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노력

몇주뒤, 그 일 이후로 나는 천천히 마음속에서 윤기를 지우고있다.

그 뒤로도 윤기를 알만한 지인들은 다 찾아가보았지만 역시 윤기는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완전히 사라젔다고 볼 수 있을정도로 완벽하게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렇게 되어버리니 더이상 찾아갈만한곳도 사라지고 이대로 계속 휴가만내고 직장을 안 다니는것 또한 불가능하니 나는 몇주전부터 다시 평소처럼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윤기가 사라진뒤로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보내던 문자는...이제 하루일과처럼....버릇이 되어버렸다.

메시지

대체 어디로 가버린거니...윤기야

메시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싶다는말 안 할게..

메시지

그냥 니가 어딘가에서 살아있다는 확신만이라도....할 수 있게해줘..

물론 지금에서야 이렇게 간절하고 침착하게 문자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지 몇주전까지만하여도 흥분을 감추지 못 한채로 메시지를 보내었었다.

윤기가 사라진지 1~4일경

메시지

민 윤기! 너 나랑 헤어지겠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메시지

너 당장 전화받아! 안 받아?!

5~8일경

메시지

대체 어디로 간거야...?

메시지

윤기야 죽었어...?

메시지

제발 살아있으면 한번이라도 문자 좀 해봐...

9~14일경

메시지

너 새로운 여친생겼냐?

메시지

아니면 대체 회사도 그만두고 어디로 튄거야?

메시지

이 나쁜놈....

메시지

날 사랑한다던건 다 거짓이었어..

메시지

이 쓰레기같은놈..!

메시지

너 없이도 잘 살거야! 너같은놈 잊어버릴거야!

15~20일경

메시지

윤기야...내가 말이 정말 심했지? 미안해..

메시지

그냥...문자 안 보내줘도되,읽기만해줘..

메시지

아니,답장 한번이라도 보내줘...

메시지

윤기야, 사랑해

메시지

대체 어디로 간거니? 윤기야...

이런식으로 나는 화내었다가 슬퍼했다가 짜증냈다가 간절했다가를 반복하는식으로 윤기에게 메시지를 보내었었고 최근에는 침착하게 버릇처럼 하루일과로 아무생각없이 메시지를 보내고있었다.

솔직히 석진오빠가 집에 잘 들러주면서 윤기의 빈자리와 슬픔을 많이 채워주었다. 함께 술도 마셔주고..위로도해주고..찾는것도 도와주었다가..정말이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윤기에 대한 흔적이 남아있는것들만 보아도 눈물을 글썽이자 석진오빠는 윤기와 관련된 물건들을 박스에 정리하여 눈에 잘 띄지않는 구석으로 치워버렸고 그렇게 윤기에 관한 모든것이 사라지자 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사람은 적응을 잘한다고하던가..? 그렇게 윤기에대한 모든것이 다 사라지고 일상생활로 돌아와살기 시작한지 거이 한달이되어간다...

이제는 윤기가 없는 이 세상이 제법 익숙해젔다. 석진오빠도 내가 윤기에대한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잘 챙겨주고 즐겁게해주고있다.

그래서 그냥 이런식으로 서서히 잊어버리면된다고 생각했다. 그럼..모든것이 잘 해결되고 다 괜찮아질줄 알았다.

그런데....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진다고 생각하였던것은 내 몸과 머리였고..마음속에서는 윤기에 대한 그리움이 차마 터지지 못 하고 계속 쌓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