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증의 망상회로
김여주 비하인드


”부스럭“

…


김여주
…

진짜 쓰레기다.

어떻게 나 좋다는 어린애를 이렇게 이용해 먹어?

…김여주,

넌 진짜 못 된 놈이야..

주섬주섬..

나는 동민이 잠든 틈을 타 널브러진 옷을 주어 입었다.



한동민
…

김여주
…

나는 슥 잠든 한동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쪽 팔을 내게 내어주고는 그 작은 이불마저 날 다 덮어줬구나

끝까지 다정한 너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김여주
…

김여주
…바보냐고,,

나는 한동민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스륵..-


한동민
…

김여주
…

김여주
…미안해

나는 잠든 동민을 뒤로 한 채 조용히 한동민의 집을 나왔다.

…

..

.




결국 작업실까지 왔다

내게 갈 곳이라곤 작업실 말고 더 있나..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김여주
난방기나 고쳐졌으면 좋겠네..~

철컥.-

나는 낡아빠진 열쇠를 돌려 작업실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이익…-

“ 뭐하다 이제 와? ”


김여주
…?


차민욱
시간이 몇시인데, 지금 와?

김여주
..교수님은 왜 여기있어요?


차민욱
얼굴은 괜찮나 와봤더니,


차민욱
이미…, 필요없겠네

민욱은 나의 얼굴을 슥 훝어보고는 안심한 듯 방금까지 지었던 굳은 인상을 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약 봉투가 들려있었다.


김여주
…

김여주
…그래서 할일 끝나셨어요?


차민욱
…그래

민욱은 손에서 약 봉투를 꼼지락거리더니 이내 뒤로 슥 숨기는 듯 했다.


김여주
…진짜 웃겨

김여주
나는 무슨 작업실 엎으러 온 줄 알았네.


차민욱
…뭐?

김여주
내가 교수님 맞선자리 파토내서.

김여주
교수님한테 내가 아주 밉겠죠.


차민욱
…

민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김여주
…

김여주
…할 말 없으시면 가세요

김여주
필요하실때마다 부르던가요

김여주
항상 그래왔듯이.


차민욱
…


차민욱
…하아,

민욱은 조금 인상을 구기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차민욱
나 결혼 안해

김여주
…그래서요?


차민욱
누가 대차게 파토내는 바람에


차민욱
소문나서 평생 장가 못 가게 생겼어

김여주
그것 참 안타깝네요..-

또 한 번 툭 심술을 부렸다.



차민욱
그래.., 안타깝지


차민욱
그러니까 너가 책임져

김여주
…

김여주
…네?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차민욱
싫어?


차민욱
싫으면 평생 혼자 살아야지, 노총각으로

김여주
그게 무슨..


차민욱
…그래.


차민욱
지금 나 12살 어린애한테 청혼하는거야


차민욱
이거 되게 사람 도둑놈 된 기분이거든?


차민욱
지금이라도 정신차렸으면 웬 아저씨라 욕하면서 걷어차버리라ㄱ..

김여주
좋아요, 책임질거예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



차민욱
…하하, 귀청 떨어지겠네,,

민욱은 멋적게 미소를 지었다.

김여주
진짜예요?

김여주
진짜 나중에 무르기 없어요!!!


차민욱
그렇다니까..


차민욱
너는 끝까지 이건 아니다 정신 들면 도망가, 알겠지?

김여주
싫어요, 도망 안 갈래요

김여주
내가 평생 책임질거라고요.


차민욱
…


차민욱
…허, 이거 웬 병수발 받는 노인 된 기분인데

김여주
헤헤..


차민욱
…좋단다

민욱은 끝내 못 이긴 척 다가와 나의 머리를 쓰담았다.


김여주
교수님은 무슨 프로포즈가 그래요

김여주
미래 신부한테 도망가라는 둥,


차민욱
…너같으면 안 그러겠어?


차민욱
지금도 봐, 교수님이 뭐야


차민욱
나 진짜 죄책감 들거든..?

