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증의 망상회로
옆집 소년 김운학


“지금 출근해요?”



김이현
…어?


김이현
운학아?


김운학
ㅎㅎ

현관문 앞에 서서 눈웃음을 짓고 있는 김운학이었다.



김이현
학교는?


김이현
지각 아니야?


김운학
아직 조금 남았어요


김이현
8시 등교 아니야?


김이현
지금 3분 전인데


김운학
아잇, 뛰면 3분이에요~


김이현
…;;

오늘도 여김없이 아침마다 김운학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

이게 벌써 몇주째인지

학교는 제대로 다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자주 마주친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옆집 이웃이라고 해도 말이다.





김운학
누나, 그럼 저 갈게요!!


김운학
오늘 회사 파이팅!! (붕방방)

김운학은 그렇게 매번 아침인사를 하고 나면 아파트 복도를 뛰어가기 바빴다.

앞을 볼 생각 없이 내게 손을 붕붕 흔들며 인사하는 김운학. 까치집 진 머리는 덤이다.



김이현
…허어,,


김이현
저 고삐리를 어쩜 좋니…

나는 그런 김운학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타닥타닥…



김이현
…

하아, 곧 점심시간이다

그때까지 자료 정리하고 보내야되는데

아아, 제발

오늘 야근은 안 했으면..;;


내 이름, 김이현 26살

보다시피 평범한 회사원이다.


띠링.-

김운학| 뭐해요?

모니터 화면 아래로 김운학 이름이 올라왔다.


김이현
…하?


김이현
이 자식, 학교에서 카톡 보낼 시간이 있는거야?

나는 속으로 잔소리가 와다다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나| 일하는 중이지^^

뒤에 눈웃음 이모티콘을 보내며 눈치껏 그만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치없이 모니터 화면 아래로 올라오는 김운학 이름 석자.

김운학| 저는 곧 점심시간이에요!! 오늘 급식 제육볶음이래요!! 와 벌써 배고파요


김이현
…

정말 궁금하지도 않는 급식 얘기를 주절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김이현
운학아.. 누나도 곧 점심시간이야


김이현
이걸 끝내야 오늘 야근이 없단다…


김이현
학교 급식표는 안 본지 몇년이다…

나는 그렇게 모니터 앞에 혼자 중얼거렸다.

매번 영양가없는 말을 주절거리는 김운학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럴때마다 김운학 해결책 하나가 있었지

띠리리링..-


김운학
여보세요..? 누나?;; (작게)


김이현
운학아, 너 수업중이지 않니?


김운학
..어, 네에.. 수업중인데 (속삭)


김운학
그.. 왜 전화하ㅅ..

“김운학, 누가 수업시간에 전화를 하지?”


김운학
!!


김운학
아, 쌤 그게..!


김운학
누나 죄송해요 저 끊어야될 것 같..

뚝.

김운학을 향한 낯선 목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끊기는 김운학의 목소리 뒤로 전화가 끝겼음을 알렸다.



김이현
폰 뺏겼나 보네

이러면 오늘 퇴근 전까지 김운학이 연락하는 일이 없었다. 아무래도 선생님께 폰을 뺏겼을지도.

좀 미안하긴 하지만, 일하는데 방해될 순 없지…

야근은 싫다고.

…

..

.




”하, 그래도 야근은 면했다..-“


김이현
오늘 저녁은 뭐 먹지..


김이현
지금 우리집 냉장고 텅텅 비었을텐데

삐삐삐삑.-

철컥.-


김이현
다녀왔습ㄴ..


김운학
어! 이제 와요??

현관문을 열자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김운학의 얼굴이었다.


김이현
뭐야, 언제..


김이현
아니 어떻게.. 들어왔어?


김동현
아, 누나도 밥 먹을래?


김동현
운학이 어머님이 반찬해주셨어

그때 식탁 앞에 앉아 있는 김동현이 얼굴을 빼꼼 내밀며 말했다.

김동현은 아래로 5살차이 나는 내 남동생이다.

지금은 부모님 집을 나와 독립한 내 자취방에 눌러 앉은 대학생이지만…



김이현
..그럼,,


김운학
네, 엄마가 누나랑 형 반찬 갖다주래요~


김이현
아, 고마워..

오늘처럼 가끔씩 운학의 어머니께서 반찬을 해주시곤 했다. 혼자 잘 챙겨 먹을란가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아무래도 꽤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그런지 유독 잘 챙겨주시는 듯 싶다.



김운학
누나 밥 안 먹었죠?


