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음흉한 살기를 머금고
#02화. 죽음은 언제나 불공평하다. (2)


휘익 -

순식간에 내가 있던 자리를 힘차게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나는 예사롭지않음을 눈치채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저 사람은 나를 죽이려하는것임에 틀림없다.

빠득 -

조용히 이를 가는 수상한 남성. 그의 착장은 행동만큼이나 수상하기짝이없었다.

얼굴을 꽁꽁 싸맨 검은 모자와 마스크, 상의와 바지, 심지어 신발까지 모든걸 검정색으로 맞춘 남자의 기이한 올블랙패션에 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휘익 -

또다시 날아오는 단검을 보고 가까스로 피해낸 나는 위협적인 남성의 행동에 머릿속이 새하얘져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절대 멈추지않았다. 발걸음을 멈춘 그 순간, 비참한 죽음을 마주할것이 분명했기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더욱 힘껏 달렸다.

김여주
"…엇?"

그순간 툭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버린 나는 큰소리를 내며 넘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고싶지는 않았다.

제발 누구라도 도와주길. 평소 도움받는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나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나약하다고 한껏 비웃어도 좋으니 살고싶었다.

어느새 내게 다가온 남성은 이내 손에 쥔 단검으로 무자비하게 나를 내리치려고했다. 그순간….

챙 -

무슨 힘이였을까, 날카로운 단검을 힘껏 쳐낸 나는 칼이 저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일렀다. 남자는 내 목을 조이려하였고 나는 얼마 남지않은 체력까지 짜내어 발버둥쳤다.

김여주
"ㅅ…살고 싶ㅇ…."

눈앞이 불투명하게 점점 흐려지고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그순간까지도 발악하였다. 정신을 놓아버리는 순간 모든것이 끝나버릴것만 같아 한시도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탁 -

그순간 내 버둥거리는 팔에 의해 남성의 검은 모자가 벗겨졌고 이내 그의 두 눈동자가 보였다.


우악스런 손길과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예쁜 눈, 그 속에는 어쩐지 이유모를 슬픔이 잠깐 비춰지는것같았으나 이내 다시 무덤덤해진듯 생기없는 동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스윽 -

김여주
"컥….허억 헉…."

갑자기 훅들어오는 차디찬 공기에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내 목을 조여오던 무게감은 사라진듯 보이지않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를 죽이려했던 남성 대신 왠 중년의 수상한 남자가 정장차림으로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후데마 쇼레
"괜찮습니까?" 괜찮습니까?

김여주
"…네?"

당연히 한국인일꺼라 생각했던 나는 뜻밖의 낯선 언어에 잠시 움찔했으나 이윽고 입을 열었다.

김여주
"어디?" 누구세요?

한줄이라도 더 스펙을 쌓기위해 노력했던 취준생이였던 당시 일본어가 혹여나 도움이될까싶어 뼈빠지게 공부했었으나 이런 당황스런 순간에 쓰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후데마 쇼레
"나는 후데마 쇼레라의 위아래입니다." 저는 후데마 쇼레라고합니다.

후데마 쇼레
"당신을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죠.

나를 도운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의심의 끈을 놓치않은채 잠자코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후데마 쇼레
"사실, 당신은 죽을 운명이었습니다."사실 당신은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후데마 쇼레
"그런데 당신의 행동에 놀랐습니다. 죽기 전이라도 이 정도까지 견디다니." 그런데 당신의 행동에 놀랐습니다. 죽음

후데마 쇼레
"그것도 지훈군 앞에서도입니다."그것도 지훈의 앞에서 말이죠.

지훈? 그게 누군가싶어 순간적으로 옆을 쳐다보니 나를 공격해왔던 남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박지훈
"더워 죽겠네…."

김여주
"말도 안돼…."

나를 무자비하게 해치려했던 남성이 이런 앳된 얼굴의 소유자였다는게 도저히 믿기지않아 감탄사를 낮게 읆조리자 지훈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일단 그의 시선을 피했다. 아무리 어려보여도 나를 죽이려했다는 섬뜩한 사실만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자신을 후데마 쇼레라고 소개했던 남성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알게된 사실이 몇가지 있었다.

1. 저들은 사람을 죽이는 잔혹한 킬러다.

2. 나를 살려둔 이유는 순전한 호기심때문이 아닌 내게 킬러를 제안하기위함이였다.

3. 내가 이 제안을 수락하지않는다면 내 목숨은 이 자리에서 끝날것이다.

결국 생명의 위협이 느껴져 겉으로는 온화해보이면서도 속을 알수없는 미소를 짓고있는 쇼레씨에게 반강제로 수락의 의사를 전달했다.

후데마 쇼레
"明日の正午まで来てください" 내일 정오까지 와주시면 됩니다.

나는 괜스레 묘한 기분이 들어 쇼레씨가 전해준 의문스런 쪽지에 든 장소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후데마 쇼레
"안타까운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튼 생각은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할말만 마치고 유유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떠나가는 남성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 몸을 한번 옅게 떨었다.

김여주
"…."

그렇게 죽다살아난채 마주한 말도안되게 갑작스런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며 천천히 되짚어보려다 이내 포기한채 남은 길을 걸어갔다.

오늘처럼 꿈보다 더 꿈같은 날은 없으리라 굳게 믿으면서 • • •


목숨의 위협을 받았던터라 남자가 알려준 장소로 갈까말까 고민하던 나는 결국 내부로까지 들어오고 말았고 이내 보여지는 수상하기짝이없는 허름한 내부에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김여주
"음…. 그래, 애초에 여길 들어오는게 아니였…."



박우진
"어디가냐."

그순간 귓가에 울리는 뜻밖의 사람의 음성에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와있었는지 자신을 삐딱한 자세로 지켜보는 낯선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김여주
"저…, 여기 잘못온것같은데 이만 가보겠…"


박우진
"김여주."

내 이름을 알고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보이는 표정으로 내 이름을 내뱉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박우진
"김여주 맞잖아, 어딜 내빼."

김여주
"…."


박우진
"훈련 시작이다, 잔말 말고 따라와."

갑작스런 남자의 확고한 말투와 도통 뜻을 알수없는 의미심장한 말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려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내겐 선택권이라는 기본적인것조차도 존재하지않았으나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불확실한 미래에 여전히 당황스런 표정으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어젯밤 생명의 위협을 받게된것인지, 왜 위험천만한 상황속에서 킬러라는 수상한 제안을 받게된것인지, 무엇을 해야햐는지 • • •

어느하나 짐작가는 부분이 없어 도통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