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 [ 백일몽 ]
1. 가락지


깊고 맑는 여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새하얀 눈 속에 스며들었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사내를 보는 눈에 원망이 가득하였다. 언제나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여인이었다.


가예
새장 속의 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새가 죽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여인의 말에 사내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말수는 없었지만 마음을 흔드는 여인이었다. 밀어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던 이다. 정략으로 이어진 혼인. 원망의 시선으로 사내를 보고 있는 여인은 그의 부인이었다.


가예
나도 사람입니다

의도적인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도 잘 버텨내는 강한 여인으로 생각하였다. 언제나 괜찮다는 말과 차분한 태도로 그를 대했기에 진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가예
나도 감정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원망과 흐르는 눈물이 사내의 심장을 찔렀다. 자신 잘못 했다는 걸 느낀 사내가 여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의 행동에 여인이 뒤로 물러났다.

처음으로 보게 된 원망 어린 표정에 사내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그녀는 자신의 곁을 떠날 것아다. 불안한 마음에 사내가 여인에게 손을 뻗었다.

가까이 오란 듯 , 이대로 가버리면 안된다는 듯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보내 버리면 그녀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받어보는 사내의 손짓에 여인이 눈을 감았다. 소리 없이 흐르던 눈물이 멈추었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앞에 서 있는 사내를 보았다. 그녀의 가군. 눈이 소복이 오는 날 마음에 두었던 사내에게 이제 미련은 없다.

가지말라며 잡아야 하는데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 사내는 그저 온몸을 감싸는 불안감에 사내는 떨리는 손만 내밀고 있을 뿐이다. 잡아줄 것이다. 모든 것을 참아낸 그녀이니 이번에도 받아줄 것이다.

사내를 보며 여인은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고운 미소를 입가에 마금은 여인이 눈을 감았다. 그러곤 손에 끼여진 가락지를 빼 사내에게 건냈다.


제융
그러지마시오 , 부인

영인의 눈앞에 있는 사내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전쟁터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가예
..보내주세요 . 떠나겠습니다.

여인의 말에 내밀고 있던 손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시선이 닿아 있음에도 서로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토록 기다렸던 결과가 나왔다. 웃어야 할 일이지만 사내의 표정은 창백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돌아섰다.

그녀가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