김여주
아..,

김여주
그럼.., 아저씨?


차민욱
…


차민욱
…그건 좀 마음이 아프네

김여주
ㅋㅋㅋㅋㅋㅋㅋ


차민욱
아저씨인건 맞아서 더 그래..

김여주
그럼 뭐라고 불러요?ㅋㅋㅋ

김여주
..민욱씨?


차민욱
…


차민욱
…그냥, 아저씨가 낫겠다.

김여주
아ㅋㅋㅋㅋ

김여주
왜요~!ㅋㅋㅋㅋ


차민욱
그런 게 있어..-

민욱은 네가 뭘 알겠냐는 얼굴로 나의 머리를 헝클었다.


김여주
…헤헤

나는 또 좋다고 헤벌레 웃음을 터트렸다.


…

김여주
근데 왜 갑자기 마음 돌리신 거예요?

김여주
죽어도 어린애랑 결혼은 안 하겠다던 사람이?


차민욱
…


차민욱
이렇게 끈질기게 붙어 있을 줄 몰랐지


차민욱
지나가는 어린 감정에 금방 포기하고

김여주
떨어져 나갈 줄 알았다?


차민욱
…그런셈이지

김여주
…진짜 너무한 거 알아요?


차민욱
…미안하구나


차민욱
어른스럽지 못 했어

김여주
됐어요, 그런 거..-

김여주
아무래도 제가 좋은 거죠?

김여주
그런거죠?

여주는 차민욱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차민욱
…


차민욱
…그걸 말로 해야..

김여주
해야 알아요. (단호)


차민욱
…


차민욱
…좋아해


차민욱
…좋아해, 꽤나 많이

김여주
그럼 됐어요..-

기다렸다는듯이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차민욱
…‘피식’


차민욱
이런 고백은 어릴 때 이후로 너무 오랜만이라 민망하네

김여주
허, 완전 아저씨..-


차민욱
그래, 아저씨가 좋아해서 미안해


차민욱
언제부터인지 , 자꾸만 신경쓰이는 게


차민욱
밀어내도 겁을 줘도 도망은 무슨, 되려 날 당황시키지 않나.


차민욱
콩알만한 게 , 겁도 없이

김여주
그 콩알 좋아하는 게 누군데


차민욱
…


차민욱
…그치, 아무래도 똑같지?

민욱은 프핫 웃음을 터트렸다.

김여주
저 바보..



차민욱
이제 가야지, 집에

민욱은 여주에게 손을 뻗었다.

김여주
네, 가요

나는 살며시 그의 손을 붙잡았다.

먼지 쌓인 쾌쾌한 작업실을 나섰을 때

나는 그제야 돌아왔다.

그가 있는 집으로

…

..

.




“신부 대기실입니다”


등장인물
친구1 | 결혼 축하해

김여주
고마워ㅎㅎ

등장인물
친구2 |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 몰랐지.. 진짜..~

김여주
하하;

나도 그때 작업실에서 차민욱의 청혼이 이렇게 빨이 찾아올 줄 몰랐지

그날 이후 우리의 관계는 비로소 사랑.

낯간지러운 말로 좋은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연인사이랄까..

그래, 사이가 좋아도 너무 좋은 나머지

축복이 빨리 찾아왔지만

급하게 맞춘 웨딩드레스도 , 어젯밤 그가 끼워준 결혼반지도 나는 차민욱이어서 뭐든 좋았다.

그리고 오늘 그와의 결실을 기대한다.


드륵..-

그때 신부대기실 안으로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한동민
결혼 축하해요

대기실 앞에 서있던 사람은 한동민이었다.

김여주
…고마워, 동민아ㅎ

동민을 찾아갔던 그날 이후 이렇게 종종 인사하는 누나 동랭 사이로 남았다.

네겐 한동민은 혼란스러웠던 나의 길을 찾게 도와준 고마운 동생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그런 동생으로 생각했다. 물론 동민이에게는 이러한 관계가 어떠했을진 모르겠다.

