아닙니다.”

경무관 [44]

“어쨌든 최종 목적은 그 놈들 잡는 거 아니야?“

경무관 [44]

“사건 처리하면서 조금씩 수사하면 그것도 이룰 거고, 그럼 너네도…”

김석진 [33]

“제 목적은 팀원들의 안정 되찾기입니다.”

김석진 [33]

“그 날 이후로 전부 시체처럼 살아가고 있는 애들 불러모아서 할 거라곤 그거밖에 없어요.“

김석진 [33]

“메드인지 뭔지 잡는 건 그것보다 나중입니다.”

김석진 [33]

“그러니 앞으로… 사건 주고 싶으시면 저한테 제일 먼저 연락하세요.”

김석진 [33]

“그래야 저희가 삽니다. 경무관님… 부탁드려요.”

경무관 [44]

“…그래 알았다.”

경무관 [44]

“이번 일은 내 불찰이 맞다. 조심할게.“

경무관 [44]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꾸나.“

이렇게라도 털어놔야 당신들에 대한 원망을 조금이라도 없앨 수 있습니다. 저는 무능한 팀장이니까요. 팀원들이 좋다 하는 건 다 해줘야 하는 그런… 미련하고 바보 같으니까요.

한 달 만인가요… 🥹 일단 너무 죄송하고 보고싶었습니다!!! 바빴다기보단 어떻게 이어가야 할 지 고민하다 시간이 간 거 같아요 🥺 쫌만 이해해주세요 원래 생각이 많은 사람입니다… 💦

고민한 것 치고, 쓰면서도 계속 수정한 것 치고(아예 장면 하나를 통째로 지웠습니다 🥲) 마음에 썩 들진 않지만… 이쁘게 봐주시고 다음에는 사건 꽉꽉 채워서 돌아오겠습니다 🙌🏻

그간 팬플러스 붐!이 온 거 같더라구요?! 전 기회가 와도 못 잡는 작가이다보니… 열심히 글 쓰는 수밖에 없을 거 같네요 😓 모두들 잘 보고 가주시구 사랑합니다 아디분들 🩵🩵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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