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다
사라지다 01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그냥 나쁜 꿈. 울면서 일어나서 아빠한테 안기면 된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지금 코를 마비시키는 병원냄새가 지독히 현실적이었다. 꿈이 아니라고 일깨워 주는 것 처럼.

눈을 뜨자 보인건 어딘가 낯익은 아줌마와 아저씨였다.

김여주
아...

아줌마
여주야...!! 괜찮니?!! 여보, 여주가 깨어났어!!

아저씨
나도 보고있어. 여주야, 이제 괜찮다. 다 괜찮아.

날 걱정하다 못해 눈물을 흘리시는 아줌마와 괜찮다며 머리를 쓰담아주시는 아저씨에게는 죄송하지만, 난 아빠가 중요했다.

김여주
아빠는요..? 아빤 어딨어요? 여주 두고 어디갔어요?

갑자기 조용해지는 두 분을 보며, 당시 난 어렸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아빠는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아줌마
아...아빠는 잠깐 아파서 치료하러 갔어. 너무 많이 아파서 좀 멀리... 아주 멀리 치료하러 가셨어. 여주가 100밤 자면 돌아오실꺼야.

김여주
거짓말.

아빠는 이제 안오는데. 나도 아는데. 저 거짓말이 어린 맘을 더 상처입혔다. 분명 나를 위해 한 하얀거짓말임에도 불구하고.

김여주
아빠 안오잖아요. 왜 거짓말해요? 아빠는.. 아빤...

결국 눈물이 떨어졌다. 한번 떨어진 눈물은 끝을 모르고 쏟아져내렸다. 나의 말과 눈물에 아줌마와 아저씨는 당황한듯했지만 난 그들을 신경쓸 틈이 없었다.

쉴세없이 울어대는 날 아줌마와 아저씨는 달래려고 노력하셨으나, 한번 터져버린 울음보는 그칠 기색조차 보이지않았다.

결국 난 그렇게 그 아줌마 아저씨가 누구였는지, 아빠와 난 왜 그런일을 겪게 된건지, 난 이제 어떻게 되는것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혼자 울다 지쳐 잠을 청했다. 꿈에서라도 아빠를 볼수 있길, 기도하면서.

그렇게 잠들고 다음날 새벽이 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꿈을 꿨지만 기억나지않았고 울다 잠들어서인지 눈도 따갑고 귀도 깊은 바다속에 들어간듯 우웅- 우웅- 거렸다. 가장 심각했던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제 옮겨졌는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병실 속엔 누군지 모르는 이의 숨소리만 가득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저 하늘엔 그 흔한 별하나 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달하나만 외롭게 떠있었을 뿐이었다. 난 저 달이 꼭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생각했다.

언젠가 저 달에게 닿아 꼭 안아주고 싶다고.

퇴원을 하고 아줌마와 아저씨의 차를 타고 두 분의 집으로 가는 중 아줌마는 내게 아주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아줌마와 아저씨는 우리 아빠의 오랜 친구라고 했다. 내가 5살이었을 무렵, 갑자기 자기 아이라면서 나를 데려와서 정말 깜짝 놀랐었다며 말했다.

그날이 아마 내가 두 분을 처음 만난 날이라고도 하셨다. 잘 커줘서 고맙다고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난 대체 무엇이 다행인지 모르겠을 뿐이었다.

아빠는 어쩌면 이 일을 미리 알고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고가 나기 몇일전 아빠는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연락한 아빠에게 서운함을 내뱉을 틈도 없이 아빠는 나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을 했고, 다급해보이는 아빠의 목소리에 그러겠노라 약속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후 사고가 났고, 친척도 없는 나를 두 분이 거두어 주셨다. 입양 절차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임시보호자로서 나를 돌봐주기로 하셨다고 덧붙혔다.

두 분은 정말 감사하신 분들이고 아마 내 삶의 은인일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나에겐 그 어떤말도 위로가 될리가 없었다.

난 지금 나오지 않는 이 목소리가, 벌써부터 흐려지는 아빠의 얼굴이 흉기가 되어 내 상처를 터트릴 뿐이었다.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아니 오히려 단순해서 어이가 없었다.

내가 울다 지쳐 잠을 잔날. 몸도 좋지않은데 탈진할 정도로 울어대니 몸이 남아날리가 없었다. 결국 난 심한 몸살로 사경을 헤맸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인줄 알았던 그날이 알고보니 6일이나 지나있었던 것이다. 아침이 되었을때 멀쩡히 일어나 앉아있는 나를 보고 아줌마와 아저씨는 크게 기뻐했다.

마치 내가 두분의 진짜 딸인것처럼 말이다. 곧이어 의사선생님이 들어왔고 의사선생님이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난 대답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지않았다. 당황한 나와 달리 의사 선생님은 나를 데려가 몇가지 검사를 한 뒤에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내 상태를 말했다.

의사 선생님
음.. 지금 여주의 상태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다른곳은 많이 호전되서 괜찮은데....

아저씨
다행이네요.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의사 선생님
아무래도 여주가 아팠던 이유도 갑자기 닥친 상황에대한 스트레스와 아픔을 회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것과 같은 이유로 무의식중에 자기 스스로 말문을 막아버린겁니다. 일종의 자기 방어죠.

병실문 밖에서 하는 얘기는 큰 목소리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귀옆에서 소리치는 것 만큼이나 크게 느껴졌었다. 그때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 말 따위. 하고싶지않았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세 도착해 있었다. 집은 두 분 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났다.

작은 정원을 지나면서 아줌마는 자기에게 내 또래의 아들이 있는데 나이는 올해 11살인 나보다 2살 더 많다고 했다. 이름은 김남준이라며 착한 아이니 잘 대해줄거라고 말하셨다.

난 어리석게도 그말을 믿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키가 크고 훈훈하게 생긴 소년을 보고 생각했다. 저 오빠가 바로 김남준이구나 하고.

그러나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그에게 호의를 보였을때 나에대한 그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이젠 사정상 가족이 된 남준오빠를 향해 웃을 기분이 아님에도 활짝 웃어주었건만, 그는


남준 오빠
뭘 웃어. 남에 집에 얹혀 살면서. 너는 자존심이란게 존재하지 않나보지?

....앞으로의 내 생활이 절때 평탄하지 않을것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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