김이현
아, 으응


김운학
그럼 같이 먹어요!ㅎㅎ

운학은 내 등을 떠밀어 식탁 앞으로 이끌었다.


김이현
어, 손 좀 씻고-

…

..

.

“오…, 맛있다”


김운학
우리 엄마 솜씨라구요~

운학은 자랑하듯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김이현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김운학
네에~


김이현
…


김이현
그래도 누나 집에 눌러 붙어 앉은 대학생보단 운학이가 낫네


김이현
반찬도 꼬박 챙겨오고~ (박박)

나는 기특하다는듯 김운학의 머리를 박박 쓰담았다.


김운학
헤헤..

김운학은 그럼 좋다는 듯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김동현
…집에 눌러 붙은 대학생은 나 말하는거야?


김이현
그럼 여기 대학생이 어디 있어?


김이현
쟤(김운학) 고등학생, 나? 직장인


김이현
이렇게 보니 나이별로 다 있네?


김동현
…


김동현
누나, 진짜 나 서운해?


김이현
응


김동현
ㅇㅅㅇ..

친누나에게는 얄짤없는 김동현이었다.



김동현
운학아, 나는 이 집구석에서 너 밖에 없어


김운학
네..?

김동현은 김운학을 잡고 늘어졌다.


김동현
너는 내편이지? 그치?


김운학
..에?


김동현
아니야?


김운학
…네, 그렇죠..~!


김동현
그래, 나 김운학 최애형이잖아


김동현
누나는 이런 김운학 없지? 부럽지?

김동현은 김운학을 부둥켜 앉고 점점 유치해지는 입으로 꾸물거렸다.


김이현
…;;


김이현
저거 대학생 맞냐


김이현
어쩜 고등학생보다 더 철이 없을까…


김동현
…


김운학
아잇, 동현이 형 삐지겠어요..;; (속닥)


김이현
…(심드렁)



김운학
아, 맞다


김이현
?


김운학
오늘 왜 전화했어요?


김이현
전화?


김이현
아..


김이현
그냥~^^


김운학
…네?


김운학
아니,,


김운학
저 진짜 그때 쌤한테 폰 뺏겼단말이에요..!!


김이현
그러게 왜 수업시간에 폰을 해~


김운학
아니,, 그..

억울하지만 할말 없는 김운학이었다.



김운학
아아,, 누나아.. 일부러 그랬죠..?


김이현
^^


김운학
저 이번주에만 폰 3번 압수예요…


김이현
아, 그랬어?ㅋㅋ


김운학
아..누나;;..


김이현
너도 진짜 웃기지


김이현
핸드폰 무음으로 해두면 되잖아ㅋㅋ


김이현
어쩜 매일 그렇게 걸려ㅋㅋ


김운학
무음으로 해두면 누나 전화 못 받잖아요..


김이현
응..?


김운학
이제는 쉬는 시간에만 연락할래요-


김운학
또 폰 뺏기면 안되니까..


김이현
으이구야.., 학교에서 폰을 안 할 생각을 해야지..


김이현
요즘은 폰 안 걷냐..


김운학
안 걷는데요..?


김이현
아 그래?


김이현
세상 참 좋아졌네..


김동현
누나가 옛날 사람인건 아닌지


김이현
야.


김동현
…(쭈굴)


김운학
…ㅋㅋㅋㅋㅋㅋ



김이현
하아, 나도 언제 이렇게 늙었는지 모르겠다


김동현
운학이가 벌써 고3이야


김운학
ㅎㅎ..


김이현
그니까, 쟤 코 찔찔이때부터 봤는데


김운학
아..누나,,; 코 찔찔이가 뭐예요..


김이현
왜 맞지,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7살이면~

김운학을 처음봤을때가 중학교 1학년때였으니까

벌써 알고지낸지 12년이 흘렀다.



김이현
운학이 7살하니까 생각난다


김운학
?


김이현
운학이 처음봤을때 진짜 꼬맹이었는데


김운학
아..;


김이현
운학이가 처음 나 보자마자 운 거 알아?


김운학
..제가요?


김동현
아, 생각난다


김동현
어른들이 운학이 놀린다고 누나보고 ”저 누나가 운학이 색시야~“


김동현
이랬는데 색시 뜻도 몰랐다가 ”운학이 이현이 누나랑 결혼할래~?“ 이런식으로 어른들이 장난치니까 그제서야누나 얼굴 보자마자 울었지


김이현
맞아, 그때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ㅋㅋ


김운학
..아니, 내가??