그가 괴로웠다면 이제는 더이상 괴롭지 않기를, 그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

너는 내게 아까운 남자였어..

더 좋은 사람 만나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기를

나는 바란다.



한동민
누나,

김여주
응?


한동민
이제 행복만 해요


한동민
편의점에 와서 진상짓은 그만하고 (농담)

김여주
아, 알겠다고ㅋㅋ

김여주
고마워, 진짜..


한동민
…


한동민
전 이제 가볼게요, 준비 잘 해요

동민은 그렇게 말하며 대기실을 나섰다.

…

..

.




“신랑 신부 행진”


차민욱
..손(작게)

김여주
(끄덕)

나는 민욱의 팔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결혼식 내내 수많은 박수 갈채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어머니, 아버지, 친구들 모두 나의 축복을 바라며 나의 평안한 앞날을 비추며…

하객 객석 사이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한동민
…

내 눈을 마주칠때마다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는 너

내게 박수를 보낸다.

그 모습이 왜인지 안쓰럽고 고마운.

그렇게, 한동민은 식이 끝나기 전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

..

.




고마워, 한동민

나 같은 사람 좋아해줘서.




_

_

_

2년 후,



한동민
뭔 남자들끼리 벚꽃이야…


명재현
우리 한동민이! 제대했는데 함 만나야 아이가?


김동현
형, 그 사투리 진짜 이상해요


명재현
아, 고마 때리뿌까?


김동현
…진짜 잘 못 배운 것 같아요


박성호
네가 알려준거아니야 인마ㅋㅋㅋ


한동민
…;

이 사람들 시끄러운 건 똑같다.

제대 하자마자 벚꽃이라니, 날 놀리기라도 하는지

하늘은 핑크빛이었다.


사삭.-

쏘옥.-


한동민
하압,

동민은 주머니에서 츄팝춥스 하나를 꺼내 입속에 넣었다.

딸기맛, 츄팝춥스.

그녀에게서 담배 대신 배운 것이라고 고작 딸기사탕이었다.

2년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흔적은 내게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상혁
동민이 올해 복학한다고 했나?


한동민
네, 그럴 것 같은데요?


박성호
시간 진짜 빠르네, 한동민이 복학을..


김동현
여주선배 결혼하니까 군대로 튀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동민
(빠직)

신경 긁는 김동현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아주 사골 우려먹어라..;



한동민
…

한동민은 불편해진 심기에 입 안에서 사탕만 굴렸다.

“잠시만여, 저 지나갈..

“크헉”


한동민
..!(와그작)

한동민의 앞으로 누군가 털썩. 웬 머리 하나가 불쑥 넘어졌다.

그때문인지 입안에 있던 츄팝춥스는 한동민의 입에서 와그작 소리를 내며 일그러졌다.


등장인물
여자| 아, 야야…

등장인물
여자| 죄,죄송합니다..!!

한동민에 가슴팍에 얼굴을 박은 여자는 아프다는 듯이 코를 찡그리면서도 90도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한동민
아, 괜찮아요.

등장인물
여자| 진짜 죄송합니다!!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는 여자는 그렇게 외치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살랑 한동민의 옆을 지나쳐갔다.

지나간 자리, 은은하게 벚꽃향이 스쳤다. 사라졌다.


한동민
…

아무래도 벚꽃 사이에 둘러쌓인 한동민은 눈치 못 챘을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 떨어질 벚꽃이라 무뎠을지도.

그의 봄날은 다시 찾았왔음에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

..

.





…

김여주 비하인드 끝


***

이제 진짜 끝!!


마지막 떡밥 주고 떠나오리…


나중에 저 떡밥은 회수해 갈게요,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아니면 말구용히히


다음편 단편은 뭐 쓸지 고민좀 해보겠습니다

원하시는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어차피 댓글은 안 달릴 것 같긴 한데..

그럼 뭐 제 맘대로 제 과대망상증 망상회로 돌리죠 뭐ㅎ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