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할래요?[연중]
Episode. 믿지 말아요 그럼


우리, 가족 할래요?_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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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인간이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 "


김태형
" ...하지만 형, 이 사람은 다를지도 모르잖아 아니 달라. "


민윤기
" 아니 틀려 우리가 그렇게 믿은 인간들이 다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 "


민윤기
" 인간은 다 똑같아. "

말은 칼과 같이 날카로웠지만, 나는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모습이 너무 아파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나 사람들 손에 실컷 괴롭힘만 당하다 여기까지 온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또다시 사람을 온전히 믿는다는 건 바보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그런 그를 이해했다 나는.


채여주
" 그럼 믿지 마요. "


민윤기
" 뭐? "


채여주
" 날 믿지 말아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믿어달라는 건, 내 욕심이니까요 "


민윤기
" ......너, "


채여주
" 대신 앞으로 지켜 보고 판단해줘요 나를 믿을지 말지. "

굳이 믿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내 진심에 오히려 그가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렸다 아마 처음이었겠지 믿지 않아도 된다고 해준 사람은

처음부터 많은 걸 바라진 않기로 했다 나에게 가족이라는 존재가 생긴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나 기뻤으니까

* 윤기 시점 *

참 이상한 인간이었다

우리를 괴롭히고 배신하지 못해 안달 난 인간들 뿐이었는데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여자는 그냥 있어주는 것만도 기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첫 주인을 만났던 그날의 우리처럼.

그 모습에 어제 한 손에는 석진형을 또 한 손에는 우리가 든 박스를 꾸역꾸역 들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채여주
" 너희도 같이 가자 누나가 지켜줄게. "

지켜줄게.


박지민
" 형, 난 알아요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인간 주인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


박지민
" 이 인간 아니 주인은 달라요 우릴 지켜준다고 했어요 어제 얼굴도 처음 본 우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준다고 했다고요 "


민윤기
" ....박지민. "


박지민
" 난 이번 주인에게 마지막 믿음을 걸었어요 "

어느 누가 얼굴도 처음 본 사람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 준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애써 미워하지도, 너무 내어주지도 말기로 했다 언제든 조금은 금방 떼어낼 수 있는 마음을 남겨두기 위해서.


정호석
" 고마워 형. "


민윤기
" 됐어 니들 좋으라고 그런 거 아니니까. "


김남준
" 맞으면서. "


민윤기
" 시끄럽다. "

석진형까지 마지막의 마지막 최후의 믿음을 걸은 인간이 궁금해졌다 괜찮겠지 언제든 아니다 싶으면 나가면 되는 거니까

덜컥-!


채여주
" 이 방이에요 꽤 넓죠? 인테리어 안 바꾸길 잘했다ㅎㅎ "


전정국
" 우와 짱 좋아여!! "


김태형
" 그르게!! "


김석진
" 근데 이 넓은 집에 혼자 살아? "


채여주
" 네 혼자 살아요 저도 혼자거든요 "

쓸데없이 넓었던 집 이층 한편에 위치한 전 주인의 인테리어 그대로인 안방을 내주었다 그들이 들어서자 이제야 꽉 찬 것만 같았다

집도, 마음도.

혼자 사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더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석진 씨가 날 바라봤다 그래 어딘가 슬픈 그 표정 그 표정을 바꿔주고 싶었다 웃는 얼굴로.


채여주
" 스마일-!! "


김석진
" 아으-!? "


정호석
" 풉 형 얼굴 이상햌ㅋㅋㅋㅋ "


박지민
" 앍ㅋㅋㅋㅋ "



김석진
" 푸흐- 웃기냐 누군 얼굴 아파 죽겠는데 "

웃는 얼굴이 참 예쁜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일을 당했으면 이런 예쁜 웃음을 감추고 살았을까 앞으로 많은 추억이 생겨서 상처 난 자리가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램을 기도했다


채여주
" 앞으로 잘 부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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