김운학
진짜로요??


김동현
쟤 기억 안난다ㅋㅋ


김이현
허어,, 진짜 서운한데?


김이현
운학아, 누나랑 결혼하는 게 울정도로 싫었던거야?ㅠㅠ


김운학
..아, 아니;


김운학
저는 그때 기억이 없다니까요..;; 고작 7살인데!!


김동현
누나 같으면 좋겠냐고..ㅋㅋ


김동현
7살이나 많은 김이현이랑 결혼하고 싶겠냐고~


김이현
…나이로 놀리냐^^


김이현
근데, 맞긴해


김동현
그렇긴해


김이현
ㅋㅋㅋㅋㅋ


김이현
아~, 운학이 결혼하기 전까지 살아는 있어볼게


김동현
건강해 누나.


김운학
…아진짜,,


김이현
ㅋㅋㅋㅋㅋㅋ


김동현
ㅋㅋㅋㅋㅋㅋ

김운학 놀리기에 재미들린 남매였다.



김운학
저 이제 갈게요


김동현
벌써?


김운학
여기 있다가 또 애기 취급받을 것 같거든요


김이현
ㅋㅋㅋㅋㅋ


김운학
아무튼 갈게요


김운학
내일 봐요

김운학은 그렇게 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김동현
내일?


김동현
내일 주말이잖아


김이현
김운학 과외 있잖아


김동현
아~


김이현
…야, 네가 과외 선생인데 알아야지


김동현
하하.


김이현
…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다.

평화로운 주말 휴일이어야 했다.


똑똑똑.-


김운학
누나, 저 이거 모르겠어요..

나의 금같은 휴일을 깨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 온 건 김운학이었다.



김이현
…김동현은?


김운학
형 과외 쨌겼어요..


김이현
또?


김운학
끄덕)


김이현
이건 선생이 돼가지고 책임감은 두고 왔나;;


김이현
일단 이리와 앉아


김운학
네에~

김운학은 총총 걸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벌써 익숙해진 풍경이었다.

주말마다 김운학의 과외를 책임지겠다던 김동현의 의지는 몇달만에 나에게 던져졌다.

얘 과외를 해준다던 녀석이 같이 게임을 하고 있지 않나 문제를 풀다가 같이 잠들어버리지 않나.

결국에는 김동현의 일이 나에게 넘어온 것이다.

대학생활때 지긋지긋하게 해오던 게 학생 과외인데 이걸 회사원이 되어서까지 할 줄 알았겠냐고

…


사각사각..-


김이현
또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운학의 과외를 성심성의껏 봐주고 있다.

아무래도 대학생때부터 학생과외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김동현 대학보내기 과외에 학습된 몸이었는지

익숙해진 내가 무섭다.



김운학
누나


김이현
응? 뭐에서 막혀?


김운학
아, 그게 아니고..


김이현
?


김운학
저 대학갈 수 있을까요..?


김이현
응? 그럼~ 열심히 하면.


김운학
그럼 한국대도 갈 수 있어요?


김이현
왜 내 후배하게?ㅋㅋ


김운학
…네(화악)

김운학은 얼굴을 붉혔다.



김이현
으음..~


김운학
안돼요..?


김이현
뭐, 저 지지리도 공부 안하던 김동현도 내가 대학보낸 거라 마찬가지인데


김이현
너도 열심히하면 가능할지도~?ㅋㅋ


김운학
..!


김운학
진짜요?


김운학
저 진짜 한국대 갈 수 있어요??


김이현
그래~


김이현
그니까 열심히 해~


김운학
…헤헤, 알겠어요


김운학
저 진짜 열심히 할거예요!!


김이현
오냐오냐


김운학
그러니까,, 누나.

갑자기 진지해진 김운학의 얼굴이 다가왔다.


김이현
응?


김운학
저.., 한국대 가면 소원 하나 들어주세요


김이현
소원?


김운학
…네


김이현
뭔데?


김운학
…그건, 그때가서 말해도 돼요?


김이현
그래, 뭐~


김이현
내가 들어 줄 수 있는 거라면야..


김운학
무르기 없기예요 (활짝)

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활짝 얼굴빛이 펴친 김운학은 내게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김이현
뭔데 손가락까지 걸어..ㅋㅋ


김이현
도대체 뭔 소원이길래


김운학
..비밀이에요

…

..

.




_

_

_

…

다음화에 계속>>>>


이것도 길어질 것 같아서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당

써 놓고 이제야 올리네요

살아계시다면 댓글 좀 달아주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