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할래요?[연중]
Episode. 내가 가족이 되어주면 안 될까요?


우리, 가족 할래요?_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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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여주
" 아직..안 갔네요? "


김석진
" ...갈 데가 없어서.. "

개 같은 야근을 버텨내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걸어 퇴근하던 길이었다

오늘 아침 우연히 지저분한 차림으로 집 모퉁이에서 만났던 남자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내리는 비를 곧이곧대로 맞고 있는 모습에 급하게 다가가 우산을 내밀었다

감기 걸릴 텐데.. 걱정도 잠시 당연한 얘기를 하듯 텅 빈 눈으로 나를 내려 보며 갈 곳이 없다는 얘기에 마음이 아파왔다


채여주
" 그럼..나랑 같이 갈래요? "


김석진
" ...아니요 전 안 가요. "


채여주
" 왜요?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


김석진
" 또 다시 버려질 거라면 차라리 그게 나아요. "

이 남자,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고아로 세상에 나와 어느 곳도 기대지 못하고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언제 버려질까 불안 속에 살던 나와 너무 닮아서 옥죄이는 것 같은 심장에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김석진
" 괜찮아요?! 왜 그래요..? "


채여주
" 내가..가족이 되어주면 안 될까요...? "


김석진
"........... "


채여주
" 내가..그쪽 상처 보듬어 주는 사람 해주면 안 되겠어요? "

눈물을 흘리면서도 꾸역꾸역 해내는 내 말에 꽤나 놀랐던 모양이었다

내 말에 나를 보던 그는 나를 따라 눈물을 보이며 내 품으로 주저앉듯 쓰러졌다


채여주
" 어?!..이마가 불덩이야 일단 어디든 비부터 피해야.. "


멍멍-!! 멍-!!

어...저 아이들은 이 사람이 지키고 있던 건가.

일단 집으로 그를 옮기려고 일어서는데 그의 모습 뒤로 신문지가 두껍게 덮힌 박스 안에서 강아지 대 여섯 마리가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채여주
" 너희도 같이 가자 누나가 지켜줄게. "

세상의 모든 생명은 존중받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거야 상처 받고 버림 받아도 되는 생명은 세상에 없어.


김석진
" 으음... "


채여주
" 어? 정신이 들어요? "


김석진
" 여긴... "

그날 그를 우리 집으로 데려온 나는 밤새 간호를 했고 식지 않을 것 같던 고열도 해열제와 얼음찜질의 도움으로 어느새 많이 내려가고 있었다

눈을 뜬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무언가가 생각난 듯 급하게 몸을 일으켜 나를 붙잡고 흔들다시피하며 물어왔다


김석진
" 박스 아니 강아지, 내 뒤에 있던 강아지들은요?! "


채여주
" 강아지들이라면 저기 난로 밑에서 자고 있어요 "


김석진
" 아...다행이다.. "


채여주
" 가족..같은 아이들인가 봐요 비 안 맞게 엄청 신경 쓰셨던데 "


김석진
" 형제..예요 우린. "

형제라는 말에 같이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퍼엉-!!



전정국
" 형아! 이제 괜찮아여? "


채여주
" 으악!!!! "

갑자기 강아지가 사람이 되는 광경을 마주하고 놀라서 기절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후우-


채여주
" 그러니까 그쪽이랑 이 강아지들이 반인반수이고 실험체로 쓴다고 불법 실험실에 끌려갔었는데 어제 거기서 도망쳐 나왔다 그 얘기죠? "


김석진
" ..네 그리고 그쪽 아니고 김석진이에요 쟤는 전정국이고요 "


채여주
" 아 네..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요 우리. "


김석진
" 네..? "

내 말에 꽤나 놀란 듯 그가 나를 쳐다봤다 아마도 내가 다시 갖다 버릴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안 봐도 다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채여주
" 큼 저는 채여주라고 해요 나이는 24이고요 앞으로 제가 여러분 가족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


전정국
" 헙 저는 좋아여!! "


김석진
" ..나도 잘 부탁해. "

꼬물 꼬물- 펑-!!



박지민
" 우리두! "



김태형
" 찬성!! "


정호석
" 할짝-) 멍멍-!! "


김남준
" 부빗) "

몇 명은 찬성이라는 듯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또 몇 명은 조용히 다가와 핥아주거나 얼굴을 부비고 앉기도 했다

다들 긍정적인 대답에 다행이다 싶어 안심했을 때쯤,

펑-!!



민윤기
" 난 반대야, 니들 정신 차려 인간은 다 똑같아. "

마지막까지 박스를 벗어나지 않던 한 마리가 사람으로 변하며 누구보다 차갑게 말해왔다

날카로운 눈빛에 말이 칼이 된 것처럼 꽂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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